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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근본 없는 요리] 고향 강원도의 맛이 그리운 재미교포는 두 팔을 걷어부치고!

by 이방인 씨 2012. 12. 13.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이라면 이제 제 고향이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라는 것은 다들 아시겠죠? ^^
여러분은 강원도의 대표 특산품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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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감.자. 입니다.

강원도는 감자와 옥수수의 땅이죠.
제 어린 시절에도 맛있는 감자와 옥수수는 거의 질릴 정도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
미국도 감자와 옥수수는 부족하지 않게, 아니 훨씬 더 대량으로 생산되지만 그 맛이 그 맛이 아니죠.
강원도 옥수수는 찰옥수수라서 알은 탱글탱글하고 식감은 쫄깃쫄깃한데, 미국 옥수수는 달지만 흐물흐물해서 꼭 통조림으로 나온 옥수수 먹는 기분이예요.

하지만 미국 감자는 꽤 먹을만 합니다.
역시 감자는 미국인들의 주식이니만큼 여기서도 아주 중요한 농작물이기 때문이죠.
한국에 강원도가 있다면 미국에는 Idaho (아이다호) 가 있습니다.
미국내 최대 감자 생산지이며, 최고품질과 크기를 자랑하죠.

 

 

 이 사진이 일반 감자와 아이다호 감자를 비교한 사진이랍니다.
(hugeidahopotatoes.com ⓒ)

 

그리고 이건 Farmers Idaho Potato 75주년 기념행사로
아이다호에서 기른 슈퍼 포테이토를 트럭에 싣고 미국투어를 한 사진입니다.
크기가 참.... 미쿡스럽죠?  ^-^
절대 합성 아닙니다.

 

저도 어제 마켓에서 아이다호산 감자를 한 자루 샀습니다.

 

 

고향의 맛, 강원도 감자전이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이죠.
제가 사는 곳에는 한국 식당도 몇 군데 없지만 그나마도 갈비와 냉면, 순두부 같은 요리를 팔기 때문에 이 곳에서 감자전을 먹을 방법이라고는 직접 만드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감자전 먹어치우는 건 한 순간이지만 만들 때는 제법 힘들답니다.


 

 보통 사이즈 감자라면 10개는 하는데 Idaho 감자다보니 5개만 쓰기로 했습니다.

 

감자껍질을 벗겨내는 여기까지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할 수 있죠.

그.러.나.

저는 이 다음 40분 동안을 팔뚝이 후덜덜 떨릴만큼 중노동을 했습니다.

 

저 큰 감자 다섯개를 강판에 갈아야했으니까요. ㅠ_ㅠ

믹서기를 사용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믹서기에 갈면 맛이 없습니다.
강판에 갈아야 입자가 조금 거칠게 갈리면서 나중에 먹을 때 식감이 더 좋거든요.
강원도의 감자전은 원래 투박하게 먹어야 맛있어요. ^-^

어쨌든 이 강판에 가는 과정 때문에 제가 감자전을 하는 날은 1년에 1-2번 될까말까입니다.
강원도 토박이인 네 식구가 전부 좋아하니 왠만한 양으로는 되지도 않아서 엄청나게 갈아대야하거든요.

 

잠시 기다리면 감자는 아래로 가라앉고 물만 떠오르는데 이 때 물기를 아주 조금만 남기고 다 빼줍니다.
위에 뜬 물만 제거하는 이유는 아래는 감자전분이 가라앉기 때문에 버리시면 안됩니다.
전분이 들어가야 더 쫄깃쫄깃해져요. ^-^

그리고 이 후의 요리법은 강원도에서도 지역마다 혹은 집집마다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야채를 넣는 집도 있고 각종 양념을 넣는 집도 있고 다양하지만
저희집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가장 단순한 감자맛을 좋아합니다.

 

오로지 계란만 섞어줍니다.
계란을 넣으면 맛도 부드러워지고
특히 팬에 부칠 때 흐트러지지 않아서 좀 더 손쉽게 요리할 수 있거든요. 

 

마치 햄버거 패티처럼 보이지만 감자전입니다. ㅋㅋㅋ

 

노릇노릇해지면 뒤집습니다.
사실 저는 조금 탄 듯한 걸 좋아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전을 태우는 것은 "죄악" 이라고 여기시는 분이라... ^^;;

 

첫 판은 부치자마자 바로 입으로 직행입니다. ㅋㅋㅋㅋ
원래는 간장 양념장을 찍어먹지만
저는 모든 감자요리는 케첩으로 완성된다는 입맛의 소유자라 케첩을 찍어먹습니다.

열심히 먹은 뒤, 또 가열차게 부치기 시작합니다. ㅠ_ㅠ

 

결국 이렇게 두 소쿠리 정도 나왔습니다.
아이다호 감자 겨우 다섯개의 위력..... -.-

 

어제 해 먹었으니 또 몇 개월 쉬다가 꽃 피는 춘삼월쯤 되면 다시 해볼까 합니다. ^^;;
하아~ 오랜만의 고향의 맛에 입은 호강하나 본래 요리를 자주하지 않는 제 몸은 고달픕니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감자전을 도시락 반찬으로 싸 오던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 어머님들은 아침부터 감자를 갈아서 부쳐주셨다는 말인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희 어머니는 단 한번도 도시락 반찬으로 싸 주신 적은 없지만 그래도 사랑합니다. ㅋㅋㅋ

오늘은 미국 문화 이야기가 아니라 재미교포 생활 이야기였네요. ^^
여러분 혹시 강원도 감자전 드셔보신 적 있나요?
요즘은 어디든 안 파는 음식이 없다지만 그래도 원조 맛을 보셔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혹시 강원도에 여행 가시게 되면 막국수, 추어탕, 닭갈비도 좋지만 진짜 감자전도 꼭 드셔보세요.
왜 제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잘 안하는 요리까지 해가면서 만들어 먹는지 아실 거예요.
강원도 만세~! (응???)

여러분의 고향이 어디든 저는 모두를 환영합니다. ㅋㅋㅋ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