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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한국의 선행학습을 예찬했던 무식한 재미교포

by 이방인 씨 2012. 9. 10.

제목에 나오는 "무식한 재미교포" 가 바로 저예요. ^^;;
최근에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초등학생들, 선행학습이 성행' 이라고 나왔더라구요.

 

우와~ 한국 정말 최고다. 이런 학습도 다 시켜주고.

 

왜 제가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아시겠나요?
미리 공부한다는 뜻의 先行 학습인데, 저는 착한 일을 한다는 善行 학습으로 알았던 것이죠.
제가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오래전이라 그랬는지, 시골이라 그랬는지 선행학습이란 것이 없었어요.
뭐 미리 공부한다고 해봤자 공부 잘하는 애들이 알아서 하는거려니... 하는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先行 학습이란 용어도 없었기 때문에 善行 과 혼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기사 내용을 보니, 세상에 요즘 초등학생들 중에 수학의 정석을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대요. (말도 안돼 @.@)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 중에 미적분을!! 푸는 아이들도 있다는군요.
미적분이라 함은 Calculus 인데... 그것은 제가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도 싫어하던 것.... 쿨럭 쿨럭.. -.-
뭐랄까... 이 아이들은 수재로 훈련 되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저에겐 명문 UC 버클리를 졸업한 사촌 동생 2명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2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마치고 이민왔죠.
모두가 선망하는 명문대에 들어갔지만, 이 아이들은 선행학습이 뭔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학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부터는 AP(Advanced Placement) 라고 해서 본래 학년보다 수준 높은 클래스를 많이 들었지만요.
그나마도 고등학생이 되어서의 일이지 중학생 때까지는 하루 일과표에 노는 일이 가장 많았을 정도죠.
학교 끝나고 한다는 것은 기껏해야 악기 연주나 스포츠 같은 특별활동이었습니다.
사실 그러한 특별활동도 모두 입시를 위한 준비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놀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기준으로 보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대신에 피아노를 치거나 축구를 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닌가요?

한국과 미국의 입시 제도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어디가 낫고, 어디가 나쁘다는 식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아이들도 고등학교 때는 학과 공부 이외에 하루가 멀다하고 악기 연주하러 다니고, 운동하러 다니고, 봉사활동 다니고, 게다가 교내 클럽활동 하랴, 에쎄이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는 입시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미국도 역시 같은 환경의 학생들이 경쟁하는 곳이니까, 이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겠죠.

하지만 고작 5-6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각종 학원에다가 집으로 오시는 선생님들도 있는데, 그 와중에 선행학습까지 해야하는 한국의 아이들은...

헐철인 3종 학습이라도 해야되는 건가요??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하는 아이도 아이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 과도한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부모님들도 여간 힘들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초.중.고등학생의 70%가 선행학습 (수학과목) 을 하고 있다는 통계네요.
70%라 하면 상당수 부모들이 선행학습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게 많이 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금지법 제정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싫은데 어쩔 수 없어서 억지로 시키고 있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시키기 싫은데, 내 아이만 뒤쳐지게 키울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는 있다. 차라리 아무도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면 좋겠다.

 

라는 부모님들이 많던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당연한 당부의 말씀을 또 드립니다. 이 글은 미국과 한국의 전부를 일반화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을 깍아내리기 위해 미국과 비교한 것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