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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동양인들을 무시하면서도 열등감 느끼는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12. 6. 1.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은 드러내진 않지만 속으로 동양인들을 얕잡아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본인들은 발뺌하지만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인종적 우월감이 남아 있는데다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보편적으로 동양인들이 미국인들보다 무지하고 매너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동양인으로 일본인을 꼽은 것만 봐도, 모국의 사회 경제수준과 공중매너가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우월의식에 젖은 미국인들이 동양인들에게 느끼는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설마 열등감까지 느낄까?'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도 확실히 열등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이 꽤 있답니다.
제가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를 한 번 보실까요?

 

첫번째 - 성공한 아시안들에 대한 질투

언젠가 제 포스트에 쓴 대로 미국에서 아시안계 이민자들은 Model Immigrants 라고 불립니다.
모델이라고 해서 옷을 잘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본보기' 가 되는 이민자 집단이라는 뜻이죠.
즉, 미국에서 이민자 신분으로 성공하려면 아시안계를 따라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아시안계의 성공요인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교육열 성취욕인데요.
이 두 가지 때문에 미국에서 인구 대비 의사와 변호사의 비율이 아시안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이런 아시안들의 사회적 성공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천한 것' 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질투하는 경우도 꽤 있더군요.
제가 대학 다닐 때 알게된 30대 중반의 늦깎이 백인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병원 앰뷸런스의 응급의료원 (paramedic) 으로 일하다가 의과대학에 진학할 목적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그 나이에 다시 의대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는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왜 그런 결심을 했냐고 물었죠.

 

내가 일하는 병원의 의사는 하나같이 스무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동양인들이야.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투성이지. 
난 이제 더 이상 그들 밑에서 쩔쩔매며 일하기 싫어졌어.

 

그러면서 도대체 동양인들은 뭘 먹길래 그렇게 어려보이냐고 덧붙여서 투덜대던 그 친구, 지금쯤 의사 됐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

또 한번은 학교에서 다문화 사회 강의를 듣던 중에 있었던 일인데요.
교수님이 타인종에 대한 인식조사를 하셨습니다.
"Fortune 500대 기업의 CEO 및 임원들 중, 아시안은 몇 퍼센트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적어도 30% 이상일 거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겨우 7% 남짓이었답니다.
교수님이 답을 말하자 여기저기 미국인들이 "그것밖에 안돼?" 라며 놀라더군요.
미국인들의 머리속에는 아시안들의 경제적 성공이 실제보다 크게 각인되고 있다는 것이죠.
'아시안들은 성공했다' 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우리에겐 기분 나쁠 건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강의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농담에 저는 확 불쾌해지고 말았답니다.

Only 7%? Now, I feel better.  겨우 7%? 아~ 기분 좋아졌어.  즐거워


분명히 백인이 했을법한 이 농담에 다른 미국인들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저를 비롯한 아시안들은 모두 눈살을 찌푸렸죠.
하지만 이 역시 생각해보면 아시안들이 빠른 속도로 미국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것에 대한 시기심 혹은 위기감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볼 수 있죠.

 

두번째 - 아시안의 수준 높은 재주(?)에 대한 부러움

여기서 재주라는 것은 다방면의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악기를 다루는 재주, 일을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하는 재주 등등이죠.
엄밀히 말하면 이건 아시안들의 선척적 재능이 미국인들보다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시안과 미국인들은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다릅니다.
제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 미국 초등학교 학예회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엄청난 문화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의 학예회였는데, 기악부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연극 공연이 있었지요.
그 아이들의 수준을 보면서 저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요.
한국이라면 그 정도의 형편없는 완성도와 실력은 학예회가 아니라 재롱잔치라고 불러야 될 듯 하더군요.
그런데도 미국 부모들은 기립박수에 온갖 칭찬에, 호들갑에, 솔직히 이 사람들 어디 모자라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죠.

