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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너무 친절해서 날 미소 짓게 했던 미국인들 ^-^

by 이방인 씨 2012. 12. 31.

지난번에는 초면부터 너~무 솔직해서 저를 당황시켰던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었는데요.
오늘은 미쿡인 시리즈 2탄으로 난생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아낌없이 친절을 베풀어 준 훈훈한 미국인들의 일화를 준비했습니다.

 

첫번째 - 다리 아프지 않아요?

제가 예전에 집 근처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닐 때 학교까지 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급히 가야할 일도 없는 데다가 다이어트 목적으로 걸어서 통학을 했는데요.
월요일과 수요일은 아침 9시 45분 강의를 듣기 위해 9시쯤에 집에서 길을 나서서 도로를 지나 오솔길을 거쳐 학교까지 가곤 했습니다.
그렇게 학기 시작하고 두 달여를 걸어다니던 와중, 하루는 평소와 똑같이 아침에 학교에 가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차가 빵빵 거리더라구요.
이 지역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경적을 울리는 일이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운전석에서 푸근한 몸집의 중년 백인 아주머니가 말을 하십니다.

 

저기, 내가 매일 이 시간에 출근을 하는데 월요일 수요일마다 꼭 학생이 이 길로 걸어가는 걸 봐요.
아마 학교 가는 모양인데 나도 늘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다니니까 월요일 수요일에는 내가 태워다 줄까요?

......!

저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저 길에서 저를 자주 보았다는 이유로 학교까지 태워다주겠다는 제안을 하기 쉽지는 않잖아요?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저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웃으며 말했습니다.

 

정말 감사한데 저 살 빼려고 걷고 있어요. ^^;;

어머, 그래요? 그래도 힘들지 않아요? 정말 괜찮겠어요?

 

Are you sure? 하고 두 번이나 물은 뒤에야 아주머니는 다시 차를 몰고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월요일 수요일에는 꼭 그 시간에 아주머니가 차를 타고 지나가셔서 가끔 저와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었답니다. ^^

 

두번째 -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건 저희 어머니께서 경험하신 일화인데요.
저희가 미국에서 3년간 살았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처음으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왔을 때 일입니다.
새로 지어진 주택이라 앞마당 뒷마당 모두 꾸며야 할 것들이 많았어요.
언젠가 글을 쓴 적이 있지만 미국인들에게 마당의 잔디는 엄청나게 중요해서 집을 사고 팔 때도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집 가격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뒷 마당에 잔디를 심기로 하고 구획으로 잘라져있는 잔디판들을 잔뜩 주문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나머지 식구들이 모두 일터로, 학교로 나가서 어머니 혼자 계시던 시간에 배달이 된 겁니다.
일단 집 앞 현관까지는 배달을 해 주었는데 이걸 뒷 마당으로 옮기자니 어머니 혼자서는 도저히 무리셨겠죠.
나머지 식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할 수 있는데까지만 옮기자 생각하신 어머니는 잔디판을 한 개씩 천천히 옮기고 계셨대요.

그런데 집 앞을 지나치던 차 한 대가 스~윽 하고 서더랍니다.
주택가 도로니까 서행하고 있던 차 안에서 아마도 어머니가 혼자 낑낑 대는 걸 봤던 모양이예요.
한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 하나가 내려서 어머니께 묻더라는군요.

 

아주머니, 그걸 어떻게 혼자 옮기시려구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희 어머니도 또 깜짝! 하시고는 괜찮다고 사양하셨다고 해요.

 

오~ 아니예요. 괜찮아요. 천천히 혼자 할 수 있어요.

하하하. 물론 하실 수는 있겠지만 제가 도와드리면 쉽게 끝낼 수 있잖아요.

