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과 통계

오랜 세월 단일민족국가임을 당연하게 여겨 온 한국인들 사이에서 국제결혼커플이란 여전히 일말의 생경함과 호기심의 대상인 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말이죠. 좋든 나쁘든 전통적 가치관에 기반한 인습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다문화·다민족 국가라는 미국,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들은 국제결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그들의 인식을 알아 보기 전에 간단한 용어의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국적이 다른 배우자를 맞이한다는 뜻의 국제결혼 (International Marriage)이 대표적으로 쓰이지만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는 '인종이 다른 배우자와의 결혼'이라는 뜻의 Interracial Marriage가 더 중요한 단어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중국인 또는 일본인과 결혼한다면 부부의 국적이 다르기에 International Marriage이지만, 인종은 같기 때문에 Interracial은 아닙니다. 한국인이 같은 동양인 이외의 타인종과 결혼할 경우에만 Interracial Marriage가 성립되죠.

'흑백갈등'과 '이민자들의 유입'을 빼고는 국가 역사를 논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국적보다 인종·민족의 구분이 확연해서인지 (겉모습으로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죠.) Interracial Marriage가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적 조사연구소인 갤럽(Gallup)이 2013년에 발표한 자료를 통해 미국인들의 Interracial Marriage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013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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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미국인의 87%가 흑백결혼에 찬성 - 1958년에는 4%를 기록했다고 하는군요.

흑인의 96%, 백인의 84%가 흑백결혼에 찬성 - 역시 백인들이 이 문제에 더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네요.

18 ~ 29세 미국인의 96%가 찬성
30 ~ 49세 미국인의 93%가 찬성
50 ~ 64세 미국인의 84%가 찬성
65세 이상 미국인의 70%가 찬성 - 연배가 높을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도 당연하겠죠.

동부 지역 미국인의 86%가 찬성
중부 지역 미국인의 86%가 찬성
남부 지역 미국인의 83%가 찬성
서부 지역 미국인의 93%가 찬성 - 캘리포니아로 대표되는 서부는 미국 대표 진보진영이니까요.

Gallup에서는 미국의 다수 인종인 흑과 백만을 두고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2012년에 허핑턴 포스트는 또 다른 조사기관인 Pew Research Center에서 발표한 미국내 인종간 결혼 통계를 게재했는데 이 조사에는 아시안계와 히스패닉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980년에는 3%에 불과했던 인종간 결혼이 2010년에는 8.3%까지 증가했다고 합니다. 12 쌍의 부부 중 한 커플은 인종이 다른 배우자들끼리 만났다는 얘기죠. Interracial 커플들의 몇 가지 통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8 ~ 2010년 사이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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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기준으로, 백인 + 아시안 커플의 소득이 가장 높다. ($70,000, 한화 약 7천 3백만 원)
아시안 + 아시안 ($62,000, 한화 6천 5백만 원)
백인 + 백인 ($60,000, 한화 6천 3백만 원)

이건 인종간 경제적 시너지 효과일까요, 아니면...?!!!

 

마크 저커버그 커플이 평균을 무시무시하게 올린 탓일까요?

 

40%의 미국인들이 interracial 커플의 출산을 금지하는 법을 폐지한 것이 미국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30%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으며,
10%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여기서 잠깐!  interracial 커플의 출산을 금지하는 anti-miscegenation law란, 말 그대로 인종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육체적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는 것을 금했던 법입니다. 영국 식민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하는데 미 전역에 있었던 건 아니고 대표적으로 버지니아 주와 매릴랜드 주에 존재했다고 하네요.  버지니아 주에 남아 있었던 미대륙 최후의 anti-miscegenation law가 위헌 판결로 사라진 건 1967년의 일이랍니다.

위키피디아의 정보에 따르면 이런 법은 미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 인종차별정책이 있던 당시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1700년대 프랑스에 존재했었고, 현재까지도 중동 지역 일부 국가에서는 자민족 여성이 외부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인의 67%는 내 가족 구성원이 다른 인종과 결혼해도 괜찮다고 답했다.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흑인 여성보다 흑인 남성의 비율이 2배 높다.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아시안 여성의 비율이 아시안 남성보다 2배 높다.

백인과 결혼하는 히스패닉계와 흑인계들은 같은 히스패닉과 흑인들과 결혼하는 사람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다.

서부 지역 미국인의 22%가 타인종과 결혼했다. - 미 전역의 인종간 결혼 비율을 훨씬 웃도네요.

인구의 대다수가 인종간 결혼을 지지하는, 다문화사회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에도 60년대까지 인종간 출산금지법이 있었다는 사실은 (물론 지역별 차이가 존재했지만) 꽤 놀랍지 않나요? 역설적으로 그 사실은, 이제 갓 다문화사회로 들어서고 있다는 한국도 세월이 약이라고, 다양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지혜와 제도를 갖추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여러분, 신~ 신~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