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호동 씨의 탈세 문제로 한국이 시끄럽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미국에서도 강호동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봐서 그런지 배신감도 느껴지고, 그렇게 수입이 많은 사람이 무슨 욕심이 더 있어서 세금을 안낸 걸까 싶어 서민의 한 사람으로 허탈하고 실망스런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듣자 하니 추징금을 납부하기로 하고 일단락 되었다는데 탈세한 금액이 소액인 건지 아니면 원래 한국에서 탈세가 가볍게 다뤄지는지는 모르겠군요.
미국에서 탈세는 중범죄에 속합니다. 납세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IRS (Internal Revenue Service)라고 부르는데 미국인들은 이 국세청 공무원들을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라고까지 표현하며 경찰보다 더 두려워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죠. 그만큼 미국에서 납세는 철저하게 지켜야 할 국민의 의무랍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에 살기 싫어하는 이유로 부유층이나 유명인들은 죄를 저질러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간다는 부조리를 들곤 합니다. 미국인들도 물론 그런 불만을 안고 살아가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미국은 비교적 한국보다는 보편적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도 최근 연일 뉴스에 보도된 유명 스타의 탈세 사건이 있었죠?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배우 Wesley Snipes
한국인 아내를 얻은 덕에 한국에서 더욱 유명한 그는 세금 보고를 누락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어 3년형을 선고 받고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 복역을 시작했으니 이제 3년 중 겨우 9개월이 지났을 뿐이네요.
그가 탈세한 금액은 2.7 밀리언, 한화로 약 30억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큰 돈을 탈세했으니 징역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블레이드 영화 한편만으로 150억을 번 헐리웃 대스타가 2년 동안 (미국 검찰은 그가 1999-2001에 탈세를 했다고 기소했습니다.) 30억을 떼어먹었다니 그다지 많은 금액을 탈세한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물론 그는 항소를 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와 측근들은 징역형을 받을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세계적인 유명인이고 이미 추징금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패소했고 현재는 죄수의 몸입니다.
3년형이 최종선고되자 법정에 있던 그의 한국인 부인은 거의 혼절할 지경에 이르렀고 웨슬리 스나입스는 부인 곁을 지나면서 "당신을 사랑해" 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아마 그의 부인 역시 남편이 정말 감옥살이까지 하게 될 줄을 몰랐을 테죠. 한국의 악습(?)을 보면 돈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잘도 빠져나가지 않던가요...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의 징역형이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계적인 스타든 뭐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죠. 스나입스를 조롱하는 여러가지 패러디도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는 다음과 같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We recognize that he is high profile, but we treat all our inmates the same.
한국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있지만 미국에선 법 앞에 만인이 대체로 평등합니다. 저는 강호동 씨의 혐의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고 그가 탈세한 금액이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죄를 지었다면 그 역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받게 되는 처벌을 받아 정직한 대가를 치르길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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