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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헉! 이럴수가...미국에는 전자렌지가 없다니....

by 이방인 씨 2012. 5. 8.

제목 그대로, 미국에는 전자렌지라는 물건이 정말 없습니다!
미국에 이민와서 처음 집을 마련하고 세간살이를 구입하러 엄마와 저 둘이서 가전제품 마트에 갔었는데 말이죠.
TV도 고르고, 냉장고도, 세탁기도 고르고 이제 전자렌지를 봐야겠다 싶어서 옆에서 도와주던 직원에서 Electronic Range 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가스렌지처럼 생긴 물건들을 잔뜩 보여주는게 아닙니까?

엥? 이 아저씨 우리가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사니까 헷갈렸나보네

저기 스토브말고 전자렌지요. Electronic Range.

이 점원 아저씨,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Yes. Electric ranges. 하시는 게 아닙니까?
엄마와 저는 다른 물건 다 잘 사고, 이제 난관에 부딛히고 마는가!! 하며 난감했었죠.
그런데 매장안을 마구 두리번거리던 제 눈에 진짜 전자렌지가 포착됐습니다!
제가 손을 번쩍 들고 가리키며 "저기 있네! 전자렌지." 하자 점원 아저씨 눈에 띄게 당황하시며 ㅋㅋㅋ

아, 저건 electric range 가 아니라 microwave (마이크로웨이브) 인데요.

아뿔사!
전자렌지의 렌지도 영어라서, 전자만 electric 으로 바꾸면 될 줄 알았더니!!! 이건 아예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자렌지를 미국에서는 고주파를 이용하는 기계라는 뜻으로 Microwave 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전자만 번역해서 electronic range 라고 말한 물건은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으로, 점원 아저씨가 대충 짐작해서 보여준 전기 스토브의 정확한 명칭도 사실 electronic (전자) 이 아니라, electric (전기) range 라고 해야 맞는 것이었죠.

사실 이 전자렌지외에도 한국에서 영어로 부르고 있는 물건들이 이름이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아서 사~알~짝 당황할 뻔한 순간들이 가끔 있었는데요.
오늘은 미국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쓰이는 단어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Running Machine 러닝머신

이 멋드러지고 흠잡을 데 없는 영어 이름이 미국에선 흔하게 들리지 않는다니요!
물론 러닝머신이라는 단어도 쓰이긴 하지만 이 기계의 더 보편적 이름은 Treadmill (트레드밀) 이었습니다.
Tread 는 '발을 디디다' 라는 뜻이고, Mill 은 '방아' 라는 단어로, 이 둘을 합친 treadmill 은 '발로 밟는 방아' 라는 뜻이 되죠.
러닝머신이라고 하면 곧바로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지만,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종종 있는 것 같았는데요.
한번은 제가 습관대로 treadmill 이 아니라 running machine 이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그게 뭔데? 하더라구요.
그래서 treadmill 의 다른 이름이라고 알려줬더니 무릎을 탁 치며 말하더이다.

오~ 완전 한 가운데 직구네! ㅋㅋㅋ (이름이 직설적이란 말이죠.)

Vinyl Bag 비닐백

비닐봉지라는 친숙하고도 정겨운 단어도 미국에서는 쓰이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의 수퍼마켓에 갔던 날, 계산대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직원이 Paper or Plastic? 하더라구요.
엥?? 뭣이라굽쇼??
종이냐, 플라스틱이냐..도대체 무슨 소리신지? 하고 있는데, 직원이 다시 묻길, paper bag or plastic bag?
아~! 물건들을 종이백에 담아주느냐, 플라스틱백에 담아주느냐 묻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계산대옆에는 분명히 종이백과 비닐백이 있었는데 플라스틱백이라고 했다는거죠.
또 한번  아~! 미국에서는 비닐봉지를 플라스틱백이라고 부르더라구요.
이건 vinyl 이 영어단어가 아니라서 그런게 아니라 비닐이 플라스틱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라네요.

Gips 깁스

뼈가 부러지면 감게 되는 그 깁스 말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제가 무식해서 그랬는지 -.-; 이게 영어가 아닐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네요.
Gips 는 독일말이란 것! 알고 계셨어요??
라틴어에서 유래된 독일어로 '석고' 라는 뜻의 단어라네요.
제가 계단에서 발을 헛딛어서 병원에 가서야 미국에서는 이 말이 쓰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신 미국에서는 "주물, 주형" 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cast 를 씁니다.

깁스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다 아는 단어 아르바이트 역시 독일말인 것은 제법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Arbeit 는 단기 고용이라는 뜻의 독일말이고, 영어로는 쉽게 part-time job 이라고들 하죠.

오늘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에 대해 써 봤는데요.
이건 우리 한국인들이 영어를 잘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어를 쓰거나 혹은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도입된 외래어를 쓰는데서 오는 차이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한테는 흥미로운 차이로 느껴져서 포스트 해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