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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아니 정말 이걸 몰라? 많은 미국인들이 모르는 것

by 이방인 씨 2020. 11. 3.

오늘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정말 오래 묵혀두었던 것이랍니다. 미국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 '이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충격을 받았는데 왜 이런 문화차이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어서 글을 끝까지 쓸 수 없었지요. 최근에 한 번 더 이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어서 더 미루기 싫어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몇 달 전 한~창 코로나에 관해 이런 저런 연구결과가 기사로 나올 때 말이죠, O형인 사람이 코로나 방어력이 높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이런 기사 보신 적이 있나요? 아직까지는 과학적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O형이거든요.
맞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요~

어쨌든 이 기사를 읽고, 그 다음날 회사에 가서 동료들과 코로나 이야기를 하다가 우스개로 말했죠.

"난 O형이라 그 기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와하하핫!"

했더니 동료들 왈,

"방인 씨 O형인 걸 어떻게 알아?"

아뿔사, 맙소사, 잠시 잊고 있었네요.

미국인들중에 자기 혈액형 모르는 사람이 꽤 많아요.

이것이 바로 제가 묵혀두었던 이야기랍니다. 미국에 와서 한 2-3년쯤 지났을까요. 학교에 헌혈차가 왔더라구요. Give Blood라고 커다랗게 마킹된 차량이 눈에 보이길래 제가 아무 생각없이 말했습니다.

"나 O형이라 저 분들이 나 좋아하겠다." (Rh- O형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는 universal donor니까요.)

했더니 친구들이 저를 쳐다보더니 "근데 네가  O형인 거 어떻게 아는데?" 하는 겁니다. 순간 말문이 턱 막힌 방인 씨,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상상도 못해봤거든요. 한국인중에 자기 혈액형 모르는 사람, 찾기 힘들지 않을까요? 게다가 "네 혈액형을 네가 어떻게 아는데?" 라는 질문... 정말이지 신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아냐고 묻길래 일단 대답을 하긴 했죠.

"피에서 O형 맛이나 O형이라 생각한 것이온데..."

 

이게 아냐!

 

"나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피검사를 하고 다 알려주었는데? 아니, 이미 그 전에 병원에서 태어났을 때 발에 차고 있던 발찌에 혈액형이 적혀 있어서 부모님이 알려주셨어. 그리고 살면서 병원가서 피검사할 때마다 또 알려주고."

그런데 내 사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너희들은 어떻게 너희 혈액형을 몰라?!!

하니, 살면서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대요.부모님은? 부모님은 내 혈액형 모르실 걸, 알면 얘기해주셨겠지.
학교에서는? 학교에서 혈액형 검사 같은 거 안 하는 걸?
병원에서는? 의사도 간호사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던데?
헌혈할 때는? 그 때도 아무말 없던데?

뭐지... 이거?
이 나라 뭐야????
나 왜 이런 대화하고 있는 거지?

그간 내가 살아온 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일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둔갑하는 순간들을 미국에서 많이 겪었지만, 이건 뭐랄까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문화적 차이였달까요?

아니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는,
"난 성격좋은 O형, 넌 섬세한 A형이니 우린 잘 어울려요~" 하는 따위의
개.수.작.을 누구에게도 부릴 수 없단 말인가...!

그 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뇌리에 오래 남아있었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도대체 미국인들은 왜 자신의 혈액형을 모르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법적, 의료윤리적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여기저기 검색을 해 보았지만 그런 거 없더라구요. 그냥 아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래요. 이런 결론을 쓰기가 개운치 않아서 글을 쓰는 것을 망설였답니다. 구글 검색을 꽤 해보았지만 많은 기사들이 "미국인의 50%는 자신의 혈액형을 모른다"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혈액행을 모른다고 응답했다." "혈액형 알아내는 방법" 등등 만이 결과로 나올 뿐, 왜 미국인들은 혈액형을 고지 받지 않는가에 대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혹 더 심오한 이유를 아시는 분들은 댓글에 남겨주세요~
다행히(?) 비교적 최근인 CNN의 기사를 보니 혈액형을 아는 미국인들의 비율이 66%로 증가한 것 같습니다. (www.cnn.com/2020/07/18/health/how-to-find-blood-type-wellness/index.html) 그러면서 이 기사는 혈액형을 알고 싶으면 부모님이나 의사에게 묻거나 헌혈할 때 묻거나 또는 직접 집에서 kit을 사서 검사를 하라고 알려주네요.

이런 별 것 아닌 일들을 보며, 역시 세상 살다보면 내가 당연시하는 것만이, 내가 아는 것만이 진리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답니다. 우리 생각으로는 "아니 어떻게 자기 혈액형을 몰라?" 하지만, 혈액형 모르는 사람들도 별 일 없이 잘들 사는 걸요. ^^

여러분, 오늘도 별 일 없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