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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기쁘면서 동시에 불쾌했던 미국 친구의 한마디!

by 이방인 씨 2014. 1. 8.

미국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지 한 3-4개월쯤 지났을 때의 일입니다.
그날 저는 '실제 몸무게보다 덜 나가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아이템'을 입고 있었죠.
왜, 누구에게나 그런 옷이 있잖아요?
다리를 더 길어보이게 해 준다든지,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해 준다든지 하는, 각자의 체형적 단점을 보완해 주는 옷 말입니다.
저는 상체를 실제보다 조~금 슬림하게 보이게 하는 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는데 학급 친구에게서 엄청난 소리를 듣고야 말았습니다.
그 나이 때 여자 아이들이 다 그러하듯이 저희는 제가 새로 산 그 셔츠에 관해 잠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디 쇼핑가서 얼마 주고 샀냐는 둥 몇마디 말을 나누다가 친구가 잘 어울린다며 흔히 하는 듣기 좋은 소리와 함께 이런 말을...!


"You skinny ass!"
"You skinny ass!"
"You skinny ass!"


뭐시라고라고라~~?

Skinny ass??!!!
날씬한 궁둥이??!!!

 

 

이 말을 듣고 저는 두 가지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첫번째, 나한테 "날씬하다"는 말을 하다니...!
한국에서는 절대 못 들어봤던 말이야!

 
할렐루야~~

하늘엔 영광, 땅에는 기쁨!

하늘에 계신다는 누군가의 아버지~~
저를 미국으로 인도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물론 그 말을 해 준 친구가 한 덩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를 날씬하게 봐 준 거겠지만 어쨌든 실로 감격적인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번째, Ass 라니?!!!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 때는 미국에 온 지 고작 3-4개월 밖에 안 되었을 때라 현지에서 쓰이는 회화표현들을 잘 모를 때였죠.
ass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엉덩이, 궁둥이'라는 뜻이지만 사람에게 쓸 때는 속어로 '멍청이, 얼간이'란 뜻이잖아요?
그런데 저더러 ass라니요?!!!

"날씬한 얼간이" 라니...


내 육신은 칭찬했을지언정, 내 영혼을 모독했으렷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영혼을 칭찬하고 육신을 모독하는 게 더 기분 나빴을지도...)


허허 참 나..!

님아, 동방예의지국 출신에게 지금 완.전. 큰. 실.례.하시네요.

 

하여 Skinny라는 형용사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가 Ass라는 명사에서 얼굴이 썩 이방인 씨는 도대체 이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대충 애~매하게 대꾸하고 말았습니다.
가까운 사이에서 "ass"라는 단어가 "녀석" "인마" "짜~아~식" 같은 뉘앙스로 쓰인다는 건 그 때는 미처 몰랐거든요.
그러니 그 때 친구가 제게 한 말, "skinny ass"는 "날씬한 궁둥이"라는 뜻이 아니라 친근감이 포함된 '쳇, 이런 skinny한 녀석~!' 쯤이라고 해석할 수 있답니다.
Ass라는 단어를 친한 사이에서 장난스럽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저는 어쩐지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싫어서 '나는 쓰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는데 살다 보니 안 쓰기도 힘들더라구요.


여기서는 ASS가 너무 많이 쓰여서요!!!

smartass, dumbass, jackass, kick ass, pain in the ass, 기타 등등
"궁둥이"가 없었다면 이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말을 하고 살았을까 몰라요.

 

이방인 씨가 졸지에 "날씬한 궁둥이"라는 소리를 듣고 기쁨과 불쾌함을 동시에 느꼈던 사연이랍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