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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결혼식에서 밥값 안내는 하객 때문에 싸움나는 건 서양도 마찬가지

by 이방인 씨 2013. 6. 24.

여러분~ 씩씩한 월요일 아침 시작하고 계신가요?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는 '싸움 구경'을 한 번 같이 해 볼까 합니다.

나라마다 결혼 풍습과 결혼식 문화가 모두 다르죠?
한국식 예절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축의금'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말은 축하금이지만 사실은 신랑 신부의 결혼식 비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내는 돈으로, 친척들이나 지인들끼리는 받은 만큼 나중에 되갚는 것이 보통이죠.
하객들에게 제공하는 식사값이라는 생각도 있어서 축의금 3만원 내고 온가족이 몰려와서 밥 먹고 가는 하객이 제일 꼴불견이라는 설문조사도 본 적이 있는데요.
요즘 미국 웹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논란을 보니 서양인들도 결혼식을 할 때는 본전 생각이 나는 모양이예요.

캐나다의 신문 The Hamilton Spectator에 실린 기사 하나가 요즘 캐나다를 넘어 미국에까지 전해져서 네티즌들이 입싸움을 하는 중인데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이 전(前)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 여자친구와 함께 둘이서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결혼 선물로 준비한 것이 바로 아래 사진의 바구니인데요.

 


(Photo by Barry Gray/Hamilton Spectator)

어릴 적 명절 때 선물 받던 과자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죠?
솔직히 제 생각에 이건 친구의 생일 선물이라면 몰라도 결혼 선물로는 부적격인 것 같은데요.

아이고~ 그것 참 맛나겠다. 
하지만 본인이
실컷 먹는 건 어떨까??  하하

 

미국에서는 보통 Wedding Registry라 하여 신랑 신부가 미리 골라 놓은 '원하는 선물 리스트'를 보고 하객들이 선물을 하거나 혹은 축의금을 주거나 합니다.
그런데 잘은 모르겠지만 캐나다는 또 그렇지는 않은지 이렇게 지나친 Free style 선물을 하는 사람도 있나 봅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이 남성은 자신이 선물한 이 바구니가 거대한 싸움의 발단을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바로 다음날, 신부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선물 고마워. 그런데 이건 전부 내가 못 먹는 것들이네. 난 글루텐 못 먹거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영수증 있어?

 

여기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인데 또 다른 신부로부터 (결혼의 주인공은 신부만 두 명인 레즈비언 커플이었답니다.)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마 네가 결혼식에 처음 참석해 보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혹시 앞으로 결혼식에 또 참석할 일이 있다면 참고하는 게 좋을 거야.
보통 사람들은 결혼식에 오면... 축의금을 내. 난 너랑 네 여자친구 식사비용으로 $200을 썼는데 사탕 봉지를 선물 받았네.

 

여자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비싼 밥만 축내고 갔다는 노골적인 불만의 메세지죠?
조금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을 했더라면 미안해할 수도 있었던 일일 텐데 비아냥거리는 메세지 탓인지 이 남성이 몹시도 화가 난 모양입니다.


 

어-오~!  부글부글

자, 이제 멱살 잡기까지

5
4
3

2
.
.
.
1

FIGHT!

 

하객: 이렇게 매너 없고, 생각이 짧고, 탐욕스러운 메세지는 내 생애 처음 받아 본다.
하긴 너 평소에 하는 거 보니까 왠지 그럴 것 같기도 하더라.

신부: 210명의 하객들 중에 그런 싸구려 선물을 들고 온 사람은 딱 너 하나더라. 나머지 사람들은 다 축의금을 줬거든. 결혼식이 끝난 후 너의 그 선물 바구니가 모두의 웃음거리가 된 건 알고 있냐?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 이 매너도 모르는 짠돌이야. 길 가는 '정상적인' 사람들 붙잡고 물어 봐라!

하객: 너는 결혼식을 돈 벌려고 치르냐? 손님 불러서 파티를 하고 싶으면 당연히 주최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거지, 왜 내가 그 돈을 내야 되는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무슨 선물이든 받으면 기뻐하고 감사해야하는 거다! 너희들은 너희 결혼이 합법이라는 거에나 감사하시지. (동성결혼이라는 걸 비꼬는 거죠?)

신부: 됐다, 이 얼간아. 내가 너 그런 인간인 걸 알아서 초대하지 말까 생각했었다.

하객: 누가 누구더러 얼간이래. 내가 할 소리다.

 

이렇게 치열하고도 치사한 전투(?) 후에도 남성 하객은 분이 안 풀렸는지 신문사에 투고를 해서 과연 어느 쪽이 매너가 없는 것인지 여론 조사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신문사는 흥미를 가지고 기사를 게재했고 이 문제는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이슈가 되었네요.
캐나다는 물론이고 미국 네티즌들까지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대세는 이렇습니다.

 

돈을 바라고 하객을 초대하는 건 말도 안돼. 하지만 저 선물은 너무 성의없긴 했어...

 

싸우는 꼴을 보니 양쪽 다 똑같지만 축하하러 온 하객에게 원하는 금액의 선물을 못 받았다고 불만을 표한 신혼부부의 잘못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았네요.

저는 사실 이 기사를 보고 많이 웃었어요.
3만원 내고 4인 가족이 식사하고 가면 꼴불견이라는 한국과 너무 비슷해서요.
미국에는 반드시 하객이 축의금을 내야 하는 상식은 없지만 제 생각에는 선물이든 축의금이든 밥값에 근접하는 성의 표시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생 중 가장 중요하고 기쁜 날인데 이왕이면 기분 좋게 축하해 주는 게 좋잖아요.

여러분은 결혼과 축의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상쾌한 월요일 보내세요~  Bye