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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한국 기독교인들 전도 집착,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네

by 이방인 씨 2013. 5. 31.

한국에서는 비기독교인들이 기독교 개신교를 비하하는 말로 더 자주 부를만큼 열성적인 개신교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요.
보통 사람들의 한숨을 부르는 일부 민폐형 기독교인들의 행태는 제가 일일히 열거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도 빵 터지는 일화가 하나 있으니 2006년 경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서울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는데 어느 역에서 한 50대 후반쯤으로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지하철이 떠나가라 목청껏 전도를 하기 시작하십니다.
너무 소란스럽게 소리를 지르시기에 '저 분은 해도 너무 하시네.' 싶어 짜증이 치미는데 갑자기 왠 할머니 한 분이 그 쪽으로 걸어가십니다.
'오오~ 할머니께서 따끔하게 한마디 하시려다 보다!' 하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는데 할머니께서 아주머니의 손을 잡고 정.말.로. 한마디 하시네요.

 

아이고~ 좋은 일 하시네.


헐 와우 와우 와우 와우... 과연 초록은 동색!


이게 제가 목격하고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던 REAL 실화랍니다.
얼마나 웃겼던지 제 주변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들려줬던 이야기죠.

그런데 민폐라고 생각할 정도로 전도 행위를 하는 건 비단 한국에 있는 기독교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랍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만만치 않거든요.
지난번 제 뉴욕 여행기에도 관광객들이 몰리는 뉴욕의 Wall Street에서 새빨간 조끼를 맞춰 입고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하며 전도하는 한인 기독교인들에 관한 이야기 해 드린 적이 있죠?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시는 분들은 없지만 이렇게 하시는 분들은 직접 겪어 봤습니다.


첫번째 - 영업 방해

저희 부모님은 12년 전에 지금 하시고 계시는 가게를 꾸리셨는데요.
이 지역으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을 때인데 도대체 무슨 수로 알았는지 한인 교회 분들이 영업하는 곳으로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시는 겁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해서는 교회 나오라고 하는데 일단 같은 한인들이니까 함부로 대할 수도 없어서 그냥 계속 전화를 받고 "네,네" 하는 날들이 이어졌는데요.
어느 날부터는 전화가 아니라 아예 가게로 찾아오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도 3-4명이 한꺼번에 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말이죠. ^^;;
그리고 그 분들의 방문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로요!
그 분들이 독하신 건지, 아직도 교회에 안 가시는 저희 부모님이 독하신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요...

 

두번째 - 가정 방문 혹은 가택 침입

이건 제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예요.
도대체 찾아오기로 한 사람이 없는데 초인종이 울리기에 문에 뚫린 작은 렌즈로 살~짝 밖을 내다봤죠.


헉  왔.다.  그들이 오고야 말았다...


젊은 여학생 한 명과 할머니 한 분, 이렇게 둘이서 팔에 성경책 끼고 와버리셨더군요.
물론 저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분들이고 집주소도 알려준 적이 없건만 문 앞에 나타났습니다.
순간 문을 열어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할머니도 계시니까 일단 열어드렸죠.

고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의 일은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몸도 마음도 괴로운 기억이네요.
그리고 저는 우연으로라도 그 교회 앞을 지나가지 않겠다고 맹세했죠.


세번째 - 중상모략?

이 일이 가장 황당한 사건입니다.
어느 날 집으로 걸려 온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젊은 한인 여성이었습니다.
콕 집어서 저를! 찾는데 저는 전혀 알 수 없는 목소리였죠.
알고 보니 한인 교회 청년부의 회장이시랍니다...
저더러 교회 나오라고 회장님께서 친히 전화를 주셨더라구요.
"저.. 죄송하지만 제 이름과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나요?" 했더니 웃으면서 한인 사회가 작아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 그런데 저는 지금은 교회 나갈 생각이 없어서요.

 

했더니 알았다고 언제든지 나오고 싶으면 나오라고 하더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국 마켓에 가셨던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시자마자 저를 찾으시더니 OO교회에서 전화온 적 있냐고 물으십니다.
가만히 생각하다 '아, 전에 청년부 회장이 전화했었어.' 했더니 또 이번엔 통화하면서 대체 뭐라고 했냐고 물으시네요.
있었던 일 그대로, 지금은 교회 다닐 생각이 없다고 한 게 전부라고 했더니 어머니 기가 막혀서 웃으십니다.
사연인 즉, 한인 마켓에 갔더니 어머니와 인사만 하시는 정도인 한인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대뜸 이러셨대요.

 

아니, 그 집 딸내미가 아주 싸가지 없다고 소문 났어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어머니는 너무 황당해서 "누구한테 소문이 나요?" 하고 되물으셨죠.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침까지 튀기시며 OO교회 다니는 착하고 얌전한 여학생이 있는데 저하고 통화하고 울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하시더랍니다.
교회 사람이라고 하니까 무슨 일인지 감이 오신 저희 어머니는 "그래요?? 사실이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하고 돌아오셔서는 제게 확인을 하신 거죠.

전해 들은 저는 그야말로 완.전.황.당.  느낌표

전화 통화를 한 시간이 겨우 1분 남짓한데다가 위에 언급한 내용이 대화의 전부이고 울기는 커녕 그 쪽에서는 언제든지 교회 나오라고 웃으면서 끊었거든요.
아주 나중에야 제 귀에 들어온 사건의 배경은, 마켓에서 어머니께 그런 소리를 한 그 아주머니가 교회 청년부 회장에게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전해준 정보통이었던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제 이름을 아셨는지도 미스테리예요...
청년부 회장에게 전도하라며 제 정보를 줬는데 뜻대로 안되니까 저에 대한 나쁜 말을 어머니께 하신 거고 소문이 돌고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아주머니가 지어낸 말이었던 거죠.
이런 황당하고 불쾌한 일까지 겪고 나니 교회 안 나가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게 과연 신앙심이 맞는 건지 환멸마저 들었답니다.

이렇게 미국에 와서도 한인 기독교인들의 집요한 전도 공세를 겪다 보니 한국인들이 유독 맹목적 신앙에 심취하는 성향을 가진 것인지 궁금해지더군요.
물론 미국인들 중에도 제게 전도하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한인들처럼 당하는 사람이 괴롭다고 느낄 정도로 해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한국인 기독교인들은 왜 그렇게 안달이실까요??
"땅 끝까지 전하라."는 성경 말씀을 충실히 따르고 계신 건 알겠는데 예수님이 "땅 끝까지 가서 괴롭혀라." 라고 하신 건 아니잖아요.
그분들의 전투력은 나날이 레벨업 되는데 저의 방어력은 이미 바닥을 쳐서 매직 쉴드가 필요해요~

OTL 신이시여~ 부디 제게 득템을... 득템을 허하소서!


아침부터 제 애절한 외침을 듣고 계신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글 첫머리에 언급했다시피 이것은 일부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로 모든 한국인 기독교인들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