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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진짜 한국 가고 싶게 만드는 미국의 대형 문구점

by 이방인 씨 2013. 8. 21.

오늘 아주 오랜만에 미국의 대형 문구점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왠만한 문구들은 가까운 마트에 있기 때문에 굳이 문구전문점에 갈 일이 없었는데 백 년 만에 방문한 미국의 문구점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더군요.
제가 오래전에 쓴 미국 학용품에 대한 글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2011/11/01 - [방인 씨 이야기/미국 이야기] - 미국의 학용품들, 왜 이따위야?!

미국에서 학교 다니는 동안 마음 속의 한으로 남았던 미국의 학용품들 오랜만에 보니까 역시나 한숨 나오더라구요.
여러분도 한 번 보실까요?

미국의 대형 문구점이라면 Office Depot, Office Max, Staples 등등이 있는데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Staples에 다녀왔습니다.

 

오피스 수퍼스토어라고 써 있네요.

 

 일단 필기구 코너가 가장 먼저 반겨주네요.

얼핏 보면 종류가 많은 것 같지만 다 거기서 거기인 처참한 몰골이죠.

 

 보세요.
제 말이 맞죠?

브랜드는 저마다 다른데 한숨 나오는 투박함은 다 똑같은 것일까?
미국 문구류계에는 산업 스파이가 많은 모양이지?
디자인 유출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있나?

 

 

오~ 그나마 화사한 핑크를 발견했다!

하.지.만.

8개씩은 필요 없어.
그것도 다 같은 색깔이잖아...

 

미국 문구류계의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BIC

어떻게 재벌이 되었을까나?

이 회사는 기본이 8개 묶음이고 많으면 40개 세트도 파니까.
도대체가 한 통 구입하면 반 전체가 나눠쓸 지경이야.

 

 12개에 만 원하는 볼펜 옆으로는 한 자루에 4-5만원하는 펜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펜마다 옆에 두꺼운 종이가 있길래 써 볼 수 있는 종이인가 했더니
진열되어 있는 볼펜 대신 이 종이를 직원에게 내밀면 포장된 볼펜을 주는 거였네요.

 

 한 자루만 사고 싶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 봅니다.
(한국은 대형 문구점이라도 낱개 상품도 팔지 않나요?)

하필이면 들어있는 개수도 18개

이런 진짜 18개...

 

 샤프 펜슬은 3개짜리가 있네요.

미국은 0.5mm 만큼이나 0,7mm도 많이 쓴답니다.
0.5mm는 자주 부러져서 섬세함이 부족한 미국인들은 튼튼한 0.7mm 심을 좋아하죠.

근데 그 사파리 냄새 풍기는 공짜 지우개 썩 치우지 못할까?

이 지우개 쓰다가 성질 다 버려요.
정~말 드럽게(?) 안 지워지거든요.
벅벅 지우다가 팔뚝만 아프고 종이질이 일어날 정도랍니다.

 

 스따~일리쉬한 학생들을 위해 출시했다!

핫 핑크 0.5mm

이딴 걸 스따~일이라고 여기며 평생 살았을 미국 아이들만 불쌍하죠.

 

미쿡이라 하면 무조건 이 노란 연필입니다.
아무렴요, 빠질 수 없죠.

한국과 동일한 서기 2013년 달력을 쓰고 있다고 믿기 어려운 전통 지킴이

 

 노란 게 싫어?

그럼 까만 것도 있지

강렬한 색의 대조로 카리스마를 더한 까만 연필 자루 + 흰 지우개 콤보가 너를 지배한다!

 

 서구 문명의 큰 자랑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인 버섯돌이 지우개

심지어 볼펜 뒤에도 꽂을 수 있다.

왜냐구?

겉.멋.이.지.

허세

 

 연필은 19세기에 머물러 있지만 그나마 연필깎기는 턱걸이로 20세기에 진입

어우~ 이거 너무 앞서가는 거 아냐?

급히 먹다 체할라...

 

그래, 이 필통 수준에 맞춰야지.

