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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시민의식 좋은 미국인들도 도무지 지키지 않는 것

by 이방인 씨 2014. 8. 29.

국이 경제대국의 위치에 오르면서 그에 걸맞는 '선진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의식(衣食)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옛말처럼, 시민의식 수준이 높다고 하는 나라들은 일~찍이 경제발전을 이루어 먹고 살 만했던 선진국들이죠. 덕분에 미국인들도 보편적으로 시민의식이 양호합니다. 공중도덕이나 준법정신이 철두철미까지는 아니어도 상향평준이라고는 할 수 있을 정도죠. 간혹 눈쌀 지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사는 동네도 약 15년 전에 새로 조성된 주택가라서 평화롭고 조용합니다. 주민회에서 정한 율칙도 잘 지켜지고 있고 사건 사고도 드물고 거리는 깨끗하지요. 단속을 열~심히 하는 덕도 있어서 주차도 깔끔히, 쓰레기 처리도 깔끔히, 잔디 관리도 깔끔히, 뭐... 크게 나무랄 데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희 동네에서도 유.독. 지켜지지 않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거죠.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십시오.

야생동물에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면
영양 부족, 오염, 질병, 개체수 과잉, 날개 변형, 이주 지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야생은 야생으로 놔두세요.


이미 여러번 포스트했듯이, 저희 동네에는 야생 조류가 많습니다. 기러기, 거위, 오리, 백로 등등이 어우러져 잘 살고 있...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오며 가며 거의 매일 그 녀석들을 만납니다만 조류와 그다지 친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 못하는 시민들이 꽤 많더군요. 지난 십 수년 간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일주일에 2-3번은 반드시 동물에게 멋대로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보곤 합니다.

 

걸어가며 찍어서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미국인 가족이 놀러 나와서 거위들에게 크림 옥수수 통조림을 먹이고 있더라구요.

옥수수 말린 것도 아니고, 그냥 통조림도 아니고,
어마무지하게 달달한 크림 옥수수 통조림을!!!

야생동물에게 사람 음식 주지 말라는 경고판이 3개나 붙어 있는데!!!

이것 보십시오!
그러다 영양 부족, 환경 오염, 질병, 개체수 과잉, 날개 변형, 이주 지연이 발생하면
책임 지실 겁니끄아~?!!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의협심이 모자란 이방인 씨,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먹이를 주면 줄 지어서 꽥-꽥- 거리며 몰려드는 광경이 재밌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 녀석들에게 '너희도 이 맛있는 거 한 번 먹어 봐라~' 하며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둘 다 인간의 이기적 발상이죠. 특히 부모가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는 과자나 빵을 뿌리며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씁쓸하답니다. 그런 건 '아이구 예쁜 내 새끼~'하며 가르치고 있을 일이 아닐 텐데... ... 그렇지만 아이들도 있는데 그 부모에게 한 소리 하는 것도 내키지 않네요.

그런데 어제 또! 보고야 말았습니다.

 

블루베리가 박힌 베이글을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주지 말라는데 참 가지가지들 한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이웃에게 민폐 끼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 적 기억이 없는데 어째서 야생동물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은 이리 많을까요?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아닌지 거위가 알겠어요? 기러기가 알겠어요? 이 녀석들은 그거 주는대로 먹고 탈 나도 말도 못 할 텐데...

자기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끔~찍이 위하면서 주인 없는 야생동물이라고 먹이지 말라는 걸 기어코 뿌리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선진 매너'란 게 과연 인간사회에만 적용되어야 할 예의인지 궁금해집니다.

여러분 선진 금요일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