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느낀, 한국이 세계최고인 그것은?!

by 이방인 씨 2012. 3. 21.

어제 오후 한국에 있는 친구와 카카오톡을 하던 중, 친구가 그 날 점심메뉴였다며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냄비 안에는 낙지와 전복, 그리고 닭 한마리까지 들어있더군요.
친구가 알려준 음식의 이름은 황제 해신탕이었습니다.
저녁 먹고 앉은지 얼마 안됐는데도 보자마자 군침이 무릎까지 흐르더라구요.
그리고는 광어회 한 접시 먹겠다고 왕복 4시간 길을 운전했던 저의 일요일 하루도 떠오르더군요.
일요일 아침 10시반에 출발해서 회 먹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5시더군요.
네, 전 그런 고단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  ㅠ.ㅠ

미국에 살면서 하루하루 매순간 깨닫는 것이 바로 한국의 놀랍도록 발달한 요식업 문화입니다.
한국에 계신분들은 너무 당연해서 느끼지 못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 얘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너무 뻔해서 고민도 안되는 매일의 메뉴
 
미국은 전통 음식이란게 거의 없는 나라죠.
미국하면 떠오르는 음식이라고 해봐야 스테이크나 햄버거인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스테이크는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도 먹다보면 질리고, 햄버거는 대표적 정크푸드로 먹을 수록 건강에 손해인 음식이죠.
그런데도 오죽 음식이 빈약하면, 미국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 1위가 여전히 맥도날드라고 하네요.

저 역시 가장 많은 인종이 모여 산다는 캘리포니아에 있다 보니 온갖 나라의 음식점들이 도처에 있지만 딱히 먹을 만한 음식을 찾기 힘듭니다.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 음식점들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형을 거치지만 미국에는 바로 그 나라 사람들이 먹으러 오기 때문에 변형을 할 필요도 없고 전통의 맛을 고수하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좀 더 대중적 맛을 내기 위해 변화를 준 음식점들은 대부분 정크푸드 체인점들이죠.
예를 들면 타코벨이 정통 멕시코 스타일이 아니라 미국화된 멕시칸 음식인것처럼요.
저도 저희 집 앞에 좋은 인도 음식점이 새로 생겼다기에 어머니랑 먹으러갔다가 물만 먹고 오지요~♪♬♩
와~~ 정통 인도요리는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음식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각종 민족의 음식이 모여있지만 사실상 제가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뻔하디 뻔한 햄버거나 피자, 타코, 그리고 간혹 중국음식이 있을 뿐이죠.
사정을 아는 제 한국 친구들은 번갈아가면서 그 날 먹은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내면서 저를 약올리곤 합니다.
그래서 저도 어제는 회 한접시 먹으러 다녀온 무려 6시간의 여정을 자랑했습니다.
덧붙여서 광어회 한 접시에 한화 11만원, 산 낙지 한 마리에 약 3만원을 지불한 사실도요. ㅠ.ㅠ
그마저도 한국식 횟집과는 거리가 멀어서 밑반찬이라곤 양배추 샐러드와 단무지가 전부였습니다. 

제 친구중 단 한명도,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아 저의 자랑은 빛이 바래고 말았습죠. (얘들아...어째서??)

비단 회 뿐만이 아닙니다.
L.A나 뉴욕처럼 한인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닌 이상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숯불갈비, 닭갈비, 기타 등등의 맛있는 요리들을 먹으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바쳐야 할 지경입니다.
간혹 장시간 운전해서 먹으러 가도 맛이 너무 형편없어서 크게 실망하기 일수죠.
이런 곳에 살고 있다보니 한국은 그야말로 식도락의 천국으로 보인답니다.



중국집 배달은 꿈도 못꾸는 겸손한 현실

한국의 배달음식 문화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경탄의 대상이죠?
새벽 2-3시에도 신속배달을 자랑하는 한국의 야식들, 미국 친구들에게 말해주면 Crazy~ 라고 합니다.
저는 감히, 미국에서 야식배달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대표적 배달음식인 중화요리 만이라도 배달을 좀 했으면 좋으련만.....