 

하면서 잔디판을 번쩍 들더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건장한 남자답게 금새 어머니와 함께 잔디판을 뒷 마당으로 다 옮기고는 너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어머니가 뭐 먹을 거라도 주려고 하자 It's okay~ 한 마디를 남기고 왔을 때처럼 홀연히 차를 타고 사라졌다네요.
이 이야기는 정말 저희 어머니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인들 참~ 친절해" 하시면서 무한반복하는 일화랍니다. ㅋㅋㅋ

 

세번째 - 내가 다녀올테니 여기 그대로 있어요

이건 저희 부모님과 함께 일하시던 한국인 아저씨가 들려주신 이야기예요.
그 아저씨 따님이 저와 나이가 비슷해서 제가 면허를 땄을 즈음에 그 아이도 마침 운전을 시작했거든요.
운전에 익숙치도 않은데 혼자서 한참을 헤매다 길을 찾는 바람에 집으로 오던 중에 얼마 남지 않았던 개솔린이 똑 떨어진 모양이예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도로옆 갓길에 차를 세우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 때도 또 지나가던 차들 중 한 대가 옆에 와서 서더랍니다.

 

무슨 일이예요? 도움이 필요한가요??

 

그래서 기름이 다 떨어졌다고 말했더니 별 고민도 안 하고 이렇게 말하더래요.

 

그래요? 그럼 나랑 같이 가까운 주유소에 기름 사러 갑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린 여자아이인데다가 상대방은 성인 남자였으니 아무래도 덥썩 믿기에는 겁이 좀 났던 모양이예요.
우물쭈물하며 차를 여기다 두고 가기에는 걱정이 된다고 말했더니 그 남자가 또 간단히 대답했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여기 있어요. 내가 혼자 갔다올게요.

 

그리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가 정.말.로. 한 10분쯤 후에 기름통에 개솔린을 사 왔답니다.
사각형 기름통에 담아왔는데 통은 주유소에서 빌렸다면서 다시 갔다줘야 한다고 했대요.
그 아이는 너무 고마워서 거의 울 지경이 되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했는데 그 남자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사라졌대요.
아, 참고로 그 기름통은 도움을 받은 아이가 주유소에 돌려줬구요.

저희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전해준 그 아저씨는 어린 딸이 그런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까 만약 그 사람을 만나면 고마워서 밥이라고 사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시더라구요. ㅋㅋㅋ
그러시면서 그 아저씨도 하신 말씀이 "미국인들 참 친절해요~" 였습니다.

이 이야기도 그렇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는 갓길에 차가 멈춰있거나 곤란한 듯 보이는 사람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어리버리 초보 시절 교통사고에 휘말린 적이 있었는데 (제가 낸 건 아니고 운 나쁘게도 3중 추돌 사고에 제가 마지막으로 받혔어요.) 그 때 사고 낸 사람은 정신 없이 여기저기 연락하고 있고 비교적 가볍게 받힌 저는 그냥 황망히 멍하게 도로 옆에 서 있기만 했는데 지나가던 차 한대가 서더니 어떤 아주머니가 내리셔서

 

아이구~ 얘, 너 왜 그러니? 어디 다쳤니?

 

그게 아니라 교통사고가 처음 나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당황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괜찮아. 걱정 하지마. 이제 경찰이 금방 와서 다 알아서 해줄거야. 그냥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돼.

 

하시면서 계속 옆에서 말 걸어 주시고 같이 있어주시다가 정말로 경찰이 오자 "그럼 난 이만 가볼게. 혹시 아픈데 있으면 꼭 병원에 가고." 하시면서 떠나셨습니다.


아마 '미국인' 하면 개인주의를 떠올리셨던 분들에게는 이런 일화들이 의아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개인주의라는 건 생활의 기본 단위가 1人 이라는 것이지 타인이 도움을 필요로할 때 외면한다는 뜻은 아니죠.
제가 겪은 바로는 미국인들은 나와 상관없는 일에도 굉장히 친절합니다.
일전에 언급한 이들의 Humanity (인류애) 덕분일 수도 있겠고 혹은 Good Samaritan (착한 사마리아인) 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친절한 미쿡인씨'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답니다.
여기 소개한 사람들 말고도 학교에서 만난 교수님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이웃사람들 혹은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소소한 일화까지 다 설명하려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요.

제가 때로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이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뉴욕이나 LA같은 대도시가 물론 재밌고 편리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발전이 느린 중소도시들은 또 이렇게 사는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물론 대도시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여유가 부족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너무 친절해서 저를 미소 짓게 했던 미쿡인들의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도 모두 친절한 월요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