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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한국가서 목격한 지하철안의 독특한 풍경

by 이방인 씨 2012. 7. 7.

저는 지하철이 없는 강원도 출신이라 제가 한국에 살던 시절에는 지하철 구경도 못해보고 살았었습니다.
서울에 친척들 만나러 올라올 때도 자동차를 이용했지 지하철은 탄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 5-6년쯤 전, 한국에 나갔을 때 서울에 머무르며 원 없이 지하철을 타서 한을 풀었었죠. ^^
오늘은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제가 한국의 지하철에서 본 독특한 풍경에 대해 써보기로 합니다.

첫번째 - 전하려는 자 VS. 관심없는 자, 그리고.....

아마도 1호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1호선은 경기지역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약간 기차같은 분위기도 좀 나잖아요?
그 날도 목적지까지 한 1시간 가량 걸리는터라 조금쯤 기차여행 하는 기분으로 앉아있는데 어느 역에서 40대 중반쯤으로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타시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이 다 자리에 앉고 열차가 다시 출발하자 아주머니께서 중앙으로 나가시더니

여러분, 예수 믿으십시오. 우리를 죄를 대신해 하늘로 돌아가신 예수 믿어야 천국 갑니다.

그리고 그 다음 말들은 뭐, 여러분들도 많이 겪어보셨을테니 생략해도 되겠지요.
저는 구경갔던 명동거리에서는 많이 보았지만 지하철안에서는 처음 보는 일이라 약간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지하철안의 타 종교를 가진 분들은 아마 저처럼 조금은 호기심으로, 조금은 무관심으로 앉아계셨겠죠. 
실제로 대부분의 승객들은 눈길도 한번 안주고 심드렁한 얼굴이더라구요. ㅋㅋㅋ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 한분이 벌떡 일어나서 그 아주머니께 걸어가십니다.
속으로 "헉...! 할머니께서 조금 불쾌하셨나보다..." 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그 아주머니의 손을 잡으시며,

아이고~ 좋은 일 하시네. 복 받으실겨~

그리고 저는 스스로 제어할 겨를도 없이 빵! 터졌답니다.
집에 돌아와서 한국에 사시는 이모한테 신나서 재밌는 얘기랍시고 했더니 이모의 반응도 심드렁합니다.
지하철 역 계단이나, 역사안, 그리고 객차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음....그럼 저만 재밌었던 건가요???

두번째 - 모으려는 자 VS. 훔치려는 자

이 일화는 제가 목격하고 상당히 분노했던 일인데요.
2호선 순환선을 타고 약속장소로 가고 있는데, 지하철안 파지 모으시는 할머니 한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백발이 성성하시고 허리는 반쯤 굽으시고 몸이 아주 작고 마르신 분이셨습니다.
부지런히 열차를 돌아다니셨는지 쌀자루 포대에 이미 한~ 가득이었습니다.
그런데 순환선이라 그런지 파지 줍는 분들이 한두분이 넘으시더라구요.
50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아주머니도 계셨는데 그 분은 할머니의 쌀자루보다 작은 가방에 신문이며 일간지를 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역에서 정차하고 문이 열렸을 때 사단이 났습니다.
그 젊은 아주머니가 내리시면서 갑자기 할머니의 쌀자루 포대를 끌고 같이 내리시려는 게 아닙니까?

아이고~ 이거 왜 이래요?!

하면서 할머니가 펄쩍 뛰시며 쌀자루를 잡아보지만, 아주머니의 힘을 당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포대를 뺏기려는 찰나 다행스럽게도 문간에 앉아 계시던 한 아저씨가 자루를 도로 되찾아주셨습니다.
그 객차안에 있던 승객들이 모두 같이 분노에 찼었는데 문이 닫히고 그 파지 도둑 아주머니는 그냥 도망가버리셨죠.
그리고 다시 열차가 출발하자 할머니는 주저앉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시고, 아저씨한테 몇번이고 고맙다고 하시더군요.
그 때 많은 승객들이 할머니 괜찮으시냐고 묻고 참 분개했었죠.
지금 다시 떠올려도 양볼에 욕심주머니가 두둑히 붙어있던 그 아주머니, 정말 열 받아요. -.-^

세번째 - 신기해하는 자 VS. 창피해하는 자

이건 제 이야기인데요. ㅋㅋㅋ
지하철 구경도 못하다가 서울의 그 좋다는!! 지하철을 난생 처음 타보니 얼마나 신기한 게 많던지요....
친구랑 지하철 탈 때마다 지하철 역의 자동티켓판매기, 교통카드충전기 등등을 보며 얼마나 눈을 휘둥그레 떴는지 친구가 처음엔 웃다가 나중엔 창피해하더라구요. ^^;;
처음 타보고 제가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지하철을 탔는데 TV가 똬앗~~!!!!!!!!!!!!!!!!!!!!!!!!!!!!!!

아니, 이게 뭐야? 지하철에 막 TV가 있네!! 이런건 또 처음봤네!!

하면서 흥분해서 말했더니 제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앉은 분들은 웃기도 하시고, 친구는 벌써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못 타봤지만, 저도 미국의 지하철, 유럽의 지하철 다 타봤거든요.....
그런데 정말 서울만큼 편리하고 현대적인 지하철은 적어도 제가 가본 곳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지하철이 미국에 있다면 저는 자동차 놔두고 매일 지하철만 타고 다닐 것 같아요.
아, 물론 러시아워에는 죽음이지만요.....-.-;;
한국의 지하철에 감탄하고 놀라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죠.
저 같은 촌닭 교포들, 그리고 제 사촌동생들 같은 한국 구경 처음 해보는 교포 2세들, 그리고 한국에 여행가 본 외국인들이 하나 같이 말하는 것이 바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서울의 지하철과 대중교통입니다.
여기처럼 자동차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ㅠ.ㅠ

오늘은 저의 '신기한 세상, 지하철 경험담' 을 이야기해봤는데요.
지하철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