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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뚱뚱한 여자가 미남과 사귈 때 겪어야 하는 고난 - 너무들 하시네

by 이방인 씨 2013. 6. 18.

제가 사는 곳에서 4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San Jose라고 하는 도시에 닿을 수 있습니다.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 4시간 거리면 엎어지면 코 닿을 옆 동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오늘 그 옆 마을에 사는 한 여성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분개했답니다.
세상에 참 못된 사람들 많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되서 씁쓸하기도 하구요.

그녀가 직접 들려주는 사정은 이렇습니다.

캘리포니아 샌호세에 사는 이 여성은 25만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유투브 코메디언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의 비디오를 본 스코트랜드 출신의 한 남성과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 둘은 무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메일, 문자, 화상통화 등으로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여자쪽에서 먼저 마음을 고백했고 남자는 "네가 그 말을 하기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고 화답하여 둘은 행복한 커플이 되었죠.

 

(photos by Gloria Shuri Nava from Yahoo)

 

그런데 이 둘을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그녀가 뚱뚱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녀가 남자친구의 사진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이랬다고 합니다.

 

와~ 이런 여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세상이 미친 거 아냐???

이 둘이 사귄다고??? 우웩~ 대체 왜???

남자가 변태인 거지. ㅋㅋㅋ

 

이 정도가 양반일 정도로 이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코멘트나 질문도 쏟아져 나왔다고 하네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떠들어대는 것은 쿨하게 무시한다고 쳐도 그녀의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 마저 사정은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런 남자가 너랑 사귀어 준다니 진짜 좋은 일 한다.

왜 너를 좋아하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 하겠네.

그 남자 미국 영주권 얻으려고 너 이용하는 거 아닐까?

 
이 둘이 밖에 나가서 손 잡고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사람들은 뻔히 들리는 목소리로 이런 말까지 한다고 합니다.

 

저 남자 장님인가 본데??

 

이 여성은 이제 그런 시선과 막말에 지쳐 '우린 행복하니까 신경꺼라~'하는 심정으로 언론에 이야기를 털어놓은 듯 하더라구요.

 

막말하는 악플러들이야 그렇다쳐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위로는 커녕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이 여성이 심정이 어땠을까요.
아니 이 둘이 사귄다고 지구 온난화가 가속됩니까, 세계 평화가 무너집니까, 그것도 아니면 가정 경제가 휘청입니까...

단지 여성의 몸이 비대하다고 애인을 사귀는 것만으로도 온갖 조롱과 악담의 대상이 되는 게 정상적인 일일까요?


이성을 고를 때 외모를 최우선으로 보는 사람들, 물론 있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일도 아니구요.
그러나 자신이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그럴 거라 믿는 건 덜 되도 한~참 덜 된 짓이죠.
아무리 외모지상주의가 기승을 부려도 겉모습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정상으로 보지 않는가 봅니다.
이 여성에게 쏟아진 모욕적 발언은 물론이고 남자친구의 성적 취향을 멋대로 짐작하여 조롱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군요.

물론 이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제 남성 친구는 키가 160이하로 매우 작은데 키가 크고 외모가 출중한 여성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주는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합니다.
'너 부모님 재산 많구나' 는 말부터 시작해서 불쾌한 비아냥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더라구요.
오죽하면 이미 성인이 된 지 오래된 그 친구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병원에 가서 더 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봤을 정도로요.
내 남자친구도 아니고 남의 남자친구의 키나 남의 여자친구의 몸무게에 왜 그렇게 하고픈 말이 많은 건지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 때, 말하는 사람은 '네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판단해 볼까? 훗~' 하는 마음으로 내뱉는 거겠지만 정작 들어 보면 오히려 역으로 그 말을 뱉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말죠.
이 커플에게 '미친 거 아니냐며' 조롱한 사람은 그 말을 함으로써 '나는 이성을 볼 때 외모를 중시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자기 입으로 밝힌 셈이잖습니까.

내가 타인에게 내뱉는 말이 곧 나의 벌거벗은 인격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생각하게 해 주네요.

외모지상주의를 신봉한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지만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그 영혼이 지지리도 못~~~ 생겨 보인답니다!

참고로 이 두 사람은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라네요.
양가 가족들도 모두 만나 보고 축복해 주었다고 하구요. ^^

여러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