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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교수님, 부항 좀 그만 뜨세요! 미국 교수님의 동양의학 사랑

by 이방인 씨 2013. 4. 10.

제가 예전에 대학 다닐 때 Health Care 관련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요.
다문화 사회에서 의료인들과 환자들의 관계에 집중한 강의였는데 교수님은 오클라호마주 출신의 마음씨 좋은 50대 백인 여성분이셨습니다.
어찌나 마음이 여리신지 말씀하시다가 툭하면 눈물을 흘리셔서 Cry Baby 소리 좀 들으셨죠. ^^
심지어 학생들끼리 언쟁을 조금 하다가 결국 사이좋게 마무리 하는 것을 보시고 너무 감동스럽다고 우시던 분이라 모든 학생들이 사랑하던 교수님이셨어요.

이런 푸근한 교수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시는 취미생활(?)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부항 뜨시는 거였답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중국인들이 진료하는 한의원이 몇 군데 있거든요.
한의원은 영어로 Herb & Acupuncture Clinic 이라고 하는데 저희 부모님도 침을 맞으실 일이 있으면 종종 다니시곤 합니다.
그래도 미국인들만 가득 찬 오클라호마주에서 오신 분이 동양의학에 심취하셨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교수님께서 일주일에 한번은 만사 제쳐놓고 부항뜨러 가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부항 뜨는 도구가 컵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부항은 영어로 Cupping Therapy 라고 하는데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부항을 떠 본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이 미국인 교수님은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부항뜨러 다녀오신 다음에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으셔서 티가 확 나요.
등 윗 부분이나 목 아래에 가끔 부항자국이 보일 때는 웃음도 나더라구요. ㅎㅎㅎ

한번은 또 수업시간에 cupping 예찬을 하시다가 다른 미국인 학생이 자신은 겁이 많아서 시도해 볼 생각을 못했는데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까 이런 대답을 하셨습니다.


"내가 가는 곳에서는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음악을 틀고 부항을 떠 주는데

그렇게 누워있다 보면 
Oh, I'm in heaven~ (난 천국에 있다~) 소리가 절로 나와!"
 

이 말을 듣고서는 저도 한번 해 보고 싶어질 정도였지 뭡니까.

아시안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다 보니 교수님 말고도 동양의학의 효능을 아는 미국인들이 꽤 있습니다.
발을 접질리거나 허리가 아플 때 미국 병원 가서 사진 찍고 검사하느니 침 맞으러 간다는 미국인도 주변에서 본 적이 있구요.
저한테도 몇 번 동양의학에 대해 물어온 미국인들이 있었는데 저도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로 설명해 주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일단 화학약을 쓰지 않고 극단적 수술도 없다는 점에 호감을 가지는 미국인들이 많더라구요.
몇 년 전에는 허브제품 파는 마켓에서 한국 인삼 좋다고 잔뜩 사서 가는 미국인과 수다 떨며 신기해 하기도 했었죠.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에 맞게 몸을 관리한다' 는 개념은 서양의학에는 없으니까 이것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더군요.
그만큼 아시안 문화의 영향이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니까 아시안계 이민자인 저로서는 더없이 기쁜 일이죠.

여러분도 기분 괜~찮~으시죠?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