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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이 김치를 먹는 놀라운 방법

by 이방인 씨 2013. 9. 2.

토요일이었던 어제 저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료품점에 다녀왔습니다.
Trader Joe's 라고 하는 식품 전문 매장인데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하고 품질 좋은 상품들로 인기가 높은 곳이죠.
식자재 및 완제품을 전 세계에서 (중국만은 제외라고 하네요.) 수입하거나 Trader Joe's의 이름을 붙여 직접 개발·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본래 50여년 전에 Southern California의 작은 개인 식료품점 하나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30여개 주에 471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거인이죠.
다른 슈퍼마켓 체인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가게는 아니라서 저도 25분이나 운전을 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자주 가지 못하는 편이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답니다.
매니아가 많은 스토어라서 Trader Joe's Junkie (중독자)라는 우스개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어제 Trader Joe's에 갔다가 깜짝 놀랄 만한 식품을 하나 보았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과자/쿠키 코너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과자들 가운데 갑자기 이것이 보이는 게 아닙니까.

 

 헉김치잖아!!

스펠링도 정확한 K.I.M.C.H
근데 김치가 왜 과자 코너에 있는 거지

눈을 씻고 다시 봐도 과자들 사이에 끼어 있는 이 빠~알~간 음식은 분명 김치!
그러나 김치라는 이름 앞에 붙은, 김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 Dried

마른 김치라니...
고추도 아니고 호박도 아니고 김치를 왜 말려!!  

한국인이라면 다 알법한 마른 김치의 맛...
점심에 먹은 김치를 깜빡 잊고 냉장고에 넣지 않았을 때 바깥 공기를 너무 쐬서 말라 비틀어진 김치의 맛...

그런데 그걸 과자로 만들었단 말야???

커피한잔  뭐, 그렇다네요.  So So Cool~

 

가격표에 분명 다른 과자 그림들과 함께 Crispy (바삭바삭하고) Crunchy (오도독거리는) 이라고 써 있군요.

음... 바삭바삭하고 오도독거리게 말렸다니...

이놈들, 재주도 좋구나~  


가격은 한 봉지에 약 3달러 (3300원)군요.

 

더 가까이 들여다 보니 맨 위에 Trader Joe's 라고 써 있죠?
Trader Joe's에서 자체 개발한 고유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김치라는 이름 밑에는
a crispy, crunchy snack (과자) & condiment (양념) 라고 써 있어서
이 제품이 과자로 출시되었다는 걸 다시금 알 수 있습니다.
양념이라고도 되어 있으니 다른 음식 위에 뿌려 먹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보통은 다른 문화권의 음식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는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날 한국 고유의 음식을 보고 놀랐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식품회사의 김치 응용법에 말이죠.
본래 음식과 함께 먹는 반찬이지만 바삭거리는 칩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고 신기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대업(?)일 텐데요.
김치는 워낙 좋은 음식이다 보니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켜 즐기고 있었네요!
올해 5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판촉을 위해서인지 정해진 코너에 말고도 곳곳에 주렁주렁 걸어놓았더라구요.
인터넷을 뒤져 봤더니 호기심을 끄는데는 일단 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시도해 볼까?' 하고 집어간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Trader Joe's는 unique한 식품으로 유명해서 장 보러 가는 고객들도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으니까요.
오히려 원조 김치맛과 그 먹는 방법에 익숙한 저는 손이 가질 않더라구요.

 말린 김치라... 이거 나한테는 고역일 것 같아. 바삭바삭 과자 먹다가 갑자기 쌀밥이나 라면이 먹고 싶어질지도 몰라! 아~ 집에 가서 김치전이나 해 먹으면 참 좋겠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지 않는 월요일 보내세요~



추신 - 이 날 장 본 것들입니다. 다음에 자세히 올리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