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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바바리맨 만난 최악의 경험

by 이방인 씨 2020. 1. 1.

연말에 세일을 많이 한다는 핑계로 며칠 전에 의류매장에 친구랑 쇼핑을 갔었습니다. 한국에서 일명 "바바리코트"라고 부르는 트렌치코트가 많이 걸려 있더라고요.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한~창 추운 1-2월에도 섭씨 3-4도일 정도로 온난해서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면 트렌치코트 정도만 입어도 겨울을 날 수 있거든요. 제가 열심히 트렌치코트를 보고 있자니, 친구가 스~윽~ 눈길 한 번 주더니 이렇게 말하고 가버립니다.

 

"그거 너무 Flasher 같지 않아?"


으윽! 그 말을 들으니 작년에 겪었던 어떤 사건이 떠오르면서 옷을 사고 싶은 욕구가 뚝 떨어집니다.

 

Flasher란 다름 아닌 "바바리맨"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공공장소에서 신체 은밀한 부위를 노출하는 것을 영어로 flash라고 하는데 단어 뒤에 "-er"을 붙여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거죠.

한국에서 여중 여고를 다니는 분들은 바바리맨에 꽤 익숙하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여고를 다니다 왔기 때문에 바바리맨을 두어 번 본 적이 있지요. 다행히 저는 멀리서 목격했지만, 같은 학교 학생 중에는 가까이서 그 불상사를 겪은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그런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게 문제죠.


작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할머님댁에 갔을 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광경을 목격했답니다. 할머님이 사시는 건물의 1층 로비에는 커다란 전면 유리창이 있는데, 종종 심심한 어르신들이 함께 로비 소파에 옹기종기 앉으셔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구경하시며 담소를 나누시곤 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축제가 열리는 주말이었는데, 거리는 행렬에 참가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북새통이었죠. 연로한 할머님은 차마 그 난리통에 바깥에 나갈 엄두를 못 내시고 그저 1층 로비에 앉아 구경을 하시고 싶다 하셔서 제가 모시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한~참을 구경하시다가 밖에 나가려고 하는 이웃 주민을 만난 할머님이 소파에서 일어나시고 제가 무심히 바깥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검은 캡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백인 남성이 유리창 가까이 다가오더라고요. 굉장히 큰 전면 유리창이라 다가오는 그 남성의 전신이 다 보였는데 왜 자꾸 다가오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오다가 유리창에 얼굴 박겠는데?" 싶을 정도로 가까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이상해서 가만히 얼굴을 쳐다봤는데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것을 꺼낸 뒤, 그 행위를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정.말.로. 처음 5-6초간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식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어요. 그러다 번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사람은 벌써 그 깨끗한 유리창에 희뿌연 액체를 잔뜩 뿌리고 도망가더라고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어요. 비뇨기과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었을까요...?)

 

기분이 진짜 어~찌나 더러운지. 정말 다행인 건 할머님이랑 이웃분은 그때 이미 유리창을 등지고 대화를 나누고 계실 때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셨다는 거죠. 그런데 저는 정말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라 마침 축제를 통제하려고 거리 곳곳에 있던 경찰에게 그 일을 신고했습니다. 검은 캡, 검은 선글라스, 갈색 자켓에 검은 바지를 입은, 신장 5피트 8 정도의 백인이었다고 인상착의를 설명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진술했죠. 경찰들은 당연히 주변을 살피겠다고 말했지만, 이 북새통 중에 찾을 기대는 하지 말라고 솔직히 말해주더라고요. 하기야 그 사람도 이런 혼란한 기회를 노렸던 거겠죠. 추잡한 인간 같으니!

 

한 며칠 몸서리를 치다가 잊고 지냈는데 친구가 던진 "flasher" 한마디에 다시 그 일이 떠올라 매장에서 토할 뻔했네요. 물론 친구는 모르고 한 말이지만요. 

 

이런 사람들 누가 좀 몽땅 잡아가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님, 아예 이런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이러고 살게 만들면 좋으련만...

 

아흐~ 지금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