저는 자장면 먹은지 지금 한 8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집은 자동차로 40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고객층이 한국인 50% 중국인 50% 이다보니, 한국식도 중국식도 아닌 미묘한 맛의 요리를 내놓습니다.
게다가 반찬으로는 양배추 혹은 청경채로 담든 김치를 줍니다.
이것은 김치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김치가 아니라고 하기도 난감한 상황 -.-;;

참고로 자장면 한 그릇은 한화로 9,500원 정도고 짬뽕은 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중화요리를 배달시켜 먹을 수 없으니 집에서 정 나가기 싫을땐 배달이 되는 거의 유일한 음식인 피자를 시켜 먹습니다.
하지만 그 마저도 Delivery charge 라고 배달료를 내야하죠.
아무리 고액의 주문을 해도, 배달료 2불을 꼬박꼬박 내야합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한국에서는 맥도날드도 만원 이상이면 배달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말했습니다.


 

벗이여! 그대가 마치 백작부인처럼 살고 있다는것을 아는가?!

 

그 때 친구의 답문자는 오로지 ㅋㅋㅋㅋ 뿐, ㅋㅋㅋㅋ 이 이토록 날 열받게 할 줄이야....끄응....

저는 여기서 배달료와는 별도로 배달원에게 까지 지불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배달주문을 하면 배달료와 팁은 별도라고 주의사항까지 들으니 안 줄 수가 없죠. -.-^
미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Tip, 정말 성가신 존재랍니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보다 더 심각한 고민, TIP

팁은 원래 To Insure Promptness 라는 말의 약자로 번역하면 빠른 서비스를 위해서 주는 돈입니다.
때문에 원래는 주문을 하고, 팁은 선불로 줘서 좀 더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시작된 문화죠.
하지만 팁을 먼저 챙기고도 입 싹 닫고 형편없는 서비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인지 이제 식당에서의 팁은 거의 후불제로 정착이 되어 있습니다.
웨이트리스들은 팁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친절하고 빠를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맥도날드같은 패스트푸드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팁을 주는 것이 관례입니다.
심지어 서빙을 받지 않고 본인이 음식을 갖다 먹는 부페식당에서도 만약 웨이트리스가 빈 접시들을 치워갔다면 다만 1-2불이라도 팁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수제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사 먹을때도 요리사에게 팁을 주기도 하구요. 

보편적 팁의 금액은 먹은 음식값의 10-15% 입니다.
웨이트리스 입장에서 보면 10%를 주면 인색한 것이고 15%는 적정 수준이지만, 반대로 손님 입장에서 보면 15%는 너무 많고 10%도 아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겠죠.
그래서 팁 문화가 일반화된 미국에서도 구두쇠 같은 사람들은 10% 미만의 팁을 주기 때문에 돌아간 뒤에 웨이트리스들의 욕을 한 바가지씩 후식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저처럼 팁 문화가 없는 나라 출신들은 솔직히 울며 겨자먹기로 주게 됩니다.
저희 부모님도 돈이 아깝지만 "동양인들은 매너를 모른다" 며 한 소리 듣게 될까봐 꼬박꼬박 팁을 계산해서 주시곤 합니다.
실제로 팁 안주는 타인종들을 개념없다고 멸시하는 백인들을 꽤 봤거든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희 같은 타인종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도 팁은 꽤 스트레스인가 봅니다.
오죽하면 적정한 팁을 계산해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인기가 있을 정도로요.
 
제 얘기 다 들으시니까 어떠신가요?
한국의 요식업 문화가 마구마구 사랑스럽게 느껴지시지 않았나요? ^-^
저는 여전히 친구들이 보내준 맛있는 음식 사진들로 대리만족하고 있답니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 드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