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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흑인 꼬마의 항변, "난 N word를 쓰지 않았어요!"

by 이방인 씨 2016. 4. 25.

백 첫 글로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반가운 재회는 역시 웃음과 함께! 해야 제격이다 싶어 재미진 실화를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방인 씨의 직장동료에게 일어났던 일이지요.

앞으로 서서히 알려드릴게 될 이방인 씨의 직장에는 흑인 동료가 한 명 있습니다. 푸근하고 마음씨 좋게 생긴 J여사죠! 이 분에게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내 여동생이 있는데 J여사는 어린 시절 여동생을 그야말로 업어 키운데다가 여동생이 아들을 낳자 그 아들까지 돌봐준 든든한 큰 언니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웃겨죽을 것 같지만, 웃는 모습을 들키면 안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녀의 조카 V군 때문에 말이지요.

직장에서 늦게 돌아오는 여동생 대신 J여사가 겨우 다섯살 먹은 조카 V군을 돌봐주고 있던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밖에서 친구과 자~알~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온 것은! 으~아~앙~ 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닙니까. 황급히 뛰어나가 보니 조카의 친구 꼬맹이가 울고 있더라지 뭡니다.


Sweetie, 왜 울고 있는 있는 거니? 무슨 일이 있었어?

J 아줌마, V가 나한테 N word를 썼어요!



그 녀석이 정말 너를... 너를...



"니가, 니가, 니가, 챔피언~"

이라고 했단 말야?!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으로 빵 뜬 Psy의 이 노래를 듣고,
흑인들이 "니가"라는 한국어를
N word의 변형인 영어 N****로 오해한 사건이 있었죠?)


차마 다 말할 수도 없어서 보통 N word라고 칭하는 이 단어는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로 타인종이 흑인에게 썼다가는 경을 칠 수 있는 위험한 말이죠. 간혹 같은 흑인들끼리는 친근함의 표현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만 아무리 흑인끼리라도 5-6세의 아동이 쓰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단어입니다. 깜짝 놀란 J여사는 당장 조카 V군을 불러 다그치기 시작합니다.


V, 너 정말 친구에게 N word를 썼어?

아니예요 이모. 난 그런 적 없어요.


그러자 J여사는 다시 한 번 친구에게 묻습니다.


V는 그런 적이 없다는데 정말 들었니?

분명히 들었단 말이예요. 으앙~~


화난 얼굴로 V를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묻는 J여사.

V, 너 바른대로 말해. N word를 썼어?! 거짓말 하면 이모가 크게 혼낼 줄 알아!

거듭되는 다그침에 울상이 되어버린 V는 마침내 울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항변했답니다.


정말 아니예요 이모. 난 N word를 쓰지 않았다구요.
내가 말한 건 M으로 시작한단 말이예요.
난 걔를 Mother F*****라고 불렀어요!


Mother F*****라고 불렀어요!
Mother F*****라고 불렀어요!
Mother F*****라고 불렀어요!



조카를 훈육해야 한다는, 투철한 이모로서의 책임감도 소용없이 J여사는 미친듯이 웃어버립니다. 이모가 크게 웃는 것을 본 V는, '요거~ 요거~ 잘하면 혼나지 않고 넘어가겠는 걸~'하는 마음에


이모, 내 말이 맞죠? Mother F*****는 M으로 시작하잖아요. 쟤는 그것도 모른다구요!


하며 입방정을 떨다 J여사의 허벅지에 안착하여 볼기짝을 맞았다는군요.
나중에 이 이야기를 제게 들려줄 때 J여사 말씀하시길,


그 때 정말 아이들 앞에서는 자나깨나 입조심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 집에 돌아온 여동생에게 이 사건을 보고하며 (J여사의 여동생은 경찰이시거든요.) 둘이 서로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예쁜 말을 쓰자고 다짐했다니까.


아이들 앞에서는 물도 못 마신다는 옛말, 동서양을 관통하는 진리랍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방인 씨,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몇 번은 더 써야 감을 되찾을 것 같군요. 글에 미흡한 부분을 있을지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사 부탁드리며 저는 이만 총총.
신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