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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공짜 좋아하는 데는 국경도 없다! 미국식당 알바의 고충

by 이방인 씨 2012. 6. 28.

생생한 경험담이어서 그런지 저의 "체험! 알바의 현장" 이야기는 늘 반응이 좋습니다. ^^
게다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음식점 아르바이트였다는 점에서 더욱 재밌어들 하시는 것 같구요.
그래서! 오늘도 제가 사골 국물처럼 계속 우려먹는(?) 미국식당 아르바이트 시리즈로 돌아왔습니다.
이름하여 "국경과 민족도 초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바로 공짜에 대한 집념!!" 입니다.
기대하시고~ 스크롤 내려주세~요!

 

첫번째 손님 입장 - 팔씨름의 대가

평화롭게 점심 장사가 끝나갈 무렵, 이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백인남성 손님은 점잖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대한제국 개화기 무렵 지식인의 상징같은 동그란 안경을 끼고 손에는 신문까지 들고서 말이죠.
그렇게 이지적으로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아마도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는지 주문받으려는 저를 향해 대뜸 팔씨름 자세를 취하며 말하더군요.

슈퍼맨  Winner takes it all?  이긴 사람이 다 가져가는 걸로 한판?


약간 황당했지만 역시 식당 알바생의 기본 중의 기본은 손님에겐 무조건 친절하게! 입니다.
특히 친절함이 곧 팁으로 연결되는 미국에서는 더욱 더 그렇죠.
제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선뜻 팔은 내놓지 않자 그 분은 주문은 안하고 계속 팔씨름 타령만 하셔서 어쩔 수 없이 팔씨름을 했지만 제가 지는 것이 당연한 시나리오겠죠.
그렇게 가볍게(?) 지고 나서 주문 받으려고 했더니 이 손님이 말씀하시길 본인이 이겼으니 오늘 음식값을 공짜로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 때까지만 해도 그저 분위기 못 타는 유머센스를 가진 분이시려니 하고 계속 웃고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이 손님은 웃는 얼굴이었으되 농담은 아니었습니다.
주문은 안하시고 계속 음식값을 전부 공짜로 못해준다면 적어도 할인이라도 해달라고 하는 게 아닙니까.
저는 웨이트리스일뿐이라 음식값 할인은 제 맘대로 해드릴 수 있는게 아니라고 말해도 집요하게 그럼 공짜 서비스 음식이라도 달라고 하는 겁니다.
계속 히죽히죽 웃으며 공짜 타령을 하는데 정말이지 속으로 얼마나 얄밉던지요.

안습
손님...그렇게 구차하게 여자 상대로 팔 힘 써서 푼돈 아끼고 싶으세요?

하지만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친절한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계속 주문을 받는 수 밖에 없죠. ^^;;

 

두번째 손님 입장 - 막말의 대가

사실 첫번째 손님은 정말이지 드문 케이스로 삼년 동안 딱 한번 겪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손님 유형은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비교적 흔한 타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주로 금요일 저녁에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미국의 식당이라면 대부분 금요일 저녁이 가장 바쁩니다.
저희 식당도 마찬가지여서 간혹 Take-Out 을 원하는 손님들은 줄을 서야하는 일도 생기는데요.
이 날도 금요일 저녁이라 포장 손님들은 한 쪽에 줄을 서서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마침 음식을 받아든 히스패닉계 젊은 남성 손님이 지나가던 저를 부르더니 포장 소스를 더 달라고 하더라구요.
기본적으로 음식에 필요한 소스는 모두 추가금액없이 같이 포장되지만 그 보다 더 많이 원하는 손님에게는 한개는 무료지만 그 이상은 별도의 금액을 받는 것이 저희 식당의 방침이었습니다.
포장 소스는 개별 포장 용기값도 들어가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다 줄 수는 없기에 그렇죠.
그런데 그 손님은 무려 7개를 더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미 음식에 3개를 넣어 드렸고, 한개는 무료로 줄 수 있으니 4개를 받은 셈인데 거기다 7개를 더 달라니요!
저는 식당의 방침대로 2개부터는 개당 50센트를 지불하셔야 한다고 했더니 대뜸 저한테 쌍욕을 하기 시작하시더군요.
갑자기 당한 강렬한 육두문자 공격에 너무 당황해서 눈만 꿈뻑거리고 있으니 하는 말이

"You're making money. Don't be so fxxxking cheap. Bitch!"
야 이 X야, 돈 많이 벌고 있잖아. 짜게 굴지말라구!

