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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생활 가장 지긋지긋한 것은 월마트?!

by 이방인 씨 2012. 6. 23.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아갈 때 무엇이 가장 짜증날까요?
아마 대부분 언어장벽이나 인종차별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두가지가 가장 큰 문제점이자 애로사항이긴 합니다만 미국생활 13년을 맞이한 저에게는 지긋지긋하다못해 넌덜머리가 나는 고충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짜증나는 미국의 어떤 것! 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한국에서 유교사상이 사회전체를 관통하는 생활철학 혹은 이념이라면, 미국에서는 상업주의(Capitalism) 가 그러합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상업주의는 미국의 국가이념을 넘어서 종교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상업주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노력이라면 돈을 추구하는 행위도 저급하거나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미국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대기업들입니다.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 라는 미국의 기업들을 미국인들은 Coporate Evil (악마적 기업) 이라고 부르며 규탄하지만 이미 너무 거대해져버린 기업들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한창 뜨거웠던 Occupy Wall Street. We are 99% 월가점령 시위도 사실상 별 소득없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었죠.
돈에 눈이 먼 기업들이 비단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기업들의 악행은 미국답게 스케일이 큽니다.
그들의 악마적 상업주의 때문에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은 상상 이상의 학대를 받으며 일해야 합니다.

제가 대학 시절 들었던 경제학 세미나 강의에서 충격적인 비디오 한편을 본 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유통기업이라는 Walmart 의 생산구조를 다룬 필름이었죠.
당시 월마트는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여러개 가동하고 있었는데 16살부터 20살 정도의 중국 소녀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녀들은 거의 숨 쉴틈도 없이 방이 다닥다닥 붙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데 시간당 18센트를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 기숙사방과 공장에서 일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보고 18센트라는 숫자를 들은 학생들은 전부 참담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18센트는 한국돈으로 200원이 조금 넘는 돈이죠.
물론 십년전 사정이라고 해도, 이건 정말 악마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만행입니다.
그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6.75 였으니 말이죠.
한창 정의감에 불타오를 시기인 대학생들이니만큼 저희들은 모두 분노에 차 있었는데 곧 이어진 화면을 보고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소녀의 인터뷰였는데 그녀가 말하길,

여기서 일해서 번 돈은 모두 고향의 가족에게 보내요.
고향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돈을 벌 수 없는데, 이 공장에서 일하게 되서 정말 좋아요.
기숙사가 있어서 공짜로 먹고 잘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아요.

토르가 들고 있는 망치로 머리통 한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월마트가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미성년자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며 공장철수를 요구했지만 실제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 노동자들은 그런 사태가 일어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겐 시간당 200원도 귀중한 희망이었던 겁니다.

이런 거대기업의 잔인한 처사가 미국사회에 많이 알려지면서 월마트는 비난의 직격탄을 맞았고 현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미성년자 근로법 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2008년 방글라데시의 월마트 공장을 취재한 미국기자의 폭로에 따르면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에 19시간을 일하는 날도 있지만 한달에 $20불을 월급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하루 노동시간이 19시간인 날이 있는데 월급이 $20불이면 이들은 도대체 시간당 얼마를 받는건지요.
뿐만 아니라 최근엔 애플을 비롯한 수많은 미국 거대기업들의 만만치 않은 악행이 폭로되기도 했었죠.
얼마전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보니, 미국 여러기업들의 물품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ipad와 iphone 을 조립하는 라인에서 폭발이 일어 2명의 중국 노동자가 즉사하고 5명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더 기가 막힌건 2년전 같은 공장에서 몇몇 노동자들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기준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현지의 근로법에도 한참 미달되는 대우를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현지 공장이야 현지 관리기업 산하에 있는 것이니 그들을 탓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근본적 원인은 미국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데 있겠죠.
물론 미국에 거대기업이 많다보니 그들의 행태가 더 드러나긴 하지만 국적에 상관없이 대기업들이 하는 짓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 손에 돈 주머니 가진 놈이 다른 손엔 총까지 쥐고서 없는 자를 핍박하는 이 미친 이념 Capitalism.
월마트의 창업주 Sam Walton 은 부인과 4명의 자식을 남기고 죽었는데, 이 미망인과 자식들은 엄청나게 높은 벽을 쌓은 요새같은 대저택에서 수천대의 CCTV와 심지어 교도소에서나 볼 법한 전기가 흐르는 방어벽까지 쳐 놓고 살고 있더군요.
이들이 바로 미국 최대의 악마기업주들이기 때문에 각종 시위대나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랍니다.
바로 저 그림처럼 한 손에는 돈 주머니를 꽉 쥐고, 다른 손에는 총을 들고 있는 셈이죠.
저는 그들처럼 막대한 부를 가져보지 못해서 그런지 "저 따위로 살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서민인 저 역시 간혹가다 월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 참....창피하고 씁쓸한 일이죠.
월마트 따위에 얼씬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ㅠ.ㅠ

오늘은 여러분 모두를 분노하게 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만,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