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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펠프스는 미국의 돈 없이도 정말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일까?

by 이방인 씨 2012. 8. 6.

요즘 미국은 3번의 올림픽에서 무려 22개의 메달을 따낸 사나이 때문에 뜨겁습니다.
그것도 2개의 은과 2개의 동을 제외한 18개는 금메달이었죠.

바로 이 남자, 마이클 펠프스의 믿기 힘든 경력입니다.

더 이상의 올림픽 출전은 없다고 예고한 펠프스인지라, 며칠전 열렸던 400M 혼계영 릴레이가 그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였습니다.
마지막 레이스를 금메달로 마치고 동료들과 한 인터뷰에서는 감정이 격해져서 말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습니다.
보고 있던 저도 뭉클해졌던 순간인데요.
미국 언론은 요즘 그를 The Greatest Olympian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 이라고 부릅니다.
One of the Greatests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중 한 명) 이 아니라 그를 제일 위에 올려놓은 거죠.
저는 펠프스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영선수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공정한 견지에서 그가 가장 위대한 올림피언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올림픽에서 수영 한 종목에만 무려 34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남녀를 구분한다고 해도 결국 한 종목이 17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죠.
물론 4개의 다른 영법과 단.중.장거리로 구분할 수 있으니 12개는 있어야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17개는 너무하지 않나요?
펠프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8개 종목, 2008년 베이징에서 역시 8개 종목, 그리고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7개 종목에 출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단 한 종목에만 출전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메달 기회가 수영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모두 104개의 메달이 수영 단 한 종목에서 수여됐습니다.
그 중 31개를 미국이, 20개를 호주가 따서 거의 절반을 휩쓸었고, 나머지 50여개를 19개국이 나눠가졌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이 딴 전체 메달수가 110개였으니 미국의 전체메달 중 약 1/3이 수영에서 나왔죠.
또한 전체 금메달 36개에서 1/3인 12개가 수영의 메달이었구요.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에 들어가는 자금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리스와 중국이 지난 2번의 올림픽으로 막대한 적자를 빚었다고 하죠.
바로 그래서 수영 종목이 이렇게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영은 돈이 되는 종목이니까요.
올림픽에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곳이 바로 미국의 중계 방송사라고 합니다.
수영과 육상같은 미국이 압도적인 종목들의 전미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NBC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수영과 육상 경기를 가장 많이 중계해줍니다.
저도 집에서 TV를 틀었다하면 수영이 너무 나와서 지겨울 정도거든요.
중계하는 경기 수만큼 중계권료를 지불하게 되니, 수영과 육상 경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미국에게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얘기죠.
그리고 그렇게 많은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사왔으니, 단 한명이라도 시청자가 많은 편이 NBC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겠죠.
그리하여 또 마이클 펠프스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 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의 경기를 눈에 불켜고 볼테니까요.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 없겠죠.
실제로 NBC 에서 수도 없이 The Greatest athlete 이라는 말을 내뱉은 덕분인지, 상당수 미국인들이 펠프스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선수라고 믿고 있습니다.
얼마전 한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단 1개의 종목에만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펠프스의 메달 1개가 그들의 메달 1개와 같을 수는 없기에 The Greatest 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가 댓글 테러를 당했답니다.
제가 읽어보니 지당한 의문이었지만, 사람들은 "이제껏 읽은 중에 가장 멍청한 스포츠 칼럼" 이라며 욕하더군요.
펠프스는 The most decorated olympian (가장 화려한 올림피언) 혹은 The most successful athlete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이지만, 가장 위대한 선수는 아니라는 의견이 조금 더 이치에 맞는 것 같지만, 요즘 미국에서는 안 먹히는 것 같습니다. ^^;;

물론 펠프스의 업적이 위대한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그의 22개의 메달은 공정한 경기의 결과였습니다.
그 정도 레벨의 수영선수가 다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죠.
하지만 수영과 다른 올림픽 종목의 형평성에 관해서라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올림픽도 결국 돈에 좌지우지된다는 씁쓸한 현실이 있을 뿐이죠.
신성한 스포츠의 제전이라는 것도 요정이나 산타클로스처럼 우리들의 동화속에나 존재하나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활기찬 월요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 이 글은 위대한 수영선수 펠프스의 명성이나 업적을 폄하하는 의도로 쓴 것이 아닙니다.
올림픽이란 과연 얼마나 공정한 세계인의 축제인가 생각해보고자 수영의 예를 들었을 뿐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