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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과 비교하니 팔자 늘어지는 미국 중학생들

by 이방인 씨 2013. 8. 8.

어제 포스트는 한국의 어마어마한 사교육 시장에 대한 글이었는데 역시나 많은 분들이 과열된 사교육 제도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쏟아내셨습니다.
요즘 한국의 공교육/사교육의 현실을 설명한 몇몇 글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제가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90년대 초중반이었고 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피아노 학원과 미국 오기 전 6개월 정도 다닌 영어회화학원이 제가 받은 사교육의 전부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릴 때는 犬 다음으로 아이들 팔자가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더 고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성적 떨어질까 봐, 경쟁에서 뒤쳐질까 봐, 반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나만 안 다닐까 봐 걱정해야 한다는 한국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과연 미국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어떤 걱정들이 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 봤더니 역시나... 넘사벽 수준의 고민들을 하고 있더라구요.
어떤 의미의 넘사벽인지 여러분도 들어 보시죠.

 

미국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
(Kids' Biggest Middle School Fear)

 

1. Combination Lock (번호 자물쇠) 을 못 열면 어쩌지?

이걸 보고 정말 웃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는 교실 안에 비치된 개인 사물함이 아니라 복도에 늘어선 커다란 락커를 이용합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학교 장면이 나오면 자주 볼 수 있죠?

 

보통 이렇게 생긴 락커인데 Combination Lock이라는 자물쇠를 씁니다.

 

이렇게 생긴 번호 자물쇠를 좌로 우로 번갈아 돌리면서 숫자 3개를 맞춰야 열립니다.

 

초등학생 때는 쓸 일이 없었던 이 자물쇠를 중학생이 되면 거의 매일 사용하게 되는 거죠.

내가 이거 잘 열 수 있을까... 멍2

이 고민... 한국 기준으로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하찮아서 고민 축에 끼워줘야 하나 마나 고민하게 만들죠?
이런 단순한 걱정이 허락되는 미국의 아이들, 팔자 좋다고 할 수 밖에요.


2. 수업에 늦으면 어떡해~

미국은 중학교부터 이미 대학처럼 학생들이 수강 스케쥴에 맞게 교실을 여기 저기 옮겨가며 수업을 듣는 시스템입니다.
한 반 아이들이라고 전부 다 같은 수업 스케쥴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커리큘럼의 제약 안에서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을 직접 선택하는 거죠.
한국보다 훨씬 적은 교과목만 가르치는 미국이라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요.
제가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 중 3때 들었던 교과목이 14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미국에서 고3때 들었던 과목이 7개니까 말 다 했죠?
아, 그런데 이건 제가 한국에서 가져 온 성적표에 워낙 많은 교과를 마친 걸로 기록되어 있어서 왠만한 과목은 다 의무 수강을 마친 뒤라 그랬던 것도 같네요.
저 학교 배정해 주던 교육국 담당자가 무슨 놈의 과목을 이렇게 많이, 그것도 매년 빠짐없이 반복적으로 들었냐고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제게 물었답니다.
한국은 중학교 3년 내내, 고등학교 3년 내내 똑같은 과목이 계속 있지만 미국은 한 번 패스하면 더 이상 안 들어도 되는 과목이 많기 때문에 제 한국 성적표에 패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똑같은 교과목이 있는 걸 보고 의아했던 거죠.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국 아이들은 중학교에 입학하면 선생님이 교실로 오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교실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혹시나 제 시간에 교실에 못 찾아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할까 봐 걱정 된다네요.


3. 친구들을 못 사귀는 건 아닐까?

중학교는 새로운 세계죠!
학교 건물도 새롭고, 락커 자물쇠도 새로 생겼고, 배우는 과목들도 새롭고, 선생님도 처음 보고, 반 아이들도 처음 만나게 되잖아요.
같은 초등학교에서 올라간 아이들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새로 만난 아이들과 금새 친해지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네요.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참 아이들다운 고민이군요. 콜미2


4. 내가 다른 아이들과 너무 다른 건 아닌지...

미국인들은 개성있는 것, 튀는 것, 남과 다른 것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고민이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미국인들과 실제 미국인들은 다른 점이 꽤 있다는 사실, 제가 여러번 말씀드렸잖아요. ^^)
아직 확고한 자아와 인생관이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 세계라 더 그렇겠지만 미국 아이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normal'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한다는군요.
아이들은 외모와 옷차림, 사용하는 학용품과 가방 등도 친구들과 너무 다른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5. 수업이 어려우면 어떡하지?

이제야 공부 관련 고민이 하나 나오네요.
미국 초등학생들은 정말이지 공부라고 할 것도 없는 생활을 하거든요.
물론 그 아이들 나름대로 학교생활도 하고 숙제도 하고 지내겠지만 많은 한국 아이들이 학원이다 과외다 바쁜 것과 비교하면 신선놀음한다고도 할 수 있죠.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일단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과목도 늘어나고 숙제도 많아지고 특별활동도 해야 하니까 혹시나 진도를 못 따라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는가 봅니다.

뭐... 이것도 사실 제가 미국에서 중학교는 안 다녔지만 사촌동생 4명이 중학교 다니는 걸 옆에서 봤는데 팔자 좋~습니다.
동생들이 다들 공부 잘 했고 좋은 대학에 갔으니까 미국 학교에서 근면하게 노력한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의 중학교를 알고 있는 제 눈에는 수월히 학교 다닌 것처럼 보이죠.
미국에서 좋은 대학에 가려면 성적 뿐만 아니라 스포츠나 음악, 미술 등의 특별활동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종일 책상 앞에만 붙어있는 게 아니라 운동도 하고 악기 연주도 하고 공연하러 캐나다니 워싱턴이니 학교 여행으로 다니면서 이래저래 숨쉴 틈이 많은 생활을 한 셈이니까요.
물론 제가 이모들에게 "얘네들 차~암~ 팔자 좋다" 했다가 사나운 눈총을 받았지만요.

우리 애들이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아서 얼마나 바쁘고 피곤한지 아니?  부글부글


네네~ 역시 세상 모든 부모들 눈에는 제 자식이 가장 안쓰러운 법이겠지요. ^^


이상 다섯가지가 미국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하는 가장 큰 걱정들이라는데요.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조금쯤 팔자 늘어지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죠??  ㅋㅋㅋ

가장 첫번째인 번호 자물쇠 못 풀까 봐 걱정한다는 소리를 듣고 귀엽기도 했지만 헛웃음도 나더라구요.
저도런 고민이나(?) 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