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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모님들은 결국 똑같아요

by 이방인 씨 2013. 2. 24.

여러분은 "한국 부모님"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세요?
자녀에 대한 아낌없는 금전적 지원, 맹목적인 사랑과 희생의 아이콘, 극성 엄마,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죠.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미국에 살다 보니 '우리 부모님이 한국분들이라 그러신 거구나!' 하며 새삼 느끼게 될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국 부모님들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요?
자녀가 18세를 넘기면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하고 그 후로부터는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 사랑하지만 너무 깊이 자녀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조금은 쿨~한 부모님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요?
저도 미국 부모님은 다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았답니다.

오늘은 한국과 미국의 어쩔 수 없는 '부모 본능'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 미국 아이들은 전부 자기들이 벌어서 대학 다닌다구요?

이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메사츠세추주의 한 도서관에서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53세의 신디 마르크는 집을 판 것으로도 모자라 도서관 일을 하지 않는 주말 밤에는 병원 응급실 접수부에서 부업까지 하고 있습니까.
은퇴를 준비할 나이에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집까지 날려야 했던 이유는 바로 딸의 학자금 때문입니다.
딸이 5만 5천달러 (약 6천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 공동서명으로 보증을 섰는데 딸이 학자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원금과 이자상환의 부담이 전부 그녀에게 넘어왔기 때문이죠.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는 거의 대부분 부모의 공동서명이 필요하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무엇을 믿고 보증없이 큰 돈을 대출해 주겠습니까.

신디 마르크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갚지 못한 미국의 학자금이 무려 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1조달러면 한화로 무려 1천조원에 달하는, 상상으로도 범접하기 힘든 금액입니다.
하지만 미국도 불경기가 수년간 지속되다 보니 학자금을 갚을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졸업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대출에 서명한 부모들이 큰 위험에 빠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녀의 학자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에 빠진 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기사를 읽어보니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죠?
자녀가 18세가 넘으면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고, 학비도 스스로 벌어서 다녔다는 미국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실제로 자녀가 대학에 다니고 있는 미국인에게 넌지시 물어봤더니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시절이 달라졌지~ 잘 나가던 8,90년대랑 비교할 수가 있나!


이야기인즉, 미국 경제가 불황을 모르고 성장만 하던 8,90년대에는 갓 성인이 된 자녀를 경제적으로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벌어 먹고 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을 수도 있었고, 대학에 가고자 해도 넘쳐나는 일자리와 그다지 비싸지 않은 등록금, 거기에 넉넉한 학교의 지원금 덕분에 부모의 도움없이 헤쳐나갈 수 있었던 시절이라는 거죠.
부모의 지원 없이도 아이가 할 마음만 있으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독립을 장려하던 것입니다.

하지만 2천년대 초반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청년 일자리는 줄고, 정부의 대학 지원금 삭감은 계속 되니 고졸 자녀들은 돈 벌기가 쉽지 않아졌고, 대학생 자녀들도 스스로 학비를 충당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불경기가 장기화 된 지금은 아까 소개한 신디 마르크처럼 자녀의 학자금을 갚기 위해 허덕이는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가 원조하지 않으면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죠.

제가 대학 다닐 때도 온전히 자기 힘으로 대학 학비를 해결하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보통, 학비는 부모님이 내주시되 생활비는 스스로 벌거나 아니면 기사 내용처럼 대출 받을 때 부모님이 보증 서는 경우가 많았죠. 
장학금이나 각종 지원금이 풍부했던 시절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대학생 학자금 문제가 미국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습니다.
졸업한 후 대출금을 혼자 상환하는 비율도 점점 낮아져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이죠.
심지어 요즘 통계를 보면 성인 자녀를 데리고 사는 부모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렇듯 미국 부모님들이 다 자녀가 18세가 넘으면 그 때부터 아이의 경제상황이 어떻든 혼자 해결하게 놔둔다는 선입견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인들의 독립적 인간에 대한 선호지난 시절의 경제호황이 맞물리면서 그런 문화가 지배적이었지만, 현재 미국 부모님들을 보면 결국 부모님의 마음이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빚을 내서라도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원조를 하는 부모님들이 여기도 많거든요.
물론 어디까지나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할 때 말입니다.
자녀에게 직업이 있고 고정 수입이 있으면 전에 말한, 칼 같은 더치페이 부모님이 될 학률이 높죠. ^-^

한국처럼 자녀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에게는 언제까지나 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녀의 학자금 상황 때문에 고생하는, 이미 나이 든 자녀들이 가슴 아파 거기에 또 보증을 서 주는 그들의 부모까지 있다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이 복잡한 상황이 무슨 이야기냐면요. ^^;;
대학생 자녀의 부모가 학자금 빚에 허덕이자, 그 부모의 부모 즉, 대학생의 조부모가 대신 돈을 갚아주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어쩜... 이것마저 한국과 비슷하지 않나요??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끝끝내 도와주는 것은 세계 어디나 결국 부모님들이네요.

엉엉  어머니, 아버지... 불효녀는 웁니다.

 

두번째 - 미국 부모님도 결국 어쩔 수 없구나...

첫번째 학자금 이야기가 너무 무거웠으니까 두번째는 분위기를 확 바꿔 볼게요.
'자녀에게 위기가 닥치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내가 해결한다!' 와 쌍벽을 이루는, '나를 더 사랑해 줘!' 에 관한 이야기예요.

여러분 어릴 때 이런 질문 받아본 기억 없으세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저는 부모님께는 단 한번도 이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주변 친척들이나 이웃들에게는 꽤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어린 아이를 보면 이 질문을 꼭 한번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어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꼬맹이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귀여워 하는 심리인지도 모르겠네요.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사생활을 중시하고 조금 거리를 두는 미국인들의 특성상 이런 질문 미국에는 없을 줄 알았는데 왠걸요....
이 사람들도 똑같네요.

 

Who do you like better? Mommy or Daddy?

아직 말도 잘 못해서 Mom, Dad이나 겨우 할 줄 아는 애한테 이러는 부모들 많더라구요. 헐
 

애들이 옹알거리면서 Mom이라 그러면 아빠가 Uh~ 하고, Dad이라 그러면 엄마가 No~ 이래요. ㅋㅋㅋ
유투브에서 이 질문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재밌는 동영상들도 올라와 있죠.

그런데 부모님들, 지금 아기들이 Mom이나 Dad를 고르는 것이 일희일비하시면 안됩니다.
나중에 열 다섯쯤 사춘기가 기척도 없이 방문하면 한번 더 물어 보세요.

 

둘 다 싫어요. 난 이제 다 컸으니 애기 취급 하지 말라구요!


라는 대답이 돌아올 확률이... 우하하
그러다 또 몇년 지나서 대학 가게 되면 학자금 대출 보증 서달라고....................  ^^;;

 

아오~ 정말  無子息 上八字 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키워주시는 부모님, 감사해요. ㅠ_ㅠ

즐거운 일요일, 여러분 무슨 계획이 있으신가요?
다음주를 위해 몸과 마음 다 충전하는 하루 보내세요~


이 글은 미국 부모님 전체를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18세가 넘은 자녀에게 경제적 원조를 하지 않는 부모님도 여전히 많이 계십니다. 다만 사회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미국 언론에서도 많이 다룬 사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