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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 일상의 깨알같은 재미, Garage Sale (그라지 세일)

by 이방인 씨 2012. 5. 2.

지금껏 꽤 많은 미국 생활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가만보니 이게 빠졌더군요!
미국에 와서 가장 재밌게 본 것중 하나인데, 어째서 지금까지 안 썼을까 싶어 바로 포스트 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미국 일상속 깨알같은 재미, Garage Sale 입니다.

Garage 는 영어로 '차고' 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나라다보니, 미국에는 식구 수대로 차가 있는 집들이 많습니다.
그 차들을 모두 집주변 길에 세워놓을 수가 없는데다가, 워낙 땅이 넓어 공간을 아끼지 않는 나라다보니 집들마다 전부 단독 차고가 있죠.

사실 차고에는 차 말고도 집안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보관되어 있는데요.
집집마다 창고에는 우리집에는 필요없어도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많죠?
미국인들은 이렇게 쓰진 않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많아지면 Garage Sale 이란걸 한답니다.
차고안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대방출하는 개인 중고판매장을 여는 것이죠.
주택가에서는 차고세일이 매주 빈번하게 일어나는데요.
제가 저희 동네에서 찍은 차고 세일 광고들을 한 번 모아봤습니다.



전부 다른 집에서 열리고 있는 세일이었지만, 주로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겹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 그라지 세일을 방문하면 정말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데요.
집주인 차고 바로 앞에서 완전 소규모의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각 집의 성향에 따라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도 개성적이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렇게 차고 앞에 물건을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차고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간혹 이렇게 마당을 이용할 경우에는 마당 세일 (Yard Sale) 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죠.

팔고 있는 물건들은 모두 사용해왔던 중고품이다보니 솔직히 허접한 경우도 많지만 용케도 사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아기자기한 소품들 중에는 오히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도 많구요.
게.다.가. 이 그라지 세일에서 건진 물건으로 대박난 사례들도 미국에선 종종 있습니다.

2007년에는 제가 들었던 이야기중 가장 운 없는 남자의 그라지 세일 사연이 USA TODAY에 소개되었는데요.
어느 날, 이 남자분이 자기네 동네에서 열린 그라지 세일에서 미국의 독립선언서의 카피본을 샀다네요.
물론 샀을 때는 공장에서 양산되어 판매되고 있는 현대의 카피본이라고 생각하며 샀던 것이죠.
그래서 사 놓고도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가 집안 대청소를 하던 어느 날 그 종이를 발견하고 별 생각없이 동네의 중고물품 매장에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매장에서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알아봤더니, 이 독립선언서가 글쎄....
카피본인것은 맞지만, 현대의 공장카피가 아니라 1820년에 John Quincy Adams 가 자필로 서명한 200장의 공식 복사본중 한 장이었던 겁니다!!
이 187년이 넘은 복사본은 2007년에 한화 5억원에 팔렸습니다.
애초에 이 독립선언서를 그라지 세일에 내놓은 처음 주인도, 그리고 사 놓고 다른게 기부한 두번째 주인도 참 지지리 운도 없죠?

이 사연이 알려지자 한 때 미국에서는 허접한 그라지 세일도 다시보자! 가 유행하기도 했죠.
저희 어머니도 그 기사가 난 후, 한 동안은 동네의 그라지 세일에 종종 가보시는 것 같더라구요. ㅋㅋ
저도 가끔 심심한 주말에 근처에서 세일이 열리면 가서 이것 저것 구경을 하고 오는데요.
사실 물건을 사는 것보다도 주변 이웃들이나 모여든 사람들과 수다 떠는 재미가 더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자주 그라지 세일하는 곳으로 놀러다닌답니다.
저희집에도 잡동사니가 너무 많아서 언젠가 한 번 세일을 열려고 하는데 무엇이든 버리질 못하시는 어머니가 망설이시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미국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주는 Garage Sale 재밌게 보셨길 바라며,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