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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18세가 되면 독립하는 미국인들, 부모님 부양에 대한 생각은?

by 이방인 씨 2013. 5. 9.

어제 한국은 어버이날이었죠?
인터넷 뉴스를 보니 한 쪽에는 '부모님 선물에 용돈에, 허리 휘는 자식들' 이라는 기사가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는 것이 일반적이라 이런 기사도 나는 거겠죠.

미국도 이번주 일요일인 5월 12일이 어머니의 날입니다.
'어버이' 라고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5월 둘째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고, 6월 셋째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입니다.
이런 날에 어머니 아버지께 물질적 선물을 드리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서 저도 그렇고 제 주변 미국인들도 모두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놓았죠.

그런데 어제 말입니다...
우연히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어버이날 관련 글을 보다가 조금 놀랐답니다.
어떤 한국 분이 본인은 특별한 날은 챙기지만 월급이 빠듯하여 부모님께 매달 용돈은 못 드리는데 그것이 "큰 잘못" 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그 글을 읽고 드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못 드리는 것이 큰 잘못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아마 미국식 생각... 이었나 봐요.... ^^;;
헉4

글 밑에는 그 분을 비난하는 댓글이 꽤 있었었습니다.
다만 10-20만원이라도 매달 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분들이 많았고, 심지어 어떤 분은 "쓰레기" 라는 표현도 하시더라구요.
물론 그 분이 유독 과한 표현을 쓰셨다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부모님께 매달 용돈 드리는 것을 당연한 도리라고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한국에는 나이드신 부모님을 부양하는 건 자식의 의무라는 인식이 있는 거겠죠.

미국인들은 어떨까요?
일찍부터 부모로부터 정신적·경제적 독립을 시작하여 홀로 서는 미국인들의 인생관을 보면 부모님 부양의 의무라는 말은 사전에 없을 듯도 한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전 제가 말한 그대로 입니다.

경제적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잘못은 아니다.

라고 미국인들은 생각합니다.

한 2년 전에 미국의 경제전문지 Forbes에 나이드신 부모님 부양에 대한 10가지 조언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부모님을 부양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도의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자식들을 위한 현명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기사였는데요.
미국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부모님의 자산 상태에 대해 확실히 여쭤 보고 계획을 세우세요.

부모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생각하지 말고 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한달 생활비는 얼마나 드는지, 집을 팔 생각은 있는지, 여쭤 보고 남은 재산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네요.


2.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세요.

부모님의 남은 재산에 대해 변호사와 세무사의 조언을 먼저 듣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3. 어느 정도까지 도울 의향이 있는지 솔직히 밝히세요.

얼마 만큼 도와드릴 수 있는지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게 좋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쉽게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4. 가족 회의를 여세요.

형제들은 물론이고 손자 손녀들까지 (그들이 성인이라면) 다 모이는 가족 회의를 여세요.
금전적으로도 십시일반 하는 것이 좋을 뿐더러 함께 모여 상의하면 더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5. 부모님을 용서하는 기회로 삼으세요.

만약 당신의 부모님이 그다지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고 해도 부모님의 지나간 과오를 용서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의미로 도와 드리세요.
용서하는 것이 곧 당신을 자유롭게 해 줄테니까요.


6.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부모님을 집에 모시고 사는 것은 경제적 문제 뿐만 아니라 Care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잘못될 경우, 모두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으니 한 집에 살게 될 모든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동거의 룰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모두가 조금씩 희생해야 합니다.

당신 혼자만 감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부모님만 희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당신이 부모님 부양의 경제적 의무를 진다면 부모님은 당신의 룰에 따르며 양측이 공정하게 짐을 나누어야 합니다.


8. 부모님의 무계획적인 소비가 원인이라면 현실적인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의 계획 없는 소비 습관 때문에 경제 사정이 악화되었다면, 그래서 거처할 집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라면 양로원으로 가시거나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9. 당신의 저축을 사용해야 한다면 전문가와 상의부터 하세요.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당신의 저축이나 은퇴자금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조언을 먼저 구하세요.
당신의 미래를 위해 모아둔 돈을 꺼내 쓰게 되면 결국 그것은 빠르면 몇 년 후부터 당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입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자금의 사용을 위해 충분한 상담을 해햐 합니다.


10.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만약 부모님의 요구가 지나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NO" 라고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부모에게 금적전 도움을 주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일입니다.
그 어떤 법도 부모 부양을 강요하고 있지 않으니 자신의 양심의 기준을 따르면 됩니다.


자, 이상의 10가지가 포브스에서 권고한 부모 부양의 법칙이었는데요.
보시니까 어떤가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냉정하다고 느끼셨나요?

한 가지 분명한 건, 미국인들도 늙은 부모님의 생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18세가 넘으면 서서히 독립을 시작하고 학업을 끝내고 직업이 생기면 부모님으로부터 100% 경제적 독립을 하다 보니 부모도 성인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자녀 역시 부모 부양의 의무가 없기 한국처럼 경제적으로도 끈끈한 부모 자식 사이가 될 수는 없답니다.
(물론 요즘은 이런 전통적 독립주의가 많이 바뀌고 있긴 합니다만.)
때문에 한국인들처럼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로 여기지는 않지만 미국인들 중에도 부모님을 어떻게든 돕기 위해 머리 터지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도 어디나 마찬가지라지만, 자녀들의 마음 역시 문화는 달라도 다 같은 것 같습니다. ^^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