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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 왜 물 마시는 것에 집착하는 걸까?

by 이방인 씨 2013. 1. 1.

한국에 있는 제 친구가 어느 날 급작스럽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야, 너도 이제 미국 사니까 가방에 꼭 물통 하나 꽂고 다니냐?

 

듣는 순간 웃음이 빵 터졌네요.
그 친구는 미국에 와 본 적도 없는데 어쩜 그리 눈으로 본 듯 잘 아나 싶어서요.
제가 대학 다닐 때 가장 흔하게 본 것 중 하나가 바로 휴대용 물통 들고 다니면서 물 마시는 학생들입니다.

 

 

 

이렇게 커다란 물통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거나 혹은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물을 마십니다.
물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미국인들이 물을 휴대하는 모습을 보면 '집착'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랍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잠시라도 물을 못 마시면 죽는 것처럼 행동해요. ^^;;
특히 학생들은 백팩을 매고 다녀서 휴대가 용이해서 그런지 안 들고 다니는 학생을 찾는 게 쉬울 정도로 물을 많이들 가지고 다닙니다.
(이건 날이 더운 캘리포니아라서 더 그런지도요...)

제가 대학 다닐 때 느낀 바로는 이 사람들에게 물을 휴대하는 것은 필요라기보다는 오히려 필수라고 보는게 맞겠다 싶더라구요.
남들 다~ 가지고 다니니까 나만 안 가지고 다니면 뭔가 이상한 거예요.
나만 물 안 마시는 인간 같고 물 안 마시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마저 들고 말이죠.
이런 미국인들의 물 마시기에 대한 집착은 USA TodayABC News에서도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는 어드바이스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는군요.
하루에 8잔 혹은 2리터의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맹신하고 따르는 미국인들이 많지만 정작 요즘 이론은 물은 그냥 몸에서 원하는 만큼만 마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함께 실었습니다.

저도 간혹 주변에서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하루에 이 정도 물은 마셔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물 마시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어찌나 마셔대는지 정말 하루에 2L를 채우는 모양이더라구요.
물 마시기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보니 대학 캠퍼스에서는 유행하는 물병마저 있습니다.
주로 학교 이름이 찍혀 나오는 물통을 많이들 들고 다니는데요.

 

 

  

 

 

 

 

대놓고 유행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지만 은근슬쩍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물병 유형들이 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죠.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그냥 시중에서 파는 생수병을 들고 다니더니 대학에 들어갔더니 첫번째 사진 같은 플라스틱 원통형 물병이 대세더라구요.
엄청나게 마셔대기 때문에 대량으로 일회용 생수를 사는 것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기도 하고 또 일회용 생수병 사용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인식도 생겨났기 때문이죠.

 


 

교과서보다 중요하게 휴대하는 물통이다보니 (ㅋㅋㅋ) 심지어 본인의 이름과 장식을 그려넣는 여학생들도 있더라구요.
요 몇년 사이에는 플라스틱 물병 또한 뒷전으로 물러나서 스테인레스 스틸 물통이 인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저희 집에도 거의 모든 종류의 물병이 다 있답니다.
학교 이름 들어간 물병도 있고, 안에 빨대 달린 물병도 있고, 스틸 물병도 식구 수대로 있고 말이죠. ^^;;
미국인들이 워낙 하루 8잔 마시기를 신봉하고 있다보니 저희 어머니도 그 말을 믿으셨거든요.
그래서 한 때 저희 식구들도 억지로 물 많이 마시기를 실천해야 했던 적이 있는데 본래 갈증을 잘 느끼지 않는 저로서는 그게 더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든 제 물병은 그냥 부엌 선반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 물 마시기에 대한 집착은 미국인들의 건강염려증의 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미국 슈퍼마켓에만 가도 어마어마하게 진열되어 있는 각종 영양제와 비타민, 효소 등등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미국인들만큼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없을 거예요.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이 먹는 탄산소다와 정크 푸드의 양만 줄여도 국민 평균 건강지수가 훨씬 올라갈 듯 한데, 미국인의 식욕은 도저히 인력으로 줄일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상쇄하려는 것 같습니다. ^^;;
때문에 미국의 가정집 부엌 선반이나 회사 책상에는 매일 이들이 꼭꼭 챙겨먹는 비타민 및 건강 보조제들이 쌓여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밥 먹고 나면 알약을 그렇게 챙겨먹어야 하는 것도 물을 휴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인 듯 합니다.

미국인들의 휴대용 물병 사랑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 모두 수분 충만한, 촉촉한 하루 보내세요~ ^-^

 

* 여러번 말씀 드리지만, 제가 쓰는 모든 글은 미국인들을 일반화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본문 중 편의상 "미국인들" 이라 쓰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100%의 미국인을 의미하는 표현이겠습니까. 여러분, 제~발 오해 없으시길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