나이에 관계없이 친구가 되는 나라에 살다 보니 저에게도 엄마뻘 되는 미국인 아줌마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아주 크고 굵은 쌍꺼풀을 가지신 분이었는데요. 처음 봤을 때 조금 과장하자면 눈에 떡볶이가 올라와 있는 줄 알았을 정도였답니다.
다음은 그 분과 제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입니다.
" 응? 뭐가 어떻다고??"
" 눈꺼풀 말이예요. 쌍꺼풀이잖아요."
" 쌍꺼풀이란게 무슨 말이야?"
그 때 알게 됐습니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할 것 없이 모두 태어날 때부터 쌍꺼풀을 가지고 태어나는 서양인들은 본인들 눈꺼풀을 묘사하는 특정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아시안중에는 쌍꺼풀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외꺼풀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서양인들은 모두가 쌍꺼풀로 태어나니 그들에게 쌍꺼풀은 마치 얼굴에 눈은 두개, 코는 하나인 것 처럼 당연한 것이죠. 때문에 서양인들 중에는 그저 눈꺼풀이란 단어만 알고 있었다가, 나중에 아시안들을 접하면서 쌍꺼풀이란 단어를 알게 되는 사람이 많답니다.
이 생물학책 그림에는, 눈꺼풀을 Upper/ Lower로 나누고,
쌍꺼풀 부분은 Eyelid Fold (눈꺼풀의 접힘/주름)라고 설명되어 있군요.
나이가 제법 지긋하셨던 제 친구는 그 날에서야 아시아에서는 외꺼풀은 single eyelids/mono eyelids로, 서양인들의 쌍꺼풀은 double eyelids 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저는 그 분이 그걸 모르고 계셨다는게 신기해서 혹시 다른 서양인들도 그런가 하고 미국 Yahoo 를 좀 뒤져보다가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Yahoo Answers (미국 야후의 지식인) 에 서양인임이 분명한 누군가가 질문을 해놓았더군요.
What Are Double Eyelids? (쌍꺼풀이 뭐야?)
그 밑의 답변자들도 헷갈려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중 한 명이 "우리가 보통 가지고 태어나는 눈꺼풀이 쌍꺼풀이야. 어떤 아시안들은 flat (납작한) 눈꺼풀을 갖고 태어나거든." 라고 정답을 써 놓긴 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쌍꺼풀이 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를 제일 웃게 만들었던 사람은, 본인 얼굴 사진을 프로필에 공개하고 있었는데 분명한 백인 남성으로 눈은 물론 쌍꺼풀이 있었는데 정작 그가 써 놓은 답변은...?!
정상적 눈꺼풀 말고, 눈꺼풀이 또 달려있는 거겠지. 난 없어.
정말 빵 터지고 말았답니다. 이들은 double 이라고 하니 아마 눈꺼풀이 2개가 있는 비정상적인 눈이라고 짐작한 모양입니다. 생각해 보건데 아시안계 친구들이 없거나 혹은 아시아 문화를 잘 모르는 서양인들은 쌍꺼풀이 뭔지 모를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도 자신들의 눈과 아시안의 눈이 다른 모양이라는 것은 당연히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눈을 쌍꺼풀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우리의 눈을 그저 Asian Eyes 라고 말한답니다. 혹은 다른 아시안들에겐 불쾌할 수도 있는 Chinese Eyes 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또한 쌍꺼풀이 있는 눈을 선호하는 아시안들이 있는 것처럼 그들 중에도 우리 동양인의 위로 치켜 올라간 외꺼풀눈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눈매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하는 미국인들도 있고 전형적인 아시안의 눈을 가진 중국계 배우 Lucy Liu의 눈이 섹시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구요.
평소에 무심히 생각하고 있었던 쌍꺼풀이란 단어 때문에 동서양의 차이를 또 한번 느꼈답니다. 바로 이래서 "다양성" 이란 참 재미있고 유쾌하다는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네요.
오늘도 유쾌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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