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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친구들이 한국 이력서 보고 깜놀한 사연!

by 이방인 씨 2012. 2. 19.

 

가 미국에서 살며 느끼는 문화 충격 만큼이나 제 미국인 친구들이 저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충격도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간혹 한국 이야기를 들려 주면 대부분 이런 반응입니다.

 

헉


"말도 안돼! 농담이지?"
No way, you're kidding!


절대 못 믿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이 재밌어서 그들에게는 마치 별나라 세상 같은 한국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한답니다.오늘은 제 미국인 친구들이 놀라워하며 이해 못했던 한국의 이력서에 관해 써 보려고 합니다. 먼저 한국과 미국의 이력서 견본을 한 번 보시죠.

 

 

이건 많이들 보셨을 한국의 기본 이력서죠.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흔한 이력서.jpg 입니다.

 


다른 점을 눈치 채셨나요? 한국과 미국의 기본 이력서를 살펴보면 세 가지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첫번째 - 미국의 이력서에는 사진을 붙이지 않아요.


미국 이력서에는 사진 붙이는 칸이 없다는 것, 알아보셨나요? 미국에서는 어떤 회사도 이력서에 사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외모로 인한 차별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지요. 또한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다 보니 겉모습을 보고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사실 미국인들은 이력서에 사진이 왜 필요한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제 친구들도 모두 이런 반응이었어요.

 

??


"도대체 얼굴은 알아서 뭐하게??"

 

아주 간혹 미국에서도 사진이 붙은 이력서를 찾아볼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력서를 제출하는 사람이 첨부한 것이지 회사에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대학/대학원 입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입학원서에는 그 어디에도 사진을 붙이는 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에서도 학생파일은 모두 철저히 관리하고 있지만 사진은 붙어 있지 않습니다. 혹시나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사진이 쓰이는 용도에 대해 정확히 밝히고 있구요.

이렇게 원서에 사진을 붙이는 문화가 없다 보니 정말 웃지 못할 일들도 많답니다. 한국에서라면 모든 원서에 붙이는 사진은 단색 배경으로 정면을 보고 찍는 증명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지요. 하지만 미국에서는 증명사진이란 국가에서 발행하는 신분증에만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학교나 직장에서 사진을 요구하면 아.무. 사.진.이.나.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족들과 찍은 사진, 친구들과 찍은 사진, 여행 가서 찍은 사진, 등등 정말이지 아무 사진이나 보내는 겁니다. 한국 분들은 엄청나게 웃으실 테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 오죽하면 학교측에서 사진을 요구할 때 주의사항이 같이 적혀 옵니다.

 

* 최소한 가로 세로 2인치 이상으로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크기로 나온 사진을 보내십시오. 
* 되도록이면 배경은 흰색이나 어두운 단색인 것이 좋고 홀로 찍은 독사진을 보내주십시오.
* 패스포트용 사진이면 가장 좋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증명사진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여권용 사진과 같으면 최고라고 보는 거죠. 사정이 이러니 미국인 친구들은 한국식 이력서에는 반드시 형식이 정해진 사진을 붙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조차 못하더라구요.

 

 

두번째 - 미국의 이력서는 주민등록번호를 묻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개인정보를 목숨처럼 여깁니다. 미국의 주민등록번호는 Social Security Number (SSN)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부기관, 은행, 병원, 학교 네 곳을 제외하면 절대 적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밖에 다른 곳에서 SSN을 요구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봅니다. SSN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컴퓨터에 입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적도록 한 다음, 사용한 후에 본인이 보는 앞에서 종이를 잘게 찢어서 버리거나 되돌려 줍니다. 번호를 입력해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죠.

때문에 이력서에도 당연히 주민등록번호는 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회사에 채용이 되고 난 후에야 월급과 세금 문제 때문에 번호를 요구합니다. 미국 친구들은, 취직하려면 이력서를 한두 군데 보내는 것이 아닐 텐데 그 모든 곳에 다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보내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놀라더군요.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는 이력서에 주민등록번호 쓰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죠? 하다 못해 인터넷 사이트 가입만 하려고 해도 주민등록번호를 다 입력해야 되는데 그건 정말 위험한 요구사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에 비하면 이력서에 써 내는건 정말 양반이네요.

 

 

세번째 - 미국 이력서는 가족사항을 묻지 않아요.


한국의 입시원서나 이력서에는 가족관계를 묻는 경우가 많죠. 심지어 호주가 누군지를 묻는 이력서도 있더군요. 미국에서는 미성년자에게 보호자를 묻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력서에 가족사항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당연한 논리지만, 내가 일자리를 구하는데 부모님과 형제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미국에 와서 성인이 된 후로는 부모의 정보가 일처리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지원서에 가족사항을 적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렇게 양국의 이력서를 살펴 보니, 한국의 회사들은 참으로 호기심이 많다는걸 알 수 있네요. ^-^ 미국인 친구들이 이런 농담을 하더군요.

 

커피한잔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조사하는게 많아? CIA 라도 되는거야?"


그래서 저도 짐짓 정색을 하며 친구들을 놀려줬습니다.

 

소근

너희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남북이 대치중인 한국에는 간첩이 워낙 많아서 조사가 보통 엄중한 게 아냐.
사진이나 주민번호, 인척사항도 전부 국가안보에 중요하기 때문에 묻는 거라구!
너희처럼 심플한 나라에 사는 것들이 뭘 알겠냐....에이구~


다들 '오오..그렇구나' 라는 얼굴입니다. 아하핫~ 미국인들은 북한을 엄청 미스테리하고 두려운 나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농담도 잘 먹힌답니다. 호기심과 심각함이 섞인 얼굴들을 하고 저를 쳐다보는게 우스워서 속으로 실컷 웃고 난 뒤에야 농담이라고 오해를 풀어주곤 하죠.

한국과 미국의 이력서 이야기, 흥미로우셨나요?
좋은 아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