처음에 미국 와서 이 필통 들고 온 반 친구를 보고 코끝이 찡할 정도로 가여웠는데
필통도 없이 그냥 가방 앞 지퍼에 볼펜 한 두자루 넣고 다니는 애들을 많이 본 후로는

이 필통이 그나마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의 애용품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깔끔한 학생의 상징, 바인더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났더니 집에 쌓여있는 처치곤란 바인더가 마음의 짐

 

 1.5인치의 굵은 바인더

 의욕 넘치는 학생들이 주로 들지요

 

필기구 코너를 지나 종이 진열대를 구경했는데 필기구와 종이, 바인더가 모두 수수한데 이상하게도 페이퍼 클립 만큼은 상 날라리!

 

 

어이구~ 필기구에도 이 정도로 다양한 색상만 있었더라면...

 

 이럴 수가...
내가 미국 문구제품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올 줄이야!

 

페이퍼 클립이 이렇게 현란한 이유는 뭐야

 


불시착한 외계인 얼굴처럼 을씨년스러운 신형 페이퍼 클립 

 

 어디 사는 누가 페이퍼 클립이 500개씩 필요하니?!! 

이걸 다 사면 다음달 쯤엔 설치미술가가 되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한국 여학생들은 다이어리 꾸미기를 참 좋아한다죠?
미국 학생들은 그런 취미를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어요.

 

 이런 벼락 맞을 다이어리들 때문에요. 

 

 속지는 무조건 기본 줄 밖에 없죠.

 

그런데 종이 코너에서 신기한 제품들을 발견했어요.
굉장히 고가의 종이들이었는데요.

 

 재질, 색상, 용도까지 아주 다양했습니다.

 

 이것은 이력서용 종이네요.

일반 종이와 무게가 다르더군요.
미국에서 파는 종이에는 다 무게가 적혀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레터 사이즈 흰 종이는 20파운드 (2천장 당)인데 반해
이력서용 종이는 24파운드와 32파운드 짜리가 있더라구요.
더 두껍고 질이 좋아서 포멀한 느낌을 주는 거죠.

 

 리넨 (아마 섬유)으로 만든 32파운드짜리 이력서 종이도 있었는데
색상도 회색, 아몬드색, 아이보리색, 등등 흰색 말고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요즘도 온라인이 아니라 직접 서류로 이력서를 제출해야 하는 엄격한 회사들이 있는데
너무 밝아 눈이 아픈 흰색보다 아이보리나 옅은 회색이 좋다는군요.

미처 찍지 못했지만 코튼 25% 재질로 만든 더 고급도 있었습니다.

 용지 뿐만 아니라 이력서를 보낼 때는 봉투 역시 고급 이력서 봉투를 사용하는 게 좋다네요.

 

 이 밖에도 상장이나 고급 초대장을 만들 때 쓰는 섬유지도 있었고,

 

 논문용으로 쓰는 종이도 따로 있었습니다.

 

Formal한 종이가 이렇게나 다양했는데 카드와 편지지는 어째서 이 지경까지 허접한지요.

 

 
그냥... 난 안 카드 받아도 기분 좋을 것 같아

노 땡큐~ 

 

 어우~ 스티커 정말 고급스럽네... (명백한 반어법)

 

 이..이건 Fleur de lis?

초 럭셔리구만~

위화감이 느껴지잖아

 

 편지지 코너

그러니까 난 안 받아도 기쁠 것 같다고...

 

 크기가 작은 건 아마도 편한 휴대를 위해서인 듯 한데...

스프링이 수첩 크기에 비해 과하지 않아??

의미를 모르겠는 미니 수첩
디자인은 거론할 가치도 없음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예쁜 메모지

난 어릴 때부터 사과를 싫어했지

 

 

문구 사무용품을 깔끔히 수납하기 위한 김치통??

 

"진짜 유용한 상자"라고 적혀 있네요.
소름끼치도록 담백하게 광고하는 미국인들

왠지 모르게 저 "진짜 유용한 상자" 사고 싶어!

정말이지 고단수 상술이로군

 

 

120%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의 성향에 아직도 놀란답니다.
물건의 목적에만 집중하는 이들의 우직함과 심플함에 감탄하며 마음 편할 때도 있지만 워낙 한국에서 예쁘고 좋은 물건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미국 문구제품들이 눈에 안 차더라구요.
편리하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데다가 아름답기까지한 한국산 물건들이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