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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근본 없는 요리] 블로그 독자들 덕분에 성공한 <미국에서 한국 호떡 만들기>

by 이방인 씨 2014. 8. 8.

인 씨의 애독자시라면 그간 제가 고퀄리티 호떡을 가내수조리 (家內手調理) 하기 위해 두세 번 시도했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시중에 팔고 있는 한국산 호떡 믹스를 사서 고생했던 적도 있고, 와플 머신으로 호떡을 구워 보려다 이도 저도 아닌 요상한 바호플 (바삭한 호떡 같은 와플)을 만들어낸 이야기도 들려 드렸죠?

처절하고도 철저한 실패담을 읽고 저를 가엽게 여긴 많은 독자들께서 비.법.을 전수해 주셨답니다. 미국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각종 '도우'를 이용하면 간단히 호떡을 만들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디너롤 도우, 피자 도우, 식빵 도우, 비스켓 도우 등 여러가지 재료를 추천해 주셨지요. 먹을 것 앞에 행동력 좋은 이방인 씨, 다음 날 바로 마켓으로 달려 갔습니다. 수 많은 도우 중 무엇이 좋을까 기웃거리던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딱 좋은 사이즈로 간결하게 포장되어 있는 피자 도우!
가격도 겨우 $ 1.99 !!!


당장 하나 사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저녁, 고퀄리티 호떡 만들기 제 3차 도전이 시작되었죠.


두둥~

 

 호떡 믹스를 사용했을 때는
손에 기름을 발라도 사정 없이 달라붙는 반죽 때문에 고생했는데
피자 도우는 척~ 척~ 잘 떨어지더라구요.

피자 만드는 분들이 어떻게 하늘로 도우를 띄우는 묘기를 부릴 수 있는 건지 알게 됐습니다.

 

 내용물은 전과 마찬가지로 땅콩과 흑설탕입니다.

야심차게 수북~이 담았지만 반죽을 오무리는 과정에서 반은 떨어지고...

 

본.의. 아.니.게. 칼로리가 줄어든 상태로 오무려진 호떡
드디어 프라이팬 불지옥으로 낙하~

 

 한 치 앞도 모르는 <호떡 만들기>의 세계,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 지 모르겠기에 우선은 딱 1개만 올려 봅니다.

모름지기 호떡의 생명은 얇고 평평하게 잘~ 눌린 떡!
저도 뒤집개를 이용해 꾸~욱~ 눌렀... 눌렀...

안 눌려요!!

피자 도우란 게 굉장한 고.탄.력.을 자랑하더군요.
누르는 순간 범상치 않은 저항력을 확인하고, 있는 힘껏 압박했는데,

 

고작 요만큼 밖에 안 펴졌어요.
한 번 더 으~음~ 하며 오래 누르고 있었죠.

 

간신히 지금 7cm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꺄악~~~~~~~~

오래 누르고 있는 사이,
호떡의 한 면은 불지옥에서 타버렸습니다.

우리집 가스레인지 불 세기 7에서는
호떡이 생각보다 빨리 익는다는 사실을 배웠네요.
6으로 불을 줄이고 뒤집어 반대 쪽을 구웠습니다.

 

 이 쪽은 그런대로 봐 줄 만하게 익었네요.

손가락의 1도 화상 쯤은 So So Cool~하게 개의치 않고
바로 집어들어 반을 잘라 보니,

 

오~ 이건 뭔가... 뭔가...?!

기대를 품고 한 입 먹자 마자

이 느낌은~~~???

When I say "호"
You say "떡"

호~ 떡!
호~ 떡!


맛과 식감이 한국에서 먹던 호떡과 정~말 흡사했어요!!

감격에 휩싸여 호떡을 우물우물 씹으며 다시 굽기 시작합니다.

 

역시 뒤집개로 꾹~! 꾹~! 눌러준 후에야
이 정도로 펴졌습니다.

이번엔 태우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뒤집었을 때
제 눈 앞에는 기적과 같은 광경이...!

 

 으~아~니~ 이거슨?!!

터졌지만 맛있어 보이는 호떡의 상징,

새어나온 설탕 시럽!

아마 너무 세게 누르다 보니 반죽이 터진 것 같습니다만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꾹꾹 누르며 그 순간을 즐겼지요.

그리하여 완성된 호떡 제 2호와 3호입니다.

 

우흠하하하하하
달달한 호떡 냄새에 나비와 벌이 날아들었군요.


두 번의 실패 끝에 나.름. 성공한 <미국에서 한국 호떡 만들기>, 모두 제게 가르침을 주신 독자들 덕분입니다. 그저 반죽을 떼어서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설탕 속만 넣어 구우면 되니까 호떡 믹스보다 몇 배는 편하더라구요. 정보 공유해 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달달한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