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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금발과 붉은 입술에 가려진 마릴린 먼로의 진짜 모습

by 이방인 씨 2013. 3. 22.

여러분은 '마릴린 먼로' 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제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많은 분들이 이 모습을 그리시지 않을까 합니다.

 


사망 50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원한 섹스 심볼로 사랑받고 있는 마릴린 먼로야말로 '백치 금발미녀'의 전세계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만들어진 캐릭터와는 달리 그녀는 굉장한 지성을 지닌 책벌레였다고 합니다.
대중이 열광적으로 사랑한 자신의 백치 이미지 때문에 평생을 자괴감에 시달리며 괴로워 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죠.
1960년에 프랑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내가 촬영을 하지 않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 말해 주면 아무도 안 믿을 거예요. 난 학교에 다녔어요. UCLA의 밤시간 강의를 들으러요. 문학과 역사 강의를 들었고, 좋은 작가들의 책을 굉장히 많이 읽게 되었죠.

 


(www.mptvimages.com)

이 사진은 화보로 찍은 것이긴 하지만 이 곳이 실제 그녀가 살던 아파트였다고 합니다.
침대 머리맡에 꽂힌 책들과 벽에 걸린 그림 작품들이 우리가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죠? ^^

 

실제로는 늘 책을 옆에 끼고 살았다는 그녀의 서재에는 약 400권의 책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의 서재를 들여다 보면 된다는 말도 있던데 과연 이 '영원한 판타지'로 남은 여배우는 어떤 책들을 읽었을까요?
마릴린 먼로쯤 되면 소장했던 책의 목록이 단 한권도 빼놓지 않고 밝혀지는 모양이예요.
436권의 도서목록이 전부 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그 중 우리가 들어도 알 수 있는 작품들만 읊어 볼게요.

알렉산더 뒤마, '춘희'
- 원제인 Camille은 '동백꽃' 이라는 뜻인데 봄에 피는 꽃이라 한국어 제목이 '춘희'가 된 모양이죠?

랄프 엘리슨, '투명 인간'
- 본래는 자아를 찾는 심오한 내용의 소설이지만 저는 이제 투명 인간하면 X-men 밖에 안 떠올라요.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 이것 역시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가 먼저 떠오르네요... 이게 다 헐리웃 때문이다. ㅠ.ㅠ

이안 플레밍, '007 위기 일발'
- 우리에게는 영화로 더 친숙하지만 당시에는 신간 소설이었겠죠.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 '소유냐 존재냐' 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작품도 읽었네요.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즈'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의 본을 따라 18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제임스 조이스 스스로도 '내 작품 중 가장 어렵다. 앞으로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그 뜻을 풀이하느라 바쁠 것이며, 이것이 나에게 불멸을 가져다 줄 것이다' 라고 말했다죠.
현대 영문학의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이면서 대작 중의 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리스의 대문호 카잔차키스 역시 마릴린 먼로의 서재에 있었네요.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들
- 버나드 쇼는 '시저와 클레오파트라'로 가장 유명하지만 오드리 햅번 주연의 영화 'My Fair Lady'의 원작인 '피그말리온'도 그의 작품이죠.
저는 작품보다 '버나드 쇼' 하면 아무 때나 돌직구 날린다는 이미지밖에 없는데요.
버나드 쇼가 극작가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에, 미모는 뛰어났지만 아둔하기로 유명했던 여배우가 그에게 반해 이런 말을 했대요.

선생님과 제가 결혼하여 선생님의 머리와 저의 외모를 닮은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대단할까요?

그랬더니 버나드 쇼가 눈도 깜짝 않고 대답하기를,

나의 외모와 당신의 (돌)머리를 닮으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이 일화를 듣고 나서 저는 어떤 작품을 이야기해도 버나드 쇼하면 이 말밖에 떠오르질 않아요. ㅋㅋㅋ

존 스타인벡의 소설들

-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고향 사람, 존 스타인벡의 작품들도 눈에 띄네요.
캘리포니아 '살리나스'라는 곳이 스타인벡의 고향이라 저도 그곳에 있는 스타인벡 기념관에 가 봤는데 그의 대표작인 '분노의 포도'가 전세계 수십개 나라 언어로 출판되었다며 한국어판도 전시되어 있더라구요!

테네시 윌리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이런 작품들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읽는데 마릴린 먼로는 당시의 '신간'으로 읽었다는 것이 참 당연하면서도 신기합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거라'
- 노인이 물고기 잡는 이야기로 유명한 헤밍웨이의 소설도 많이 있었습니다.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죠!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토마스 만, '베니스에서의 죽음'
에밀 졸라, '나나'
마르셀 프루스트, '소돔과 고모라'
-러시아, 독일, 프랑스 작가들의 책들도 많이 있구요.

플라톤, '철학'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고대 그리스 철학에도 관심이 있었군요.

J.W.N. Sullivan, '베토벤 전기'
랄프 베이츠, '슈베르트 전기'
-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있어서 음악가들의 전기를 비롯해 6권의 음악 서적이 있었습니다.

마르크스, '자본'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토인비, '역사의 연구'
- 이 밖에도 각종 정치학 및 사상 관련 책들이 무려 29권이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버트런드 러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칼릴 지브란, '예언자'
- 심지어 종교 관련 책들도 10권이나 됐구요.

아인슈타인의 에쎄이 모음집
오펜하이머, '오픈 마인드'
- 과학 서적도 11권 있었습니다.

깨알같은 여담이지만 MBC 무한도전의 광팬이시라면 '오펜하이머' 라는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에피소드 없나요?
예전에 '정총무 특집'에서 멤버들이 서점에서 마구 사들인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던 적이 있죠.
그 때 하하씨가 고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라는 책의 주인공이 바로 로버트 오펜하이머였습니다. ^^

The Life And Work of Sigmund Freud by Ernest Jones
Letters Of Sigmund Freud, ed. Ernest L. Freud
Glory Reflected by Martin Freud
Moses And Monotheism by Sigmund Freud
Conditioned Reflex Therapy by Andrew Salter
- 이것들은 전부 프로이트의 저서나 그에 관한 연구 저서입니다.
이 외에도 심리학 서적이 18권이나 더 있었구요.


어우 어우~ 이 밖에 제목만 들어도 심오한 책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멈추기로 하죠.

여러분, 이 목록을 보시니까 어떠세요?
마릴린 먼로가 우리가 아는 그 마릴린 먼로가 아닌 것 같죠?
그녀는 36세에 요절했으니 그리 오래 산 것도 아니었는데 읽었던 책들이 이와 같습니다.
몇 년 후면 그 나이가 될 저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책들도 수두룩해서 완전 부끄럽네요.
우리 모두 책을 열심히 읽읍시다! 와 함께 한 문장 덧붙인다면, 영어권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마라.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말이죠.
마릴린 먼로의 백치 미녀의 얼굴 뒤로 이런 젊은 지성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요.
오늘은 엄청나게 상투적인 마무리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좋은 말이긴 하잖아요? 소심

여러분, 겉모습보다 알맹이가 꽉찬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