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에서 운전 배우고 한국가서 사고낸 삼촌이야기를 썼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제가 미국에서 운전면허 딴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구요.
약간은 못나게... 찌질하게(?) 미국 면허 땄던 저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운전을 못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미국에서, 저도 어느 덧 혼자 운전을 해야하는 시기가 와서 면허시험 준비에 들어갔는데~!
필기야 예상문제만 외우면 그만이니 어려울 게 없지만, 실기가 걱정이 태산인겁니다.
저희 시의 운전면허 실기시험에는 3가지 필수미션이 있습니다.
1. 차선변경 - 어제 쓴대로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는거죠.
2. 3 point turn - 이건 말로 잘 설명을 못하겠기에 이미지를 첨부합니다.
이렇게 길을 잘못 들어왔을 때라던지, 왔던 길로 돌아가야할 때 180도 방향을 바꾸는 운전술이죠.
3. 평행주차 - 일렬로 세워진 차들 사이에 주차하는 방법이죠?
미국 운전실기시험에는 코스가 없고 도로주행만 있으니, 위의 3가지 메인 과제를 도로주행중에 다 시행해야하는 것인데요.
저는 이 세 가지중에 하나를 너무 어려워해서 난관에 봉착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못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3번! 평행주차입니다. (자... 자랑이다...-.-z)
저는 전형적인, 공간감각이 부족한 금성에서 온 여자거든요. ^^;;
일단 오빠한테 배우긴 했으나, 자기는 쉽게 하는 걸 제가 못하는 게 답답해서 그런지 인내심있게 차근차근 가르쳐주질 못하더라구요.
그냥 우격다짐으로 하라 그러니 평행주차 한번 하는데 차를 한 6-7번은 넣었다 뺐다 해야되는거예요.
아놔~ 차라리 차를 머리에 얹어놓고 싶더라니까요!
면허시험볼 때 고따우로(?) 했다가는 똑! 떨어지겠지요.
연습을 해도해도 불안해서 걱정하고 있는데 짜잔~ 구세주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친구가 저는 모르고 있었던 고급 정보를 툭! 던지듯 하사하셨던 것입니다.
평행주차 못한다고? 그럼 옆의 다른 도시 가서 시험 봐.
엥?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도시로 가라니?
거긴 평행주차 안 시켜.
알고보니 미국은 주마다, 시마다 운전면허시험 기준도 조금씩 다른 것이었습니다!
저희 동네는 평행주차가 심사항목에 들어가 있었지만, 바로 옆의 다른 도시는 일반주차만 하면 되는 것이었죠.
게다가 캘리포니아 주민이라면 캘리포니아 어디에서나 운전면허시험을 응시할 수 있었구요.
그래서 저희 시에서도 조금 더 수월한 옆 도시로 가서 운전면허를 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아닙니까.
저도 곧바로 옆 도시의 차량국에 응시신청을 했고 마침내 두근두근~ 시험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또 한번의 행운이 제게 찾아왔으니! 나이가 지긋한 백인 남성 시험관 아저씨가 절 보더니 어디서 왔냐고 묻더라구요.
제가 한국출신이라고 했더니 예고도 없이 날아든 "안녕하세요~" !!!!
워낙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시험보러 오니까 친절하게 인삿말은 알아두었나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말이 "My wife is a Korean."
'오잉~ 이건 분명 호재겠지?!' 기대하고 주행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시험관 아저씨는 제가 긴장하고 있으니까 안되보였는지 몇 가지 간단한 한국말 단어를 (밥 줘, 좋아해~, 빨리빨리 등등 ㅋㅋㅋ) 마구 내뱉으며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하시더라구요.
덕분에 웃음을 되찾고 차선변경, 3 point turn 까지 다 하고 평행주차는 역시나 하지 않고 주행을 마치고 시험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생각엔 별 실수없이 마친 것 같아 얼굴이 밝았거든요.
그런데 그 시험관 아저씨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10점 이상의 감점이 있으면 면허를 딸 수가 없어요. Oh No~ 그런데 여기 써 있는 숫자 좀 보세요.
그래서 시험 채점지를 봤더니 적힌 숫자는 26......................!!!
아니 시험이 쉽다고 여기로 왔는데 여기서도 떨어지면 어쩌나 싶어서 너무 실망해 있는데, 그 분이 쓰윽 웃으며 말씀하시네요.
이걸 가지고 26번 창구로 가서 Pass 했다고 말하세요. 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나옵니까..... 이 양반아.... -.-^
순간 욱했지만... 곧바로 같이 아하하하하하하 웃으며 어금니 꽉! 깨물고 26번 창구로 갔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2주 뒤 집으로 운전면허증이 날아왔답니다. ^-^V
아마 운전면허 따보신 모든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하더라구요.
이게 2003년의 일이니, 내년이면 운전경력 10년이 되네요. ^-^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운수좋게 면허 딴 제 이야기, 재밌으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제 글은 미국 전역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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