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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친구들이 말한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 1,2,3

by 이방인 씨 2012. 5. 10.

제 블로그에서는 종종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흔하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우리만 서양인에 대해 짜맞춘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제 미국인 친구들도 그들에겐 미지의 세계인 아시아와 아시안들에 대한 선입견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 미국인 친구들이 나중에서야 제게 고백한 그들이 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을 소해하겠습니다.

첫번째 - 아시안들은 모두 공부벌레다?!

이건 제가 대학다닐 때 친구에게 들었던, 저에게는 살짝 당황스러웠던 이야기입니다.
저희 학교 생물학 강의시간에는 4명이 한 조가 되서 실험을 하곤 했는데, 공교롭게도 저희 조는 4명이 모두 여학생들이었습니다.
저와 백인 여학생 2명, 그리고 흑인 여학생 1명이었는데, 금방 사이가 좋아져서 일주일에 2번 강의가 끝나면 매번 모두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왁자지껄 한 학기가 지나갈 무렵, 흑인 여학생이 저한테 뜬금없이 하는 말이

넌 생각했던 거랑 달라서 좋아. 아시아 출신들은 친구도 안 사귀고 무조건 공부만 할 줄 알았어.

헐~~~~~~~ (요즘 아이들이 쓴다는 이 말이 이렇게 절실할 줄이야!)
일단 한 친구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나머지 두 친구도 한마디씩 맞장구를 치는겁니다.
사실 아시안들이 워낙 공부를 잘하다 보니 이런 고정관념이 생기긴 했지만, 제가 직접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 한국 고향 친구들이 들으면 아주 요절복통으로 병원신세 좀 지겠구만요....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를 둘러싼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 The Perfect Score 를 보면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대략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SAT 에서 최고성적을 받는 것은 결국 아시안 여학생들이다."
게다가 이 장면은 영화의 TV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으니, 미국인들의 아시안에 대한 선입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죠.

두번째 - 아시안 남성은 모두 이소룡이나 성룡이다?!

이것은 사실 듣는 사람에 따라서 상당히 흐뭇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특히 남성들은 아시아의 무술 (Martial Arts)에 대한 동경이나 부러움이 대단합니다.
기껏해야 권투나 격투기처럼 단순한 종목밖에 없는 미국인들에게 동양 무술은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가 결합한 예술로 여겨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미국인들 중에는 가라데나 태권도장에 직접 다니거나 혹은 자녀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죠.
아이들도 마찬가지라서 Karate Kid 라는 영화와 TV 드라마의 단골 컨텐츠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브래드 피트를 동경하듯 재키 챈을 우러러 보는 팬들도 엄청 나구요.

그러다보니 많은 미국인들이 아시안 남자라고 하면 당연히 무술을 할 줄 아는 줄 압니다.
그리고 가라데나 태권도에서 최고 레벨을 상징하는 검은 띠는 고수의 상징처럼 여겨지죠.
저희 오빠도 밖에 나가서 black belt 있다고 뻥치면 (사실 빨간띠도 겨우 땄을걸요. ㅋㅋ) 미국 남성들이 부러워하면서 농담으로 "너한텐 까불면 안되겠다" 한다더군요.

이소룡과 성룡이라는 걸출한 스타들덕에 이런 이미지가 생겨나 좋은 점도 있지만, 헐리웃 진출을 노리는 아시안계 배우들에게는 크나큰 걸림돌이 된다고 해요.
미국 제작자들이나 감독들이 모두 무술하는 액션배우로만 캐스팅하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비나 이병헌씨도 그런 점에 아쉬움을 토로한 바가 있지만, 제작자나 감독 입장에서는 결국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아시안을 보여줄 수 밖에 없거든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입지를 다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떠올리는 혹은 떠올리고 싶은 아시아는 이소룡과 게이샤의 땅이라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세번째 - 아시안들은 모두 악기를 잘 다룬다?!

이것도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인데요.
평소에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도자기 공예 수업을 받으러 다닐 때의 일입니다.
그 클래스의 분위기 메이커는 50을 넘기신 미국인 아저씨였는데요.
풍채도 넉넉하신 분이 어찌나 재밌고 유쾌하신지 교수님과 학생들이 전부 아저씨를 좋아했었습니다.
저한테도 종종 한국에 대해 물어보시면서 궁금해하시곤 했는데 어느 날은 제게 혹시 악기를 다룰 줄 아는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피아노는 오래 배웠고, 바이올린도 조금 한다고 대답했더니 아저씨가 대답하십니다.

그것 봐! 난 그럴 줄 알았어. 아시안 부모들은 꼭 악기를 많이 가르치더라니까!

그러자 또 주변에서 웅성웅성하며 "그래, 그런 것 같더라" " 나도 들은 것 같아" " 내 친구도 그래" 하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거듭니다.
참 미국인들도 순진해서 그런지, 누가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잘 휩쓸려가요. ㅋㅋㅋ

이 선입견은 반쯤만 사실인 것 같은데요.
요즘은 미국 부모들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특별활동으로 악기 하나씩은 거의 다 시키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아시안 부모들의 열정을 따라오기엔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대신 미국인들은 악기보다 스포츠가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 아이들도 축구, 농구, 수구, 테니스, 등등 다양한 스포츠에 열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받은 인상일 뿐이지만, 미국인들은 투박하지만 열정적인 활동을 좋아한다고나 할까요.

오늘은 제가 경험해 본 미국인들이 동양인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 세 가지를 소개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궁금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