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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내가 만난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

by 이방인 씨 2012. 5. 4.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국이란 나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영화로 대변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가 시골마을에 살던 단발머리 여학생 시절, 제 머릿속에 그려지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1. 인디애나 존스처럼 모험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졌을 것
2. 수 틀리면 아무때나 총싸움을 할 것
3. 대부분 금발과 파란눈을 가졌을 것

조금 김 빠지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13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선입견이 깨졌네요.
솔직히 말하면 여기서 살고 있는 저에게도, 또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
오늘은 제가 만나본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첫번째 - 여행을 잘 하지 않는 미국인들

한국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참 좋아하죠.
하다못해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나 등산이라도 자주 가는 편이고, 또 대학생들의 로망이 배낭여행이라고 할 정도로 여행을 즐기는데요.
미국인들은 여행은 커녕 평생 본인이 나고 자란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던 50대 중반의 백인 아저씨와 대화를 하다가, 한국에는 겨울이 되면 눈이 많이 내려 아름답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는 평생 단 한번도 눈을 보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캘리포니아 대부분의 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기 때문에 눈구경을 하려면 캘리포니아 최북단으로 7시간여를 운전해서 가야합니다.
그나마도 제가 살고 있는 북가주 (northern California)에서 7시간이지, 남가주에서는 뭐 15시간도 넘게 운전을 해야하긴 하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멀다고 해도 쉰이 넘도록 그 정도 거리를 한 번도 여행해 본 적이 없다니 언뜻 들으면 이해가 잘 안가더라구요.
뿐만 아니라, 저희 어머니와 동네친구이신 미국인 할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요.
그 분은 올해 68세가 되셨는데, 68년간 단 한번도 태어나서 살아온 이 소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하셨대요.
저희 엄마가 믿을 수가 없어서 자꾸 물어봤더니 할머니께서 NEVER 라고 대답을 하셨다구요.
비단 나이드신 분들 뿐만 아니라, 제가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뉴욕에서 유학중인 제 친구한테 들은 적도 있지만, 뉴욕에 살면서 자유의 여신상을 한 번도 가보지 않는 미국인들도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하긴 저도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그 유명한 금문교를 한 번도 구경하지 않은 사람도 봤거든요.
미국에서 30년을 살아오신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이런 문화를 단 한마디로 정리해주셨습니다.

미국인들은 우리 한국인들만큼 도전적 기상이 없어서 그래!

ㅋㅋㅋ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요. ^-^
하지만 제 나름의 관찰의 결과로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영토가 너무 광할합니다.

같은 캘리포니아주라고 해도 제가 사는 북가주에서 L.A 까지 가려면 차로 꼬박 8시간을 운전해야 합니다.
저도 한 2번 정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정말 너무 피곤합니다.
8시간을 쉬지 않고 운전하기가 벅차서 중간에 2-3번 정도 쉬는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를 온전히 길에서 보낸다고 할 수 있죠.
물론 비행기로 다녀올 수도 있지만 비행기타고 휙 갔다오는 것은 여행이라기보단 관광이죠.
우리가 생각하면 땅이 넓으니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서 더 여행을 많이 다닐것 같지만 의외로 엄두가 안 나서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땅이 넓어서 볼거리도 멀리, 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당일치기나 1박2일로 다녀올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요.
애초에 관광도시에 살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먼 길 떠날 작심을 단단히 해야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런 미국인들에게도, 특히 남성들에게, 평생의 로망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주에 이르는 미국의 동서횡단 Road Trip 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은 비행기로만 5시간 40분이 걸리는 4690 킬로미터의 거리입니다.
자동차로는 잠 한숨 안 자고 쉼 없이 달리면 3일, 쉬면서 가면 5일이 운전에 소요된다고 합니다.
중간에 지나가게 되는 여러 주들을 여행하면서 가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리는데, 그 정도의 자유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로망으로만 남겨두는거죠.
그런데 미국도 아니고 한국에 살고 있는! 저희 이모가 2년전에 네 식구가 이 미국횡단을 했답니다.
아이들 2명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장장 3개월에 걸친 미국 횡단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 그들의 몰골을 보고 진정 저는 한 가지 진리를 깨달았죠.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얼마나 힘이 드셨는지, 나중에 이모부께서는 한국에 돌아가셔서 글쎄 치질 수술을 받으셔야 했다는군요. ㅋㅋ

2. Down to earth 철학

두번째 이유로는 미국인들이 down to earth 라고 부르는 철학(?) 또는 생활 자세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own to earth 라는 말은, 직역하면 "땅에 발을 붙이고" 쯤이 되는데요.
의미를 풀이하면, "현실적인, 실용적인, 뜬 구름 잡지 않는" 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쉽게 말해서 미국인들은 눈 앞에 닥친 현재를 성실히, 실용적으로 살아내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꿈과 희망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안에서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철학이죠.
미국인들에게 down to earth 라는 수식어는 좋은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실적이고 소박하고 현재의 일에 성실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장기간의 road trip 이나 해외여행도 현재 해야만 하는 오늘의 일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답니다.
미국인들중에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은퇴할 때까지의, 또 은퇴한 후의 장기적 플랜을 철저히 현실에 입각해 세워두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전부 모험을 즐기는 스타일일거라는 제 예상과는 반대로 대부분 해외여행이나 장기여행은 60세 넘어 은퇴후로 미뤄둔다는군요.
그래서 미국에는 은퇴한 노부부가 손 잡고 느긋하게 1-2년씩이나 여행을 다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아...오늘도 말이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말았네요.
원래는 미국인들의 의외의 모습 세 가지를 쓰려고 했는데, 나머지 두 가지는 다음에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참, 늘 말씀드리지만 제가 쓰는 이야기들은 어디까지 저희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을 뿐,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님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