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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당첨되면 노예를 준다구요?! 다양한 미국 로또의 역사

by 이방인 씨 2012. 10. 30.

저희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번씩 로또를 사십니다.
환갑이 되셨지만 뭐랄까... 아직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분이시라고 해둘까요...?? ^^;;

수퍼로또 플러스라고 적힌 이 티켓은 캘리포니아 주에만 있는 로또이고, 기본 당첨금은 700만불입니다.

 

메가 밀리언스는 44개 주와 D.C 그리고 Virgin Islands를 합쳐 46개 지역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로또입니다.
규모가 더 큰만큼 기본 당첨금은 1200만불입니다.
메가 밀리언 역사상 최고 당첨금은 3억 9천만 달러로 (4280억원) 2007년 3월에 있었습니다.

 

당첨이 되면 일시불로 받거나 26년간 나눠서 받는 옵션 중에 선택할 수가 있는데, 짐작하시겠지만 일시불의 경우 세금이 어마어마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일시불을 선택한다고 하네요.
실수령액이 훨씬 적더라도 26년동안 찔끔찔끔 받는 것보단 한번에 목돈 받는게 좋다는 얘기겠죠. ^^

2011년의 통계를 보니까 미국의 로또시장 규모는 62.85 빌리언이라고 합니다.
1 빌리언이 1조니까.... 한화로 변환하면 약 63조원의 시장이군요.
지금은 이렇게 거대해졌지만 초창기 미국의 로또는 독립전쟁을 막 끝낸 후 텅텅 비어버린 국고를 조금이나마 채워보려는 궁여지책이었답니다.
국고는 텅 비었는데, 전쟁을 겪은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지라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생각해낸 방법이 로또였던 것이죠.
이 당시 해밀턴이 내건 로또의 슬로건은 "상금은 높게, 당첨확률은 낮게!" 였다는군요.
벼락맞을 확률보다 낮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전역은 로또 열풍에 휩싸여서 금새 엄청난 돈이 정부로 들어왔고, 이 돈으로 건국초기의 미국은 도로와 운하, 항만시설 등의 인프라 구축에 힘써 초고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사행성을 조장하기는 했지만, 결과만 보면 참으로 유용하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 쓰인 셈이죠?

하지만 모든 것에는 흑역사가 있는 법!
미국 로또의 가장 어두운 역사라고 한다면 바로 Slave Lottery (노예 로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링컨의 등장 전, 그러니까 아직 노예제가 합법이었던 시절의 미국에는 Slave Lottery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당첨되면 노예를 상품으로 주고 받았는데, 당시 비슷한 종류의 흔한 로또 상품으로 소, 돼지 같은 가축들이 있었으니 노예들은 그야말로 가축과 동등하게 취급되었다는 것이죠.

더 큰 충격은 이 Slave Lottery 를 발행한 사람 중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George Washington 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의 일로, 당시에는 국가적 규모가 아니라 재력이 있던 개인이 로또를 발행했는데 독립전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예를 상금으로 내 건 로또가 꽤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무려 30년이나 지나 워싱턴이 죽기 6개월전, 그는 Slave Lotto 를 발행한 것을 "악행" 이었다며 크게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그리고 회개하고 싶다며 그의 노예들을 모두 해방시켜주었다고 하네요.
수십년동안 부리며 살다가 죽기 6개월전에 해방시켜준 걸로 회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미국 로또가 바로 Harvard College Lottery 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최고의 명문 하버드 대학이 발행했던 로또지요.

(이미지 출처: liveauctioneers.com)

 

1772년에 처음 발행되어 약 40년 동안 지속되었던 Harvard College Lottery 를 통해 재정난을 겪고 있던 하버드 대학은 시설과 강당들을 짓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명문대학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해밀턴의 로또처럼 굉장한 일을 해냈죠?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첨된 사람들의 상당수가 결국 비참한 인생을 맞게 된다고 알려져 인식이 좋지만은 않지만 로또가 이렇게 건설적으로 사용된 역사도 있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

여러분은 로또 사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가끔 아버지 홀로 외로이 꿈을 꾸시는 것이 안쓰러워 마켓에 가서 1-2불 정도의 거스름돈을 받으면 한장씩 사는 적도 있는데요.
물론 당첨을 기대하진 않지만, 잠시잠깐이라도 '아~ 이거 당첨되면 뭘 하지??' 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기분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작 추첨일에 번호 확인도 안 하고 지나가는 일이 더 많지만요.

혹시 여러분중, 로또를 사신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잭팟 터지시길 기원하며~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