금요일이라 손님들이 많은 것을 보고 장사가 잘 되고 있으니 인색하게 굴지 말라는 요지의 욕설이었죠.

악  아니 이보시오, 그게 내 돈이요? 그게 어찌 내 돈이냔 말이오?!!
내가 이만큼 벌면 고따우 말버릇을 가진 너님이 소스에 파묻혀 황천길 갈만큼 공짜로 주겠소이다!
당신이 이제 됐다고 거절해도 한사코 꼭 그만큼 주겠단 말이오!!


속은 이런 심정이었지만 어쩌겠습니까.....
'간과 쓸개는 잠시 냉장고에 빼두고 왔구나!' 싶을만큼 참을성 있게 해결하고 공짜로 소스를 3개 더 주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런 덴~장...... 아무래도 그 정도 갖곤 파묻혀 호흡이 곤란해지진 않았겠죠....ㅠ.ㅠ

 

세번째 손님 입장 - 비비기의 대가

마지막 손님은 조금 특수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저로 인한 문제였다고도 볼 수 있구요.
왜냐하면 그 손님이 비빌 언덕을 제공한 장본인이 바로 저였기 때문입니다.
그 손님은 30대 초반에 이민 오셔서 이제 40대를 넘기신 이민 1세대 한국 남성분이십니다.
저희 식당에는 일본계 손님들은 많이 오지만 한인 손님은 구경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요.
어느 날 바로 그 한국 아저씨 손님이 오신겁니다.
한눈에 봐도 한국인의 생김새에 영어에도 분명한 한국 액센트가 있기에 혹시 한국분이시냐고 여쭈었더니 한국말로 그렇다고 하시더라구요.
점심 시간이 막 시작됐을 때라 바빠서 웃으며 인사한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너무 반가워서 한 가지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드렸어요.
원래는 일정금액 이상을 먹은 손님에게만 드리는 거지만 서비스가 불충분했다거나 손님이 음식에 불만족스러워하시면 저희들이 대충 사정봐서 드릴 수도 있거든요.
저는 반가운 마음에 호의로 그런거지만 그 때부터 간혹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그 분의 '비비기' 가 시작되었습니다.
쿠폰 없이 오셔서 그냥 음식을 달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음식을 정량보다 많이 싸달라고 하시거나 할인을 요구하시는 것은 기본이었구요.
단품으로만 파는 요리 두 가지를 섞어서 한개 값으로 달라고 하시기도 하셨죠. ^^;;
심지어 전화로 주문할 때도 하시는 말씀은 매번 이겁니다.

커피한잔 
쿠폰 없는데 그냥 잘 알아서 해줘요. 음식 좀 많이 주고, 싸게 알았죠?


단골이라고 할 정도로 자주 오시지는 않았지만 오실 때마다 그렇게 저를 식은땀나게 하시니 차라리 안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ㅠ.ㅠ
그런 제 간절한 바램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 분은 이사라도 가셨는지 어느 날부터 발길을 뚝 끊으셨습니다.

즐거워 우캬캬캬캬캬캬...드디어 요식업계 알바를 위한 정의는 구현되었다!

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답니다.

오늘은 국경과 인종, 민족을 초월하는 공짜에 대한 집념! 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봤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공짜 너무 밝히면 이렇게 알바들이 속으로 얄미워한다는 것 잊지 마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