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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인에겐 불편한 미국집의 세 가지 단점

by 이방인 씨 2012. 6. 26.

처음 이민왔을 때 미국식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 주택으로 이사한 지 이제 9년 정도 되어가는군요.
그런데 일반적인 미국식 주택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적응되기 전까지 상당히 불편하답니다.
오늘은 한국식 주택과 달라서 불편한 미국집의 세 가지 특징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첫번째 - 온 집안에 깔린 카펫

한국에서 카펫이라 함은 응접실이나 혹은 넓은 방에 장식을 목적으로 깔아놓는 화려만 무늬의 융단을 말하죠.
하지만 미국에서 카펫은 대다수 집의 가장 기본적인 바닥재입니다.
한국식 집에 장판이나 나무 바닥재가 깔려있듯이 미국집에서 카펫이 붙어있는 것이지요.
장판이나 나무바닥이 아예 시공 때부터 붙어있는 것처럼, 미국집의 카펫도 뜯어내려면 대 공사를 해야하는 기본 옵션입니다.

 

 

부엌과 화장실을 제외한 거실과 모든 방의 바닥에 이렇게 빈틈없이 카펫이 딱 붙어있는 형태죠.

이 카펫이 정말 얼마나 불편한 지 모릅니다.
평평한 마루바닥과 달라서 카펫 속에 부스러기나 머리카락 같은 것이 들어가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청소하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그래서 미국의 진공청소기들은 카펫의 길이에 따라 진공의 세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달린 제품이 많고,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게다가 카펫에 음식물 같은 걸 흘리면 닦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한국 가정의 경우 빨간 국물이라도 흘리는 날에는 당장 카펫 전용 세척제로 박박 문지르지 않으면 물이 절대 빠지지 않거든요.
저희집에 깔린 카펫은 아주 연한 녹색계열인데 제가 방에서 코코아를 마시다 된통 쏟는 바람에 곧바로 닦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녹색 가펫에 아름다운 검붉은 꽃이 피어있습니다. ^^;;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에는 카펫 클리너 (Carpet Cleaner) 라는 전문 직업이 있습니다.
보통 가정에서는 아무리 매일 청소해도 카펫을 청결히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문 용역업체를 불러서 일년에 한두번 대청소를 하는 것이죠.
전문업체에서 사용하는 세척제와 스팀장비등을 동원해서 한번 청소를 하고 나면 "아! 원래 우리집 카펫 색상이 이렇게 밝았었나??" 할 정도이니 평상시에 카펫에 얼마나 때가 찌들어있단 말이지요.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저희집이 이럴 정도니, 신발 신고 사는 미국인들의 집은 아예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서 비싼 집들은 애초에 바닥이 대리석이나 나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새로 지어지는 집을 구매할 경우 약 천만원 가량을 더 지불하면 카펫이 아닌 나무 마루를 깔아준다고 하네요.

 

두번째 - 물 샐 틈이 없는 화장실

미국의 숙박업소를 이용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텐데요.
미국의 화장실에는 물이 빠져나갈 수챗구멍이 없습니다.
물론 샤워하는 공간에는 물이 빠지는 구멍이 있지만, 화장실 바닥은 장판이나 나무 혹은 대리석같은 바닥재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물 샐 틈 하나 없이 메꿔져있죠.
제일 짜증나는 것이 바로 세수할 때 바닥으로 물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계속 질척거리기 때문에 다 닦아야 한다는 사실이죠.
또한 화장실을 청소할 때도 물걸레 등을 이용해 소독제품으로 닦는 것이 대부분이고, 한국처럼 속 시원하게 물 청소를 못하니까 불편하기도 하구요.

예전에 한국 TV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미국에 처음 여행을 가서 호텔방에서 실수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는 걸 200% 공감하며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행중이라 작은 호텔에 묵으면서 화장실에서 간단한 손빨래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물이 안빠지는 바람에 흘러나온 물로 바깥 거실의 카펫이 온통 젖어버렸다고 하더라구요.


짱나 이거야 말로 불편한 미국집의 더블 콤보!!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왜 이렇게 불편한 구조로 발전된걸까 쉽게 이해가 안 가지만 이것도 다 집안에서 신발을 신는 미국인들의 풍습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집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있다가 화장실에 갈 때만 슬리퍼를 신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방이고 화장실이고 모두 신발을 신고 다니니 화장실 바닥에 물이 있게되면 신발 바닥에 물이 묻게 되고, 그 발로 다시 집안을 걸어다닐 수는 없는거죠.
또 그렇다고 화장실을 들락거릴 때마다 슬리퍼와 신발을 매번 갈아신을 수도 없는 일이구요.
그러다보니 화장실에도 마른 바닥을 깔게 된 것이죠.

여담이지만 많은 분들이 도대체 미국인들은 신발을 언제 벗는거냐고 궁금해 하시는데요.
이것도 물론 사람마다, 가정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집에 가면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신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밤에 침대에 올라가기 전에야 벗기도 하더라구요.

 

세번째 - 내 눈은 이미 어둠에 익숙해져버렸다...........!

마지막 세번째는 바로 미국의 조명 문화입니다.
형광등을 사용하지 않는 미국의 집들은 해가 떨어지면 불을 켜도 침침합니다.
저희집도 집안의 모든 조명은 백열전구를 사용합니다.
물론 학교나 사무실, 공공기관등의 일반 건물에서는 형광등을 사용하지만 유독 가정집에서는 백열전구를 사용하더라구요.

 

 

저희집에도 이 사진과 똑같은 조명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앞집, 뒷집, 옆집은 물론이고 다른 동네, 다른 도시의 집들도 거의 다 대동소이하구요.

 

 

집안 어디에서도 형광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별도의 스탠드를 세워놓기도 하는데요.
처음에 이민 왔을 때는 가족 모두 어두운 실내에 적응이 안되서 저녁만 되면 온 집안의 스탠드를 다 켜고 다녔었죠.
게다가 낮에도 해가 비추지 않는 곳은 어둡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끔 불평하시기도 했었는데요. ㅋㅋㅋ

 

이 놈의 집은 남향이 아니야!!

 

저도 방안에 스탠드가 하나 있는데 몇 년 지나니까 잘 안 키게 되서 지금은 그냥 장식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눈이 낮은 밝기의 조명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실내에서 밝은 불빛을 보면 오히려 눈이 아프더라구요.
몇년 전에 한국에 나갔을 때 이모님 댁에서 묵었는데 저녁이 되자 거실에 형광등을 키는 순간 바로 눈이 부시면서 잠시동안 껌뻑껌뻑했던 기억이 납니다.
앞의 두 가지와 비교하면 가장 참을만 하기도 하고 또 이제는 오히려 백열전구가 더 편하기도 한 걸 보면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봅니다. ^-^

오늘은 한국과 달라서 불편한 미국집의 세 가지 특징에 대해 써봤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