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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약 사먹기 힘드네~

by 이방인 씨 2012. 8. 2.

늘은 미국의 "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약 먹을 일은 없지만 미국에 와서 두 가지 약 때문에 웃었던 경험이 있답니다.


첫번째 - 멀미약


이건 제가 미국에 갓 왔을 때의 일인데요. 저는 어릴 적부터 시내버스를 타고 20분만 가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릴 정도로 심한 멀미를 하는 아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장거리 여행을 할 일이 흔치 않으니 참고 살았는데 땅덩이 넓은 미국에서는 장시간 차에 타고 있어야 하는 일이 수도 없더라구요.

어느 날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멀미약을 사러 마켓 갔죠. 미국의 약국들은 보통 슈퍼마켓 안에 함께 있어서 처방전이 필요없는 약들은 마켓 안의 다른 물건들처럼 그냥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고르면 되는데요. 차 멀미는 Car sick 혹은 Car sickness 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마켓 약품코너에서 오직 그 두 글자만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둘러봐도 car sickness 단 두 단어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점원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그 때는 나이도 어렸고 미국에 익숙해지기도 전이라 왠지 뭐 물어보는 것도 두렵고 쭈뼛거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혼자 둘러보다가 결국은 못 사고 돌아오면서 혼자 의아해했죠.

 

 


??

"설마 멀미약이 처방전이 필요한 약인가.....???"


이 의문은 얼마 뒤 미국의 지인 덕분에 풀렸습니다. 제가 멀미 때문에 고생한단 얘기를 했더니 금새 멀미약을 사다주더군요. 눈을 크게 뜨고 박스를 봤더니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Motion Sickness 


안들려

아뿔사!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Motion Sickness, 즉  신체의 움직임 때문에 오는 괴로운 증상을 motion sickness 라고 하여 차 멀미, 배 멀미, 비행기 멀미, 운동 멀미 등등을 다 완화시키는 약이 있더라구요. 이걸 모르고 계속 "Car" 만 찾으니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던 거죠. 나중에는 스스로 멀미약을 사러 자주 다녔지만 대부분의 약들에 Motion Sickness 혹은 Travel Sickness라고 쓰여 있더군요. 물론 샅샅이 찾아보면 Car sickness 라고 쓴 약도 분명히 있겠지만요. ^^

 


두번째 - 감기약


이건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오빠가 하루 이틀 기침을 해대더니 감기에 걸린 것 같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믿.지. 않.았.어.요. N.E.V.E.R. 예전에 어느 만화에서 읽었는데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 고 하더라구요. 푸하하하하하

 

 


헉4
정말 감기 같아?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 감기 같아???


하고 몇번을 되물은 후, 정말이라고 하기에 감기약을 사러 갔습니다. 약품코너에서 감기약을 집어들고, 셀프 계산대로 가서 바코드를 찍었죠. 그런데 으~잉?!!

Restrcited Item


이라고 뜨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제한된 품목" 이라니 감기약이 왜 제한된 품목일까 하고 있는데 직원이 오더군요.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신분증이요??? 아니 감기약 사는데 신분증이 필요해요??"

"네, 18상 이상의 성인만 감기약을 살 수 있습니다."


헐

난 지난 13년간 어디서 살아온 걸까? 전혀 몰랐는데...


하며 집에 돌아와 오빠에게 감기약을 내밀었더니 한다는 말이


"
다시 생각해보니까 감기가 아니라 냉방병이었던 것 같아.
에어컨 끄니까 증상이 덜하다.
"


-.-^ ......................................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바보는 감기에 안 걸린다고........

어쨌든 집에 와서 인터넷을 두드려 보니, 시중에 파는 감기약을 이용해 methamphetamine이라는 환각 물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나이제한이 생겼다고 하는군요. 법이 최초로 제정된 것은 2005년이지만, 주마다 그 법을 채택한 시기가 달라서 캘리포니아는 작년 12월이 되서야 그 법을 적용시켰기 때문에 제가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죠.

그런데 미국내에서도 이 법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실제로 감기약을 이용해 methamphetamine을 제조할 만한 능력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의견부터, 설령 그런 능력자가 있더라도 18살 이상의 성인일 가능성이 큰데 미성년자만 막으면 뭐하냐는 주장까지. 그런 의견 때문인지 어떤 주에서는 감기약을 사 가는 사람들의 명단을 기록해서 보관하기까지 한다네요. 이에 반발하여 그 법을 조롱하는 농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 맞다 그렇지!
우리가 감기약으로 테러용 폭탄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법이 생긴 거야.

커피한잔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아마 이 사람은 미국 정부가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한 모양이죠. 하지만 저는 유비무환이라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신분증이야 지갑에 다 넣고 다니는데 한 번 꺼내 보여주는 게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 말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날이 무덥지만, 냉방병 걸리지 않게 주의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