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부터 현재까지 세계최강국으로 군림했던 미국의 유아독존 위상도 중국의 성장 덕분에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앞으로는 양강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들 하죠?
예전에는 신경도 안쓰던 중국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는 걸 보며 피식 웃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에 왔던 13년 전만 해도 미국인들의 "미국 절대지존" 이라는 자부심/오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거든요.
지금은 아닌 척하면서 은근히 중국을 질투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주변 미국인들을 보면 또 참을 수 없는 고소미가 입가에 슬며시~~~ 헤헤헤
이런 미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세계최강의 자리는 내어줄지 몰라도 세계최고 비만국의 자리는 견고해 보입니다.
2011년 미국 비만인구의 최신 통계
초록색이 그나마 비만 인구가 적은 주이고, 색이 짙어져 붉은 빛을 띌수록 비만 인구가 많은 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전체 인구의 24.8%가 비만한 것으로 나타나 의외로 선방했네요.
미국에서 가장 가벼운 주는19.8%의 비만인구를 가지고 있는 콜로라도이고, 가장 무거운 주는 미시시피로 34.4%의 주민이 비만이군요.
현재 미국의 First Lady인 미쉘 오바마 여사가 2008년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서두른 일이 바로 미국내 소아비만 퇴치 운동이었을 정도로 미국의 비만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러나 백악관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비만현상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네요.
이건 1994년과 2000년, 2009년 미국의 비만인구를 비교한 지도인데, 갈수록 빨개지고 있죠?
제가 그 동안 관찰한 바로는 심지어 앞으로 더 시뻘개질 가능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주제로 제가 전에 한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2011/10/14 - [I'm a stranger/캘리 이야기] - 미국 가면 살 찌는 이유?!
그 때 제가 소개한 것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패스트 푸드의 1인분의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 두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첫번째 - 움직이기 싫어하는 미국인들
참으로 미쿡스러워서(?) 제가 애용하는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이것이 미쿡이다.jpg
운동하러 갈 때도 계단을 놔두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미쿡스러움~~!
미국인들은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침없이 솔직하신 한인 1세 어르신분들은 "이 놈들은 아주 게을러터졌다" 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ㅋㅋ 제가 보기엔 조금 다른 이유도 있답니다.
땅이 넓은 나라임에도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 많다보니 이들은 아무리 가까운 곳에 간다고 해도 자가용을 이용해야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도 차로 10여분은 걸리는 거리에 있죠.
솔직히 그 정도 거리는 버스나 지하철이 있으면 타고 다니겠으나 아예 없으니 울며 겨자먹는 수 밖에요.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곳에서는 장거리 외출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외출" 이라하면 하다 못해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그리고 약속장소까지 걸어가는 것 또한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테죠.
하지만 미국에서 외출이란 자기집 차고에서 자동차를 몰고 나가, 약속장소 주차장까지 운전하고 가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평생 이런 일상을 살게 되기 때문에 직접 제 발로 걸어서 어딘가 간다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히 '걷는다' 혹은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귀찮고 불필요한 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가장 어이 없는 순간은,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그 10-20미터를 걷기가 싫어서 최대한 앞쪽에 세우려고 아둥바둥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랍니다. ^^;;
분명히 뒤로 가면 자리가 있는데도 앞 쪽에 누구 하나 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뱅뱅 돌면서 눈치만 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저희 아버지는 평생을 과묵하신 분이신데, 어느 날 마트에 갔다가 왠 미국인이 그러고 있는 꼴을 보시더니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참... 이 사람들 이렇게 몸이 게으른데도 그저 나라 잘 만난 덕 하나로 잘 먹고 잘 사는구나."
국민들의 악착같은 근면함과 생활력으로 국가를 일으켜세운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인들은 그냥 나라 잘 만난 덕에 쉽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셨나봐요. ㅋㅋㅋ
두번째 - 비만에 대한 기준이 달라요
미국인들은 웬만큼 뚱뚱하지 않으면 살쪘다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습니다.
제가 바로 그 산증인입지요. ^^;;
한국에 있을 때는 다이어트 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 몸뚱아리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에 오니까 제가 살을 빼야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미국 친구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정상체형인데 살을 왜 빼??"
얘들아.... 바로 그런 기준 때문에 너희 민족이 그렇게 살을 못 빼고 있는 것이야...
그 동안 제가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한미 양국의 체형에 대한 기준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한국 기준 | 미국 기준 |
날씬하다. |
비쩍 곯았네요. 거식증 있으세요? |
정상이다. |
말랐네요. 잘 안드시나 봐요. |
통통하다. |
정상체형이네요. |
뚱뚱하다. | 통통하네요~ |
고도비만이다. |
뚱뚱하시네... ^^;; |
성인병 사망 위험군에 속한다. |
선생님 살 좀 빼셔야겠습니다~ |
재미를 위한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언정, 거짓말은 아니랍니다.
미국인들의 체형에 대한 기준이 이렇게 너그러운(?) 이유에 대해서는 그저 짐작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고도비만이 많은 사회이다보니 자기위안 혹은 자기합리화를 위해 기준을 낮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서양인들의 체구가 원래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아무튼 미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는 매년 재밌는 구경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다이어트 여행을 떠나는 진풍경이죠.
미국에서 맘 놓고 먹다가 방학 때 한국가서 다이어트하고 도로 날씬해져서 돌아오는 학생들이 많답니다. ^^
한국 출신 제 사촌동생도 미국에서 1년간 인턴생활을 하고 8킬로 정도 찐 상태로 한국에 돌아갔더니 어머니가 공항에서 보자마자 기함을 하고 바로 그 날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는 전화가 온 적도 있었답니다.
그러니 살 찌고 싶은 이는 미국으로, 빼고 싶은 이는 한국으로~!
재밌게 보셨나요?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이 이야기는 미국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도 날씬하고 몸매 좋은 사람들도 있고, 운동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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