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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정말 총으로 망하려고 작정한 건지, 정신 못 차리는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13. 2. 22.

불과 두 달전에 일어났던 미국 코네티컷주의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다들 기억하고 계시죠?
26명의 피해자 중 무려 20명이 5-10세 사이의 아이들이었던 희대의 총기 학살이었는데요.
당시 담화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훔치던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더 없이 슬퍼 보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도 미 전역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솔솔 들려 오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선호는 쉽게 사그라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샌디 훅 사건 이후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총기에 관한 기사들을 보니 솔직히 미국인들 참 답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이게 지금 뭐하는 광경인지 아시겠어요?
미국인들이 총기 사용법을 교육받고 있는 현장이랍니다.
교실 뒤까지 가득 채운 이 수강생들이 누구냐면요....
바로 현직 교사들이라네요. 

미국의 모든 총기 사고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NRA (미국총기협회) 놈들이! 총기 규제는 커녕, 모든 학교에 총기로 무장한 경찰관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만 급기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직접 학교에 총기를 비치하고 위급한 상황에 사용해야 한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짓거리를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유타주의 총기단체에서 교사들을 모아놓고 무료로 (친절하기도 하시지... -.-^) 총기사용 강의를 한 모습이라네요.
이 따위 짓을 하고 있으니 총기소지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총기협회 사람들이야말로 총 맞아 죽어야 된다는 악담도 서슴치 않는 것이죠.

유타주뿐만 아니라 오하이오주의 총기단체도 교사 24명에게 사흘간 총기사용 강좌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데다가 애리조나주의 법무장관은 학교 당 1명의 교사가 의무적으로 총기를 소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안했을 정도입니다.
이걸 머리라고 굴린 건지, 아니면 총기협회에서 돈 받아먹은 누군가가 밀어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조지아주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교사 총기휴대법'을 입법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이 제안한 법을 보면, 교사는 "교내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가 있으며 그 교내란, 통학버스까지 포함한다고 합니다.
음... 그러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욱! 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이 뿐만 아니라 현재 조지아주의 다른 발의안은, 대학생들의 캠퍼스내 총기휴대 및 종교시설 내 총기반입도 허용하자는 내용입니다.

헐

만약 이 발의안이 통과되면 조지아주에서는 대학교 학생들이 전공서적과 총을 같이 갖고 다니고, 일요일이 되면 사람들이 성경책이랑 총이랑 같이 들고 교회 가는 모습도 보게 되겠네요.
그러다 또 만에 하나 그들이 욱! 하게 된다면...??

이게 다 아이들 보호를 위해서라고 주장하다니... 미국사람들 참 알다가도 모르겠죠??

연달아 이런 뉴스를 접하고 혀를 끌끌 차고 있었는데 이틀 전에 USA Today에 실린 기사를 보니까 더 기막히더라구요.
요즘 미전역에서 총기와 탄약값이 평소의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값을 올려서 못 사게 하려는 게 아니라, 너도 나도 앞다투어 총기를 사는 바람에 값이 치솟았다네요.
총기규제가 강화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그 전에 최대한 많이 사두자는 사람들이 넘쳐나서 수요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가장 인기있는 22구경 권총의 경우는 재고가 바닥나서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라네요.
일반 총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까 꿩 대신 닭이라고 '사냥용' 총기를 대신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서 사냥 면허를 새로 따는 사람들도 증가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일어났답니다.
오죽하면 신문이 인터뷰한 한 총기상점 주인은 "53년간 총기 장사를 해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이라고 밝혔네요.

총기소지법이야 총기협회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의 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이렇게 총기를 사재기하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은 어쩔 수 없이 총기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인가 봅니다.
무서운 세상이니까 서로들 총 들고 살자는 미국인들에게 솔직히 정 떨어집니다.
아휴~ 오늘 우울해요....

여러분들이 저 대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물론 모든 미국인들이 다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 사진은 미네소타주의 의회 의사당에서 미국인들이 총기 소지 규탄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