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코네티컷 총기 난사 - 오바마의 눈물과 미국의 그림자

by 이방인 씨 2012. 12. 16.

어제 수 많은 미국인들이 공식담화에서 연신 눈물을 훔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사상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총기 난사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죠.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Sandy Hook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비극을 애도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담화 내내 눈가를 닦아야 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지켜보았는데요.
대통령이기에 앞서 자녀를 둔 부모로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Our hearts are broken today.  오늘 우리의 가슴이 미어집니다.

 

대통령의 말처럼 금요일 내내 미국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저도 어딜가나 만나는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26명의 전체 희생자중에 20명이 5-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이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을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로 기록되게 하겠지요.
더욱이 사고가 일어난 코네티컷주의 뉴타운은 인구 3만명의 유서깊은 소도시라고 하니 이 마을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테구요.

이 사건에 대한 미국의 동요는 짐작하시는대로 거대합니다.

 

코네티컷주 경찰당국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었는데
취재 마이크의 수를 보면 이 사건이 얼마나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뉴스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간략하게 사건의 개요를 정리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코네티컷주 뉴타운에 거주하던 Adam Lanza라는 20살의 청년이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에서 어머니가 보유하고 있던 총기로 어머니를 먼저 쏘고, 집에 있던 권총 두 자루와 automatic 소총 한 자루를 들고 Sandy Hook 초등학교로 들어갔습니다. 이 초등학교는 한 때 Adam Lanza의 어머니가 자원봉사자로 일한 적이 있는 학교라고 합니다. 학교에 들어간 그는 20명의 아이들과 6명의 성인들을 쏘고 곧 자신도 자살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그의 정신적 문제는 아마도 이혼한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그 자신의 사회성 결여에서 비롯된 듯 합니다.
그는 2009년 부모님이 이혼한 후로 어머니 Nancy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사건 후 이웃 친구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Nancy는 매우 엄격한 성격이었고 Adam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의 친척은 인터뷰에서 Adam은 평소에 "obviously not well" (확실히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군요.
사실 저는 이 대목에서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이웃이나 친척 눈에도 분명히 좋지 않은 상태인 20살밖에 안된, 어찌보면 그 자신도 아직 미성숙한 아이인 청년을 도와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수 많은 사람들이 Adam Lanza를 지옥에나 갈 인간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제 생각에도 이 청년의 죄가 참으로 무거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에게, 그것도 얼굴에 (shot in the face 라네요.) 총을 쏠 정도면 이미 그 시점에서 이 청년은 온전한 정신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사라질 정도로 병이 든 상태가 아니었을까요?
어찌하여 한 청년이 그 지경까지 갈 수 밖에 없었는지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진 첫번째 이유는 미국의 총기소지법 때문입니다.
총을 쏠 일이 있어서 총기를 소지한다는 것보다 애초에 총을 가지고 있으니 쏠 마음이 생기는 거겠죠.
미국의 총기문화에 대해서는 예전에 자세히 다루었기 때문이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2012/02/21 - [I'm a stranger/캘리 이야기] - 왜 미국인들은 아무나 총이 있을까?
2012/08/07 - [I'm a stranger/캘리 이야기] - 미국 우리동네 총기류 상점의 저렴한(?) 총들

사건 후 미국 현지에서도 총기를 규제해야한다는 찬반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매번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런 논쟁은 따라옵니다만 결과는 지금 보시는대로죠.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Bowling for Columbine 이라는 영화를 만든 감독 마이클 무어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나라가 총에 미쳤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아니, 이미 너무 늦었지.
컬럼바인 이후로 적어도 31번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으니.

 

컬럼바인 이후로 그렇게나 많은 학교내 총기 난사 사고가 있었어도 끝내 총기규제법이 제정되지 못한 데에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들이 총기 소지를 선호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본주의 때문이죠.
미국의 총기 비지니스는 연간 2.8 빌리언 달러 (약 3조원)에 달하는 거대 사업입니다.
유대인들과 부자 백인들이 주를 이루는 미국총기협회(NRA)는 지속적으로 공화당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며 총기규제를 미연에 방지해 자신들의 사업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총기난사 범인들보다 더 먼저 지옥불에 떨어져야 할 죄인들은 바로 이 사람들일 겁니다.
신랄하게 말한다면 다른 누군가의 목숨값으로 이들은 대대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셈이죠.
미국 사회가 자본주의 돈의 논리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상, 총기규제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글쎄요...
사람이 이길지 돈이 이길지 지켜봐야 하겠지요..........

Adam Lanza라는 이름은 희대의 총기난사범으로 기억되겠지만 그 청년이 그렇게 사람의 모습을 잃고 괴물이 된 것에는 아마도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이 사회 전체의 탓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미국 자본주의의 흉악범들이 그 청년에게 방아쇠를 당기게 한 셈이죠.
이렇듯 정도를 모르는 자본주의의 폐해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모두 깊이 새겨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점심나절에 만난 미국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아직까지도 제 머리속을 맴돕니다.

 

지금쯤 벌써 그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선물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장식되어 있었을텐데...

 

주인 잃은 선물들을 보며 마음 아파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하늘로 간 어린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