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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내게 예지력이 있을 줄이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by 이방인 씨 2014. 1. 16.

며칠 전에 생필품들을 사야할 일이 있어서 마트에 갔었습니다.
사야할 물품들 목록을 보며 하나 하나 카트에 담으며 지나가는데 치약을 사고 돌아서다가 그 앞에 진열되어 있는 상처난 곳에 바르는 연고가 눈에 들어왔어요.
집에 있는 상비약 상자에 연고가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그냥 하나 사고 싶더라구요.

 

포장에 쓰여 있는 Pain Relief (진통 효과)라는 문구에 끌렸죠.
굳이 살 필요는 없었지만 절로 손이 가길래 카트에 담았습니다.
별 생각 없이 사는 김에 밴드도 하나 넣었구요.

 

집에 돌아와서 장 본 걸 정리하며 연고와 밴드는 제 책상서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저.녁. 저는 꽁치 김치찌개를 끓이는 중이었습니다.
꽁치를 넣을 순서가 되어 통조림을 뜯는 중에... ~앙~! 하는 소리와 함께 통조림 뚜껑이 튀면서 제 오른손 약지에서 시뻘건 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통조림 뚜껑에 베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엄~청나게 날카롭고 단단하죠?

흥할 인간이 중학생 때였나...? 집에서 참치 통조림을 따다가 손가락을 약 2.5cm 정도 주~욱 벤 적이 있는데 그 때 어찌나 출혈이 심했는지 지혈을 하려고 페이퍼 타올로 감쌌음에도 핏방울이 바닥으로까지 떨어졌었답니다.
병원으로 달려가 여덟 바늘인가 꿰매야 했죠.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초등학생이었던 이방인 씨는 통조림 뚜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알게 되어 그 후 20여 년간 통조림을 딸 때는 항상 조심 또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충동구매로 연고와 밴드를 사 가지고 돌아온 바로 그 날, 제게도 같은 일이 닥쳤네요.

무시무시한 통조림 뚜껑에 손가락을 베었다는 사실을 안 순간, '나도 병원으로 달려가는 게 좋을까?' 번뜩 생각했지만 출혈 정도를 보니 저는 그 정도로 다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평범하게 칼에 베인 것보다는 깊었지만 다행히 직경 0.5cm 정도의 상처였죠.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던, 포장도 안 뜯은 연고와 밴드로 처치하고 지혈하기 위해 한참을 압박하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지금은 상처가 많이 붙었고 이틀쯤 더 지나면 아물 것 같네요.

 

 

손을 베고 몇 분 안 되어서 어머니께서 알게 되셨습니다.
2순위 자식인 저는 '이..거..슨..? 찬스다!' 싶어 피가 흥건한 휴지 뭉텅이를 들고 오버했죠.

 

엄마, 이것 좀 보세요. 피가 이렇게나...!
엉엉엉엉

 

어머니는 어쩌다 그랬냐며 잘 치료한 거냐고 관심을 보이십니다.
조금 더 아픈 척 해 볼까 생각하는 찰나 흥할 인간이 주방으로 들어오더니 한마디 하네요.

"엄마, 집에 사과 없어요? 사과 먹고 싶은데."

방금까지 제 손가락을 쳐다보고 계시던 박여사는 곧바로 흥할 인간에게 "사과 있지~"하며 사과를 찾아주러 나가시고 저는 또 잊혀졌습니다.

 

그래... 하필 지금 사과가 먹고 싶었구나.
먹어야지, 음~ 먹어야지.
그 망할 놈의 사과 많.이. 먹.어.라.

 

약 2초간 씁쓸해하던 저는 곧 깨달았습니다.
제가 밀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요.


흥할 인간은 참치 통조림에 베었죠.

 

저는 꽁치 통조림이구요.


꽁치참치에 대적할 수 없다네...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