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월 17일에 초록색 옷을 입지 않으면 꼬집혀요. ㅠ_ㅠ

오늘 미국은 3월 17일 일요일인데요.
매년 3월 17일에는 거리에서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초록색 옷을 입지 않으면 친한 친구들에게 꼬집힐 확률 90% 이상이거든요!
저도 미국에 이민 온 첫 해, 3월 17일에 다른 색 옷을 입고 학교에 나갔다가 장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팔뚝을 엄청 꼬집혔어요. ㅠ_ㅠ
그 날 제 팔뚝이 수난을 당한 이유는 바로 이 분 때문입니다.

 

이 숭고해 보이는 분이 누구냐면요,
서기 400년경에 살았던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St. Patrick (성 패트릭) 입니다.
3월 17일은 이 분을 기리는 St. Patrick's Day죠.

 

천주교의 축일이자 아일랜드의 국경일인 St. Patrick's Day는 미국에서는 공휴일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념하는 날입니다.
미국 건국 초기에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도 Irish American의 후예들이 많거든요.
(디카프리오 주연의 Gangs of New York 이라는 영화도 그 시절 Irish 이민자들과 뉴요커들의 대립을 그린 이야기죠.)

위의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볼 수 있듯이 St. Patrick의 상징은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세 잎 클로버인데요.
클로버의 일반적 명칭인 Shamrock (토끼풀)이라고 부르는데, 아일랜드의 국장(國章)입니다.
성 패트릭이 생전에 사람들에게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Trinity)'를 설명하기 위해 잎이 3개인 Shamrock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상징이 되었답니다.
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Shamrock 덕분에 초록색 또한 St. Patrick의 대표 색이 되었고, 그 때문에 St. Patrick's Day에는 초록색 옷을 입게 된 것이죠.

 

 

 

 

 

 

시중에는 수도 없이 다양한 디자인의 St. Patrick's Day 셔츠들이 있는데요.
초록색을 입지 않는 사람을 꼬집는 데는 깊은 뜻이 있답니다.
세게 꼬집히고 나면 멍이 들면서 푸르딩딩~ 멍이 들잖아요?
초록색 옷을 입지 않은 대신 초록빛 멍을 선물해 준다는 뜻이랍니다. 

 

낯선 사람은 초록색 옷을 입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는 일이 없지만 가까운 친구들은 초록색을 안 입으면 이 때다! 하고 짖궂게 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꼬집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장난스럽게 이런 옷을 입기도 하죠.

 

 감히 천사님을 꼬집어?
죽음을 맞이하라~

 

날 꼬집으면 네 녀석 얼굴에 주먹을 날려주마!

 

저도 미국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초록색을 안 입었다고 꼬집는 건 미국에서 생겨난 풍습이라네요.
게다가 St. Patrick's Day는 아일랜드보다 미국에서 더 떠들썩하게 기념한다고도 하구요.
정작 아일랜드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너무 요란떤다고 작작 좀 하라고 한답니다. ㅋㅋㅋ
얼마나 야단법석을 떠는지 시카고에서는 매년 St. Patrick's Day에 강을 통째로 초록색으로 물들여 버립니다.

 

저도 아직 제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게 CG가 아니고 실제 모습이래요.

 

이 행사는 시카고에서 무려 50년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데 원래는 강물에 오염물질을 버리는 것을 적발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오염물질과 닿으면 초록색으로 변하는 염료를 풀어서 어느 곳에서 불법 오염물질 투척이 있었는지 감시하려고 시행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재미삼아' St. Patrick's Day에 초록으로 물들이는 거라고 하네요.

 

(Credit: AP)

이렇게 놀면 재밌긴 하겠네요.

 

저는 평소에 초록색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Irish도 아니지만 St. Patrick's Day에는 재미로 초록색을 입기도 한답니다.
가끔 분위기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잖아요?

여러분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