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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 젊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은?

by 이방인 씨 2015. 2. 2.

몇 개월 동안은 저보다 나이가 퍽 어린 미국 청년들(이라 쓰고 어.린.이.들.이라 읽습니다.)과 어울릴 일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피끓는 청춘들과 교류하다 보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은근~히 세대차이를 느끼기도 했지요. 게다가 이 녀석들 장난기는 철.철. 넘치는데 정작 철은 없어서 가끔 땅속으로 파고 들어갈 한숨을 내쉬게 만들더라구요. 정말이지


오, 시대여! 오, 풍습이여!

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했답니다.


그 청량하고도 골치아픈 녀석들 중에 저를 당황시킨 두 명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두 명이 생각하는 "한국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해서죠.


첫번째 - 순진한 듯 장난꾸러기, 24세 L군이 생각하는 한국인

L군은 조용한 듯 짖궂은 듯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인데 얌전하게 있다가도 가끔 저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농담을 내뱉곤 한답니다. 아시안계 친구들이 많아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종종 보는 모양이더라구요. 제가 한국인인 것을 처음 알게 된 날도 "한국 영화 정말 독특하고 재밌더라~"며 칭찬을 건냈답니다.

어느 날 그 녀석과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얼굴에 눈썹이 붙은 것 같은 간지러운 느낌이 들기에 거울을 꺼내 확인을 하다가 그 날 아침까지도 보이지 않던 뾰루지가 날 듯 말 듯한 것을 보고 '으윽~'하며 잠시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러자 L군이 씨~익~ 웃으면서 이런 말을!


"오, 그래 너도 한국인이구나."

"<너.도. 한.국.인.>이라니 무슨 뜻이야?"

"피부에 거~업~나~ 신경 쓰는 거 말야. 한국 사람들은 좋은 피부에 엄청 집착하잖아."

"... (사실임을 알기에 잠시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아니야?"

"아니, 뭐 아니라기 보다는... 이왕이면 피부 좋은 게 좋지 뭐~"

 

 

사실 전에도 이런 말을 한 번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여자친구에게서요. 작년 제 생일에 고향 친구가 한국제 화장품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제품이라 들었는데 화사한 피부를 표현해 주는 기능성 팩트였죠. (좋긴 하더라구요!) 그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는 저를 본 중국계 친구가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화장품을 제 손에서 낚아채가더니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암튼 한국인들 피부관리는 어마어마하니까."


그러고 나서 그 화장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본 걸로 봐서 아마 저 말은 좋.은. 뜻.이었던 같습니다.

 

두번째 - 세상이 우스워 보이는 자신만만 25세, D군이 생각하는 한국인

"한국"이라는 단어를 듣고 영화와 드라마를 떠올린 L군과 달리 D군인 제가 한국인인 것을 알자 마자 헐레벌떡 달려와서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Do you play LOL?"

응?!
LOL?

내가 아는 LOL은 분명히 Laugh Out Loud의 약자로
한국어로 치면 ㅋㅋㅋ과 같은 말인데 LOL을 "플레이"하냐니,
이게 과연 무슨 뜻일까?
새로 나온 말인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일까???


하며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솔직히 말했습니다.


"LOL을 플레이 하냐니?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League of Legends 말이야!"

 


응?
League of Legends?
그게 뭐야?! 난 처음 듣는데???


이노무(?) 망할 LOL은 점점 더 깊은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답답해하는 저를 보며 더 답답해하던 D군은 마침내


" 어떻게 LOL을 몰라? 너 진짜 한국인 맞아???"

"아놔~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알고 보니 League of Legends란 바로 이 컴퓨터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그 게임의 제목조차 금시초문이었을 정도로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만 D군의 말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한국인들이 LoL게임 실력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자기는 한 때 한국에 가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었다면서 한국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게임을 하길래 그리 잘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걸 모르고 있는 "너는 대체 어떤 한국인인 거냐"며... 저를 놀리더군요.


두 녀석 다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저를 잠시 당황시켰지만, 한국이라 하면 한국전쟁이나 북한을 먼저 떠올리는 미국의 기성세대들과 달리 젊은이들은 한국의 문화/현상을 먼저 연상하는 걸 보고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정신줄 놓고 있다가는 따라가기 힘든 인터넷의 시대, 정보와 문화의 전파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기도 했구요. 한국의 더 좋은 문화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저나 여러분이나 마찬가지겠죠!
모두 신나는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