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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재미교포, 미국인들에게 오만정이 다 떨어질 때

by 이방인 씨 2013. 6. 10.

여러분~ 굿모닝 모두 씩씩하게 월요일 아침과 싸우고 계십니까?
이왕이면 다 같이 힘을 모아 월요일을 쓰러뜨려 주세요.
저는 아직 일요일 오후인데 여러분이 월요일을 처리해 주신다면 제게는 찾아오지 않을 게 아닙니까.
힘 좀 써 주세요! 제발~~

간곡한 부탁은 이쯤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좋다가도 싫어지고 싫다가도 좋아지는 게 사람이라고 하는데 제가 미국인들에게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답니다.
때로는 참 좋다가도 때로는 말 그대로 '정 떨어지게' 싫을 때도 있거든요.
왜 정이 떨어지는지 여러분도 한 번 들어 보세요.


첫번째 - 손해 보는 일은 죽어도, 아니 죽었다 깨어난다해도 안 하려고 할 때

연인간, 부부간, 부모 자식간에도 철저하게 더치 페이하는 미국인이 많다는 이야기, 제가 아주 오래전에 한 적이 있죠?

2011/09/13 - [방인씨 이야기/미국 이야기] - 미국인들의 쿨한 더치페이

개인주의의 극강을 달리는 미국인들답게 '네 것은 너의 것, 내 것은 오로지 나의 것' 이라는 인식이 철두철미합니다.
비단 돈 뿐만 아니라 전반적 생활의 자세가 그렇죠.
누누히 말했듯이 미국은 한국보다 경쟁이 적은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자신의 이득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동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다수의 평화를 위해 참는 배려와 양보도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어떤 미국인들은 내 삶은 내가 지키고 책임진다는 독립심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은 죽어도 안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건 공공질서나 매너, 시민의식과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그룹으로 공동 작업을 한다고 치면 갈등상황이 벌어졌을 때 모두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걸 자기는 죽어도 양보 못한다고 버티는 사람들이 꼭 나온다는 말이죠.
집단문화가 발달한 아시아권 사람들은 여럿이 모였을 때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미국인들은 그룹이 모여 일할 때도 자신이 손해 보거나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면 참지를 못해요.
제가 혈기가 왕성하던 예전에는 그런 사람을 보면 "너만 짜증나는 게 아니다. 다 마찬가지니 참을 수 있는데까지 서로 물러서는 거다." 라고 한마디 하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웃기시네 왜 모두를 위해 내가 양보를 해야 돼?

부글부글야이~ 이런... 거지발싸개같은 녀석!  평양에 보내서 아리랑 마스게임 연습 좀 시켜봐야 정신 차리겠구만.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잘못 나아간 이런 사람들을 간혹 만나게 되면 참 정나미 떨어진답니다.


두번째 - 참 다르시네요~

뭐가 다르냐구요?
겉과 속이 다르지요....

한국인은 자타공인 감정 표현에 충실한 민족이죠.
저도 미국에 와서 여러나라 사람들을 만나 보았더니 과연 그 말이 사실인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어떤 상황에서도 예의가 깍듯한 일본인을 보면 '그 속을 알 수 없어 무섭다'고 하는데 일본인들 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인들도 꽤 그런 편이랍니다.
이민 한 7년차쯤 되었을 때 평소 과묵하신 저희 아버지가 문득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멍2 한국인들이 뒷담화를 잘 한다는 말이 있는데 미국인들 보니까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진 않구만.

이민 초기 때만 해도 모르는 사람을 봐도 방긋방긋 잘 웃고 항상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미국인들을 참 친절하고 매너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셨던 아버지께서 7년쯤 겪어 보시더니 저 한 마디를 남기신 거랍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미국인들이 특별히 뒷담화를 격렬하게 하는 민족이라기보다 워낙 겉으로 사탕발림을 잘하기 때문에 배신감이 두 배가 되서 그런 것 같아요.
원래 없는 자리에서는 나랏님 욕도 하는 게 만국 공통 아니겠습니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뒷담화를 즐기는 건 마찬가지지만 미국인들은 겉으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절한 매너를 보여 주다가 뒤로 돌아서는 야무지게 씹어대니(?) 그 충격이 더 큰 거죠.

미국인들의 사탕발림 칭찬이나 겉치레는 꼭 솜사탕 같아요.
달콤하고 맛있지만 결국 영양가나 실속은 없어서 후후 불면은 구멍이 뚫려 버리죠.


세번째 - 그래 그래 이것드롸~~ 너희들 참 재미지다!

미국식 유머라고 한다면 Sarcasm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Sarcasm이란 '빈정댐, 비꼼' 이라고 번역되는 단어인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런 거예요.

제가 어느 날 어른께 용돈을 받았는데 어린애도 아닌데 딱 1천원을 받았다고 치죠.
이때 제가 감사하다면서

헐아저씨, 역시 사업하시는 분이라 아주 통이 크시구만요~

라고 말하면 이런 게 바로 Sarcasm이랍니다.
약간 반어법을 쓰면서 빈정거리는 것을 말하죠.

미국인들은 평소에 sarcasm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민족이라 sarcasm은 미국식 유머의 큰 요소입니다.
그런데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적정선을 지키면 좋은데 정도를 모르고 너무 나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간혹 sarcasm을 과하게 써서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미국인들이 있답니다.
예전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한 남자 손님이 같이 온 자신의 친구에게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때 장면이 기억날 정도예요.
두 명의 친구가 함께 왔는데 그 중 한명이 점심을 사기로 미리 정한 모양입니다.
주문을 다 받고 금액이 $38.72 였는데 남자가 $20짜리 두 장을 내밀자 옆에 있던 친구가 자신에게 72센트가 있다며 내밀었습니다.
잔돈 72센트를 내면 동전 없이 지폐로 2달러를 돌려 받게 돼서 편하니까 그렇게 해 준 것이죠.
그런데 계산을 한 친구가 딴에는 유머였는지 이런 말을 던지네요.

"이야~ 그거 정말 많이 보태주네. 회사에 돌아가서 아예 네가 나한테 오늘 점심을 사줬다고 말하지 그래?"

제가 앞에 있는데 그런 농담을 하니까 옆의 친구의 얼굴이 순간 벌겋게 물들더라구요.
그 둘은 같이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긴 했는데 글쎄요... 제 생각에는 친구의 기분은 꽤나 상했을 것 같아요.

Sarcasm 센스가 있는 것도 미국에서는 '감각'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일이라 자신의 유머 감각을 일부러 자랑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도 있긴 하지만 뭐든지 분위기 봐 가며 하라는 말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제가 이민자로서 미국에 첫 발을 딛은지 햇수로 14년에 접어들었으니 그간 미국인들에게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들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 뚝 떨어지게 하는 이런 미국인들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 모두 박력있게 월요일과 승부 보시길 바래요~  파이팅



이 글이 미국인 전체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사실, 이제 말씀 안 드려도 알고 계시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다 사람 나름인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