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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근본 없는 요리] 와플 머신으로 호떡 만들기 실패담

by 이방인 씨 2014. 7. 28.

제 갑자기 방인 씨는 호떡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3일 째 40도에 육박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여름, 왜 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어졌는지는... 오직 '식욕의 신'만이 아실 일이지요. 아무리 먹고 싶어도 호떡을 구할 길이 없는 곳에 살고 있는 방인 씨, 못 먹는다 생각하니 더 안달이 납니다. 이대로 참다간 영혼이 시들 것만 같은 두려움에 궁여지책으로 집에 있는 와플 머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근본 없는 요리사 이방인 씨'의 <와플 머신으로 호떡 만들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먼저 와플 믹스를 준비합니다.

 

흑설탕과 땅콩, 호두도 섞어 놓구요.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도구죠. 아시다시피 와플 메이커는 요철이 깊기 때문에 설탕이 녹아 시럽이 되면 빵 가운데 고이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눌릴 게 뻔하니까요. 그래도 일.단.은.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얇게 반죽을 올린 뒤,

 

 설탕 속을 첨가하고

 

다시 그 위를 반죽으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
.
.

그린 라잇입니까?!!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길래 열어 보니

 

짜.증.나.

F로 시작하는 네 글자 영어 단어쓰고 싶어지네요.

이~런~ FOOD!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든 FOOD니까 내 입으로 처리할 수 밖에...

 

잘 떼어낸 후에 뒤집어 놓으니...

오~ 뭔가... 이건 뭔가...
벨기에의 들개가 몇 번 씹다 뱉은 와플 같아!!

어쨌든 초라한 기분으로 혼자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었는데,

... 마시따

와플도 아니고 호떡도 아니고 풀빵도 아니지만
괜~찮~다~


신나서 더 만듭니다.

 

 과감해진 설탕 투척

 

 들이부어라~ 니나노~

또 한 번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뚜껑을 열어 보니

 

 윗 판과 아랫 판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고 있는 어장관리 와플

 

그대로 접시에 담으니 인디언 텐트 완성

와하하하핫
본 없는 설치미술가 탄생

 

 텐트란 안에 들어가기 위해 설치하는 것!

 

텐트 속에 바닐라 캐러멜 아이스크림을 넣어 주었죠.
1인용이었는데 아이스크림은 두 스쿱

한 개 취식으로 1일 권장 칼로리 섭취 성공!


여세를 몰아 연이어 찍어냅니다.

 

 모양이 어그러지는 것은 요리사의 잘못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연장 탓이므로
한 칸 옆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
.
.

이번엔 한 덩어리로 완성


역시, 잘못은 늘 연장이 하는 거구나...!

 

조금 남은 반죽으로 카페 와플 분위기도 한 번 내 주시고!


오늘의 요리는 나름 성공했다고 뿌듯해하고 있을 무렵 집에 들어오신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다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그래서 호떡처럼 만들어졌어?"

"아니, 설탕이 골고루 퍼져서 바싹 구워져서 시럽이 되질 않았어요."

"그럼 소용 없었다는 거네?"

"아... 아니 그래도 그냥 와플보다는 훨씬 맛있어요. 흑설탕이랑 땅콩이랑 또 호두도 들어갔으니까요."

"그럼 애초에 와플 믹스에 설탕이랑 땅콩, 호두 같이 넣고 구웠으면 되는 거네."

 

어...엄만 내 맘 몰라~!!!!!!


여러분 달콤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