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치나 세계 정세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모를 수가 없겠죠?
그런데 제가 놀란 까닭은 동북 아시아의 역사나 현재 정세에 별로 관심도 없는데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랍니다.
그들은 역사책이나 신문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직접 겪으며 알았더라구요.
첫번째 이야기 - 골치 아파 죽겠다며 내게 호소한 아파트 매니저 아주머니
저는 러시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주 깐깐한 미국 아주머니 한 분을 학교에서 알게 되었는데요.
아파트 매니저 일을 하고 계셨는데 그 미국식 아파트는 겨우 2층에다가 한 동에 딱 4가구씩 8동이니까 빈 방없이 꽉 들어차봤자 32가구가 전부인 작은 규모였죠.
아파트 매니저는 월세 관리는 물론이고, 주민들의 모든 민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겨우 서른두집 뿐이지만, 그래도 관리직이라는 게 원래 피곤하기 마련이잖아요.
하루는 거의 썩어가는(?) 표정으로 제게 오시더니 이렇게 물으시더라구요.
하나만 묻자. 도대체 한국인하고 일본인은 왜들 그렇게 서로 미친듯이 싫어하는거야???!!!
아..하하하하 ^^;;
그 아주머니가 관리하시는 아파트에 한국인 입주자도 있고 일본인 입주자도 있는데 그 둘이 그렇게 서로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아주머니에게 와서 서로에 대한 불평불만을 하는 것도 빈번했는데, 심지어 이번에는 둘이 직접 싸웠다는게 아닙니까.
물론 미국이니까 몸싸움이 아니라 말로만 따박따박 했을 뿐이지만요.
어쨌든 아파트 거주민들끼리 분란이 일어나면 결국 골 아파지는 건 매니저기 때문에 아주머니 얼굴이 그렇게 피곤했던 것이죠.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 때문에 미친듯이 싫어할 만한 일이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아주머니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사이가 안 좋은건지, 아니면 그냥 서로 싫어하는 건지는 제가 잘 모르겠네요. ^^;;
했더니 교실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시더라구요.
두번째 이야기 - 분재를 좋아하지 않는다했더니...
이건 제가 도자기 공예 배울 때 교수님과의 일화입니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열성적인 교수님이셔서, 학생들이 과제 하나를 할 때마다 매번 교수님과 회의를 먼저 거쳐야만 했었는데요.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열성이 지나치셔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부 본인 취향대로 수정하는 걸 좋아하셨죠. ㅋㅋ
하루는 제가 작은 도자기 화분을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또 막 흥분하시면서 컴퓨터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주시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다가 정말 좋은 것이 있다며 보여주시는데 일본의 분재 작품 사진이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분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자연적으로 거대한 것을 인위적으로 작게 만들어놓은 것을 보면 왠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교수님께 "교수님 저 분재 별로 안 좋아해요." 했더니 잠깐 저를 쳐다보시더니 이러십니다.
음 맞다, 넌 한국인이니까. (Well of course. You're a Korean.)
허?? 뭐라굽쇼??
아니, 대관절 제가 한국인인 것과 분재를 싫어하는 게 무슨 상관일까요...
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응, 원래 한국인들은 일본 싫어하잖아.
제가 분재를 싫어하는 건 일본 것이라 그런 게 아니예요.
조금 더 해명을 할까 싶기도 했지만, 저도 입이 써서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제가 각종 아시안계 이민자가 많은 곳에 살다보니 미국인들이 이런 경험도 하고 선입견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비단 한국이나 일본 출신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은 한일이 어떤 역사를 거쳐왔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교적 잘 알고 있더라구요.
예전에 필리핀 출신 친구를 알았었는데 농담이랍시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은 일본 싫어하고, 중국도 일본 싫어하고, 일본도 한국 중국 다 싫어하지 ㅋㅋㅋ
뭐 완~전히 근거없는 말도 아니지 아니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동북아시아 땅에 평화는 올까요? ㅠ.ㅠ
제가 미국의 인종차별에 관해 두어번 글을 쓰면서 어서 아시아 대륙도 강성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자주 썼었는데, 이런 상태라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강성해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최근 기사를 읽으니 얼마나 믿을만한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왕이 한국에서 사과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하더군요.
정말로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만행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이제라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힘쓴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사과를 해온다면 우리도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용서를 하고 동북아시아의 협력성장을 위해 노력해야겠죠.
이렇게 멀리 떨어진 땅에서조차 한국인과 일본인은 서로 미친듯이 싫어한다는 오명을 벗을 길은 그 방법 뿐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우리가 끔찍해하는 것은 일본 혹은 일본인 자체라기보다 과거의 그 나라, 그 사람들이 저지른 죄와 현재의 그 나라, 그 사람들이 그것을 부인하는 뻔뻔함이잖아요.
혐한이니 반한시위니... 제 얼굴에 가래침 뱉는 행동하는 일부 일본인들은 그걸 언제 깨달을지 모르겠네요.
한국은 토요일 아침이겠네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 이 글은 미국 전역을 일반화할 수 없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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