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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미국 교수님을 사로잡은 순수미술계의 한류스타!

by 이방인 씨 2012. 7. 5.

며칠전에 일본 도자기에 환~장하시는 미국 교수님에 대해 포스트한 적이 있습니다.

2012/07/02 - 아오~ 약올라! 한국 제쳐두고 일본 맹신하는 미국 교수님

아,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도자기공예 교수님 말고, 조각공예 교수님은 한국인 예술가의 광팬! 이시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좀 더 오래된 일이라서 늦게 기억이 난 것 같습니다. -.-;;
제가 호기심에 수강했던 조각공예 시간의 교수님은 30대 중반의 젊은 백인여성 교수님이셨는데요.
전공과목이 아니라 기초반이었기 때문에 저처럼 다들 조각의 '조' 자도 모르는 초보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교수님은 흥미조장을 위해서 여러 예술가들의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이 칠판에 누군가의 이름을 적으면서 이렇게 소개를 하십니다.

 

He's my all time favorite artist in the world. He is super-amazing!
내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예술가예요. 그는 정말 무지무지 엄청나죠!


칠판에 쓰여진 이름은 Do-Ho Suh 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왠지 Suh 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어? 저건 한국성 '서' 인 것 같은데?" 하고 느낌이 왔습니다.
이윽고 비디오가 시작되자 제 짐작이 맞았음을 알게됐죠.
바로 그 예술가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인 Seoul Home/L.A Home/New York Home/Baltimore Home/London Home/Seattle Home (1999) 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누가 봐도  한국출신 예술가라는 걸 알 수 있죠?

이 작품을 만드신 예술가는 서도호 라는 분으로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저야 그 때까지 몰랐지만 현대 순수미술계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작가분이시라고 합니다.
유명한 한국화 화가셨던 서세옥 선생의 아들로 본인 역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조각과 설치미술로 명성을 떨치고 계십니다.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집' 은 한국에서 가족들과 살던 실제 그의 집이었다고 하네요.
외국에서 유학생활과 작품활동을 하면서 집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집을 접어서 가방에 넣어 LA든 뉴욕이든, 런던이든 어디든 함께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심정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이 직물로 만든 한옥집입니다.

이 밖에도 서도호님의 작품에는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 가득합니다.

Reflection

 

Some/One

 

Home Within Home

 

Bringing Home

 

물론 교수님이 하도 요란스럽게 칭송을 하셔서 저도 참 이유없이 기쁘고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속으로는

교수님 개인 취향에 딱 맞으셨나보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우리는 평소에 세계 순수미술계에서 한국 작가들의 활약이 미비하거나 혹은 아직 한국 작가들이 세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은근히 있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이것저것 조사하다보니 서도호님은 정말로 현대 설치미술계의 스타이셨습니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나 뉴욕의 구겐하임 박물관, LA의 현대미술관 등등의 기라성같은 현대미술 박물관에 이 분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조각이나 설치미술을 배우는 학생들, 팬, 수집가 할 거 없이 다 그 이름을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 유명한 크리스티 옥션에서도 이 분의 작품을 만날 수가 있구요.
최근에는 캠퍼스 곳곳에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한 UC San Diego가 서도호님의 작품 Fallen Star 를 컬렉션에 추가했습니다.

 

집이 하늘을 날아와 뚝 떨어져 박힌 모습이라고 하네요.
이 역시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대학생들의 향수병을 달래주는 작품이라고 해요. ^^

세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이라고 무조건 좋아하는 것이 촌스럽다고 비판하는 글도 여러번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저처럼 외국에서 살다보면 촌스러워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분들을 보면 기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답니다. ^^;;
더욱이 서도호님처럼 한국적 색채를 지닌 작품을 만들어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더 기쁘지 않습니까?
아마도 저는 촌닭중에서도 촌닭인 모양이죠. 후후훗~

일본 도자기만 밝히시는 교수님 때문에 약 올랐던 적도 있지만, 이렇게 한국 작가분을 찬양하시는 미국교수님 덕분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던 기억도 있네요.
여러분도 조금이나마 기분 좋으셨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든 사진의 출처는 구글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