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백인' 이라고 하면 타고난 피부색 덕에 이 세계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인종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미국에서도 'White' 이라고 하면 왠지 잘 먹고 잘 살고, 매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죠.
똑같은 학력과 소위 말하는 스펙을 가진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비교 통계에 따르면 완전히 조건이 똑같다 하더라도 백인들의 취업률이 훨씬 높은데다가 취업 후 똑같은 연차에서도 백인들의 연봉이 높은 것이 미국 사회의 현실이니까요.
이렇게 그저 피부색 하얗다는 이유만으로 대접 잘 받고 사는 백인들이 있는 반면에 똑같은 이유로 유독 심하게 멸시를 받는 백인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White Trash' 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죠.
직역하면 '백인 쓰레기' 라는 너무 적나라한 표현이 되는데, 그 뜻은 '천박한 백인' 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학력과 경제력이 낮고 특히 옷차림이나 말버릇, 행동거지가 수준 미달인 백인들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White Trash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google image)
사진 속 사람들 모두 Standard한 백인들과는 거리가 있죠?
제가 그 동안 여러번 언급했지만 전통적 백인들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미국이라고 하면 뭐든 자유롭게 하고 다닐 것 같지만 백인들만 모여 사는 곳 출신들이나 집안 좋은 사람들 혹은 대대로 부자로 살아 온 백인들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빡빡하게 지킬 것은 지키죠.
심지어 유교사상에 익숙한 한국인들과 비교해도 앞뒤 꽉꽉 막혔다고 할 정도로 엄격한 백인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쉽게 용인될 것 같은 문신이라던지, 지나치게 자유로운 옷차림, 과한 음주나 흡연 등을 모두 '수준 낮은' 문화라고 생각하는 계층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백인이라고 백이면 백 다 좋은 집안에서 부자로 자라날 수는 없는 법이니 하층민 백인들도 많을 수 밖에요.
빈곤은 자연히 저학력으로 이어지고, 저학력은 또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라미드 밑바닥의 백인들은 결국 대대로 학력, 소득, 매너, 그리고 전반적 '수준' 까지 모두 떨어지는 삶을 살게 되죠.
그래서 현재 White Trash라는 표현은 '(가난하고 못 배운) 수준 떨어지는 백인' 들을 통칭하는 단어랍니다.
주로 이런 사람들 중에서 할렘가의 흑인들과 맞먹을 정도의 '백인 강력범죄자' 가 나오게 되죠.
워낙 부정적인 속어이기 때문에 다른 인종이 백인에게 White Trash라는 말을 하는 것은 실례이지만 백인들끼리는 서로 쓸 수 있습니다.
마치 타인종이 흑인에게 N word를 쓰면 큰일 나지만 흑인들끼지는 스스럼 없이 서로를 N word로 부를 수 있는 것처럼요.
흥미로운 것은 이 White Trash라는 표현은 본래 흑인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사실입니다.
1800년대, 그러니까 미국 남부에 흑인 노예들이 존재했던 시절에, 부자 백인들은 흑인 노예들 뿐만 아니라 백인 하인들도 많았습니다.
노예들보다는 대우가 좋았지만 하인은 어디까지나 하인일 뿐이니 주인들로부터 그다지 존중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백인 하인들의 그런 꼴(?)을 보면서 흑인 노예들이 아주 고소해했다고 하네요. ^^;;
그러면서 그들을 조롱하는 의미로 White Trash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랍니다.
당시에도 흑인들로부터 멸시를 받았지만, 지금도 White Trash들은 타인종들에게 은근히 무시를 당하죠.
특히 반듯한 교육을 받아 소득도 괜찮고, 평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인 Asian American들은 White Trash들을 보면 눈쌀을 찌푸리기도 하구요.
하지만 White Trash들을 가장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백인들입니다.
피부색은 같지만 계층은 완전히 다른 고학력 고소득의 백인들 말입니다.
이들은 White Trash들이 백인들의 평균 수준을 깎아내린다고 생각한다네요.
제가 백인이 아니라서 그 속마음을 모르니 그저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상류층 백인들은 White Trash들을 엄~청나게 무시한다더라구요.
평범한 서민 백인들은 그렇게까지 안 좋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나마 서민층이 빈곤층의 상황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White Trash Party' 라는 것도 종종 여는데 일부러 White Trash처럼 꾸미고 참석하는 가장무도회 같은 거예요.
(google image)
이 사진들은 전부 White Trash Party의 모습인데요.
잘 보면 보통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White Trash가 어떤 사람들인지 느낌이 오죠?
아~주 포장해서 말하자면 자유분방한 옷차림이라고 할 수 있고 까놓고 말하면 참 저렴해 보이죠. ^^;;
저도 간혹 거리에서 White Trash들을 보곤 하는데 제가 백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매너와 상식이라고는 도무지 모르는 행동을 자주 해서 타인을 엄청 불쾌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처음엔 화가 나다가 나중에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걸 어쩌겠나' 싶기도 하구요.
누군들 가난하게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살고 싶겠습니까.
미국 사회가, 그리고 그들을 하인으로 부렸던 그 옛날의 백인들과 그들을 멸시하는 현재의 백인들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죠........
여담이지만 미국에서 White Trash에 관해 말할 때 언급되곤 하는 2명의 백인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Eminem이고 다른 하나는 Paris Hilton입니다.
Eminem은 White Trash 인생 역전의 상징으로 비춰지고, Paris Hilton은 부잣집에서 태어나도 얼마든지 White Trash가 될 수 있다는 표본으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ㅋㅋㅋ
이래서 사람은 다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생긴 걸까요? ^-^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Welcome to Califor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통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솔직한 마음 (48) | 2013.04.02 |
---|---|
금식기간이 끝났다! 고기를 먹자! 오늘은 바베큐~ (22) | 2013.04.01 |
유럽인들의 미국에 대한 선입견에 불만 많은 미국인들 (52) | 2013.03.28 |
미국도 만만치 않은 전관예우, 내 세금을 돌려줘~! (23) | 2013.03.27 |
한국에서는 아들이 엄마의 것이라는데 미국은 반대예요 (46) | 2013.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