물론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보낸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답니다.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칭찬을 들으며 자라다보니 실제로 자신들의 수준을 착각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고, 또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것이 바로 근래들어 미국인들도 점차 깨닫게 된 Low Standard (낮은 기준)입니다.
쉽게 말하면 '잘한다' 는 것의 기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100점 만점에 50점만 맞아도 만족하고 70점 정도만 되면 잘했다고 여긴다는 것이죠.
반면 아시안들은 겸손의 미덕을 전통으로 고수하고 자란 탓도 있어서인지 왠만큼 잘하지 않고서야 잘한다는 말을 하지도, 듣지도 않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잘한다' 의 기준이 엄청나게 높기도 하구요.

이러니 같은 학교 기악부에서 같은 악기를 배운다고 해도 미국인 아이와 동양인 아이의 수준 차가 엄청난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도 아니겠죠.
제 사촌동생도 3학년 때 클라리넷을 시작했는데, 처음에 제 4번 의자에서 출발해서 1년만에 5학년 선배를 제치고 제 1번 의자에 앉게 되었습니다.
사촌동생 말을 들어보니, 플룻도 바이올린도 제 1번 의자는 모두 아시안 학생이라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모두 같이 하는 연습외에 집에 와서도 꾸준히 연습하는 사정은 모르는 채, 기악부의 타인종 학생들이 저마다 1번 의자를 차지한 아시안 학생들을 은근히 시기 질투한다고 합니다.

저도 예전에 유투브에서 한국의 기타 신동 정성하군의 인기 동영상 밑에 달린 백인의 넋두리 섞인 댓글을 보며 빵 터진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23살이라고 밝힌 백인 남성이었던 것 같은데 대략 이런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흥4 암튼 우리 (백인)가 뭔가 열라(?) 잘한다고 생각해도, 꼭 우리보다 훨씬 잘하는 8살 먹은 동양인 꼬마가 있다니까! 젠장.


배꼽빠지게 웃으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는 자부심을 느낄 정도의 실력이지만, 아시안과 비교하면 꼬마 신동에게 지는 수준이라는 거죠.
이런 경우를 미국인들에게서 워낙 많이 봐서 저는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제 미국인 친구들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실제 실력을 확인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웃다가 숨 넘어갈 지경이죠.
피아노를 잘 친다는 친구가 있어서 한 번 들어봤더니 겨우 바이엘 상하 마쳤을 것 같은 수준이었고, 프랑스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친구에게 프랑스어를 시켜봤더니 이건 뭐, 포켓 여행회화 가이드 수준이었던 적도 있었답니다.

예전에 미국인들끼리 모여 살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점차 아시안 이민자 인구가 늘어나면서 미국인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 쓰는 것을 제외하면  많은 분야에서 아시안들에게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의아해하기 시작한거죠.

그래서 그들이 나름의 문제점으로 파악한 것이 바로 Low Standard 입니다.
오마바 대통령이 교육이나 경제 분야 연설을 할 때마다 툭하면 한국인들의 높은 기준과 목표의식을 들먹이는 것이 바로 그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해서 해결이 쉬운 것만도 아니랍니다.
아시안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 백인들은 문제를 통감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백인들이 모여사는 곳의 사정은 별반 다를게 없거든요.
게다가 너무 오랜기간 축적되어온 문화적 특성이라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구요.

오늘 글 첫머리에 미국인들이 아시안들 무시한다고 쓰기는 했지만 사실 반대로 미국내 아시안들도 미국인들을 무시 한답니다.
솔직히 우리 기준으로 보면 미국인들은 많은 부분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 은근히 깔보게 되는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죠.
미안하면서도 웃긴 일은 미국인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
하루는 저랑 친한 백인 친구가 약간 투정하듯 말하더라구요.

멍2 아시안들이 우리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는거 다 알아. 아니 뭐 사실 전세계가 우릴 저능하다고 생각하지 뭐.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게 그러니까.. 음.. 저..아.. 알긴 아는 구나??  미안미안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뜨끔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일단 아니라고 발뺌을 했답니다.
하지만 웃으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이렇게 평범한 시선으로 보면 우리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은 미국에서 전세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강한 의지와 성실함으로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는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학업의 목적과 성공의 기준이 오히려 우리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금처럼 가진 재능을 모두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만 쓰다가 언젠가는 가장 많은 직업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날이 오겠지만 세계를 이끄는 창조적 리더는 영원히 배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오늘은 미국인들이 동양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