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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코로나 시국에 진짜 말 안듣는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20. 8. 4.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길 빕니다. 저도 무사히 살아있답니다. 그간 어찌 뜸했냐 물으신다면... 육신이 무사하긴 한데 코로나 탓에 업무량이 너무 늘어서 정신적으로 피곤했기 때문이랄까요. 혼란을 드릴까 덧붙이자면, 저는 의료계 종사자는 아니구요. 왜 업무량이 늘었는지는 다음에 포스팅하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미국인들의 못말리는 말 안 듣기"가 되겠습니다. 정말이지 이 시국에도 정부의 코로나 감염예방 권고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심심치 않게 있거든요. 제 주변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 원인은 바로 이거예요.

"누구도 내 자유를 침해할 수 없어!"

미국의 건국이념은 다들 아시다시피 "자유"입니다. 미국인들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집착(?)은 바로 그 역사에서 비롯되었지요. "개인의 자유 수호"가 미국 건국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국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영화를 보신 분들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갈등을 기억하실텐데요. 미국의 정신 그 자체를 상징하는 캡틴 아메리카는 UN의 소코비아 협약에 반대하며 누가 뭐라해도 자유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무려 117개국이 이 협약에 동의했다는 말을 듣고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캡틴 아메리카, 저는 당시 영화를 보고 그 거대한 스케일의 오만함에 놀랐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게 바로 미국이고 미국인이랍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믿는 바를 꺾지 않는 것이 바로 자유이고 미국의 정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다른 사람, 다른 사회, 다른 나라가 뭐라고 하든 간에, 심지어 내 나라 정부가 뭐라고 해도 내가 아니라고 여기면 (혹은 내가 싫으면) 안하는 사람들이 미국인들이예요. 이 나라에서 개인의 자유는 신성한 것이니까요. 공공의 이익보다 앞설 정도로 말이죠. 대표적인 예로, 개인의 선택권을 주장하며 홍역이나 백일해 등의 전염병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미국인들 이야기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디만.) 

요즘 캘리포니아에서는 식당 안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금지되어있지만, 야외 테이블에서는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가 넓은 야외석이 있는 식당을 안다며 같이 식사하자더군요. 2월에 마지막으로 보고 얼굴 구경을 못한 친구라 마스크 쓰고 만나서 큰 테이블에 거리를 두고 앉아 식사하면 괜찮을 것 같아 만났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왔습니다. 왜 마스크 쓰지 않았냐고 물으니 간단한 답이 돌아옵니다.

"마스크 쓰니까 숨 못쉬겠어. 코로나 걸리기 전에 먼저 질식해서 죽겠던데?
근데 너는 잘 끼고 있네. 하하"

이마에 힘줄이 살짝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한마디 했습니다.

"숨 쉴 수 있게 잘 쓰는 법을 배워.
그리고 불편해도 마스크 꼭 쓰고 다니라는 권고사항 몰라?"

그랬더니 친구왈,

"넌 그렇게 정부 말을 잘 들어서 뭐에 쓸래? 정부가 죽으라면 죽을 거냐?
넌 정부 말을 따르지 않을 자유가 있어!"

하아... 진짜 짜증 퐈~악~!나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다 남기고 30분만에 헤어졌습니다.

또 며칠 전에는 직장 동료 하나가 목이 따금따금하고 열이 난다며 조퇴하고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가겠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저는 "빨리 가서 검사 받고 결과 나올 때까지 집에 있으라"며 자가격리를 권했습니다. 동료가 웃으며 이런 말을 하네요.

"지난 주에 친구들 3명이랑 산타크루즈가서 너무 신나게 며칠 놀았나 봐.
운전도 많이 하고, 낮엔 서핑 하고, 밤엔 맥주 먹고 춤추고, 피곤해서 그럴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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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 바로 너 같은 인간들 때문에...
... 그래 너 같은 X들 때문에...

지금 미국이 이.시.국.이 된 것인데 지금 웃음이 나오냐...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마켓에 가보면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그건 어쩌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아예 입장이 불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집 근방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다른 장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코로나 안전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몰랐는데 간혹 이런 뜨악한 미국인들을 보니 더더욱 사람들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스크를 써야 들어갈 수 있는 곳에는 당연히 쓰고 오겠지만, 그 이외의 장소에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까 말이죠.

어이구 정말, 미국인들 못 말려요!

여러분, 안전한 하루 유후~

아시겠지만 이 글은 모든 미국인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